해양레저 바로알기15. 마리나 개발의 캐시카우, 수변개발
해양레저 바로알기15. 마리나 개발의 캐시카우, 수변개발
  • 김충환 경영학박사・경기도청 전문위원
  • 승인 2024.01.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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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환 경영학박사・경기도청 전문위원
김충환 경영학박사・경기도청 전문위원

[현대해양] 캐시카우(Cash Cow)는 경영학의 BCG매트릭스에서 도입된 용어로 성장 가능성은 낮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는 기업 또는 제품을 말한다. 적은 투자로 꾸준히 수익을 내주니 투자자나 기업 경영자에게는 매우 좋은 투자처이자 제품이다. 현금흐름 창출력이 좋기 때문에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캐시카우 제품이나 사업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티켓판매가 주 수입을 차지하지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건 팝콘과 음료수 판매라는 말이 있다. 티켓 수입은 영화관과 배급사, 제반 시설, 인건비 등을 제외해야 하므로 수익률이 50%를 넘기 힘들지만, 팝콘과 음료수의 원가는 매우 낮지만, 수익률은 꽤 높기 때문이다. 호텔사업도 객실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호텔업의 특성상 인건비와 관리비 등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의 자회사 파르나스 호텔㈜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제주 등 5성급 및 비즈니스호텔 사업과 파르나스 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도 결산자료를 살펴보면 파르나스 호텔㈜의 전체 매출 3,693억 원 중에 객실 매출은 1,293억 원으로 전체의 약 35%에 불과하다. 객실 외 매출은 2,401억 원으로 약 65%를 차지하며, 이 중 식음연회 매출이 1,173억 원으로써 객실매출의 약 91%에 육박한다. 이처럼 다른 사업에서도 극장업이나 호텔업의 경우와 같이 주력사업의 수익보다 연관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마리나 주력사업 매출은 계류비 수입

마리나(Marina)는 레저 선박의 계류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로서 자동차의 주차장과 유사하다. 그러나 주차장은 단순 주차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우리나라는 주차장이 대부분 안전하므로 주차장 간 차별점이 크지 않지만, 치안이 불안한 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 주차장보다 비싸더라도 사설 주차장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사설 주차장에는 안전 요원이 배치되고 CCTV등 여러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차량이라는 고가의 자산이 안전하게 보호되기 때문이다.

레저보트를 안전하게 계류해야 하는 보트 선주에게도 안전 관련 설비와 24시간 경비 시스템이 갖춰진 마리나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안정성이 높아 가장 선호하는 계류장소다. 그러나 이 계류비의 적정성 대한 기준은 선주와 마리나 운영자 간 차이가 크다. 특히 연간 주차비를 지불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한국인에게 주차료와 같은 계류비 납부는 어색하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제부마리나 개장 시에도 ‘비싸다’는 민원이 꽤 많이 발생했다. 연간 계류비를 일본과 비교해 보면 31ft급(10m 이하) 레저 선박의 제부마리나 계류비는 10% 할인 적용 시 연간 약 540만 원이고, 일본 대표 마리나 중 하나인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마리나(Baysidee Marina)의 보증금을 제외한 연간 계류비는 80만 8천 엔(약 743만 원, 100엔=920원 기준)이다. 최근 극심한 엔저임에도 우리나라가 약 27%나 저렴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마리나 건설비가 일본보다 27%가 저렴한 것일까? 1996년 개장한 1,500척 규모의 베이사이드 마리나 초기 투자비는 약 120억 엔(1,100억 원)이었다. 2021년 300척 규모로 개장한 제부마리나 건설비가 주유소 등 기능시설을 포함하여 약 871억 원이다. 전체 규모 및 건설 시기를 비롯한 여러 환경적 여건을 고려해야 하므로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1척당 건설비를 환산해보면 일본 베이사이드 마리나는 약 7,300만 원, 우리나라 제부마리나는 약 2억 9,000만 원으로 우리나라의 마리나 건설비용이 약 4배 높다. 그러면 1척당 건설비 원가가 3억 원에 육박하는 마리나 1개 선석의 연간임대료는 얼마가 적정한 것인가? 법인세법에서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 감가상각기간 30년을 적용하면 감가상각비로만 선석 당 연간 1,000만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운영비, 인건비, 관리비를 포함해야 하고 10년~15년 단위로 교체가 필요한 알루미늄 부잔교의 설비 비용까지 반영한다면 현재 연간 540만 원의 계류비가 비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부마리나 수상계류장 요금표
제부마리나 수상계류장 요금표

민간 투자가 어려운 우리나라의 마리나 수익구조

단순 원가를 계산해 봐도 적자가 발생하는 마리나 운영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주로 공공 마리나로 지어지고 있고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이유가 가장 크다. 공공기관의 원가 산정 기준은 민간과 다르므로 판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수익구조로는 민간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공 투자는 수익성보다는 공익적 목적을 중심으로 한 운영을 할 수 있지만 민간 투자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공공 투자만으로는 연간 3,000대 내외로 증가하는 레저 선박 계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동력수상레저기구가 2022년 기준 3만 5,000척을 넘어섰는데 해양수산부가 2020년 발표한 2차 마리나 항만계획에서 전국에 운영 중인 마리나 계류 선석은 2,403선석으로 10%도 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레저 선박을 마리나에 계류할 필요는 없다. 육상 계류를 하는 방법도 있고 소형 고무보트의 경우 집에서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마리나는 주유, 수리, 보관 등 레저 선박에 필요한 여러 기능과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해양레저산업의 주요 인프라이므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꾸준히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마리나 개발은 대규모 사업으로서 계획 단계부터 개장 단계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공공예산만으로 신규 마리나를 늘려가는 건 정부 재정의 집행 목적이나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의 마리나항만 계획은 지역 수요보다는 지역 안배 등 비경제적 요소들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민간 자본의 마리나 투자 가능성

국제마리나협회(GMI: Global Marina Instite)의 자료에 따르면 마리나 운영에 따른 마리나 매출의 주요 요소는 계류장에서 40%, 드라이스택 20%, 크레인 등 상·하가 시설 이용료가 15%, 휘발유·디젤 등 주유 판매금액이 12%를 차지하고 그 외 용품 판매 등이 기타 수입으로 나타났다. 즉, 육상과 해상의 레저 선박 계류비 매출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가 주유 판매, 상·하가 이용료, 시설 임대료 등을 통해 수입이 발생한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마리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적정한 계류비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마리나 건설 투자비 대비 계류비 단가가 낮게 책정되어 있다면 정상적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재 계류비 수준에서 일반적인 형태의 마리나에 대한 민간 투자 수요가 있을까? 보통의 마리나라면 이상적인 모델은 레저 선박 계류비를 통한 수입이 중심이 되는 매출 구조이다. 그러나 판매가격의 급격한 현실화는 시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한 앞서 극장업과 호텔업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캐시카우 사업이 꼭 주력사업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마리나의 가장 큰 경쟁력은 아름다운 뷰(View)와 상대적으로 소비력이 높은 사람들이 집객할 수 있는 점이므로 이를 이용한 다른 사업들을 통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

프랑스 그리모 마리나
프랑스 그리모 마리나

마리나 개발은 계류장 건설이 아닌 부동산 개발

마리나 개발의 진정한 가치는 워터프론트(Waterfront, 수변개발)에 있다. 마리나를 중심으로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발굴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을 통해 인근 부동산의 가치가 높아지므로 미국에서는 수변개발의 경제적 가치가 10조 달러를 넘어선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수변 지역은 개발이 낙후되거나 시대가 변하며 방치된 항구 등 경제적 가치가 낮은 지역이므로 마리나를 결합시킨 사업을 추진하여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다.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마리나도 목재를 저장하는 항구시설이었으나 물동량이 줄며 불법 어선의 거점으로 쓰였던 지역을 마리나 개발을 통해 일본의 대표 복합공간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단순한 마리나 계류장을 만든 것이 아니라 대형 쇼핑센터인 베이사이드 아웃렛을 함께 조성함으로써 육상 및 수상 계류시설과 배후단지에 레스토랑 카페, 대형 아웃렛 등을 배치하여 마리나 이용자 뿐만 아니라 유동인구까지 유입시켜 지역을 활성화 시켰다.

이외에도 수변개발만으로 해당 지역의 경제회복과 경기회복에 효과를 끼친 사례는 다수 있다. 수변개발의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 미라이 21은 미쓰비시 중공업 조선소와 항만 부두가 있던 지역을 전시컨벤션센터, 미술관을 비롯한 기업 빌딩과 상업 복합시설을 조성하여 지역의 가치를 높였다. 그 외에도 뉴욕의 South Street Seaport는 17세기부터 조성된 항구로서 19세기에는 미국 최대 해상 무역시스템을 갖춘 지역으로 활성화되었으나, 자동차 시대인 20세기에 들어서며 항구의 자원이 고갈되고 다른 대형 항구로 기능이 대체되며 쇠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대규모의 수변개발을 통해 대형 쇼핑몰과 박물관을 세우고 지역을 변모시켜 나갔다.

네덜란드 렘머 마리나
네덜란드 렘머 마리나

수변개발의 긍정적 효과

마리나와 같은 레저 선박 계류시설을 대규모 수변 개발사업에 포함시킨다면 방파제와 진입로 등 기반시설 조성뿐만 아니라 주거, 식음시설, 판매시설 등을 도입하여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개발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바다뿐 아니라 강, 호수 등 내수면의 수변개발 시 마리나를 포함하게 되면 마리나가 각 지역의 모항지로서 기능뿐만 아니라 다른 마리나와 연계하는 기항지로서의 기능까지 갖게 되어 레저 선박 운항이 활발해지는 등 수상 교류가 매우 활성화될 수 있다.

이러한 수변 개발사업은 수변지역으로의 교통 등 접근성 개선, 수변 조망 개선 등 그 지역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여기에 마리나가 건설된다면 해당 지역에 경제적 효익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소비를 더욱 촉진시킨다. 마리나의 여러 사업은 선주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을 수변으로 불러 모을 수 있으므로 인근 상권을 활성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변개발 사업은 낡은 항구, 폐공장 등으로 낙후되어 버린 지역을 관광명소와 주거 및 사무공간, 쇼핑 상권으로 재탄생 시키며 지역 황폐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거주식 마리나는 또 다른 캐시 카우

상업성이 높은 대규모 부동산 개발 중 하나는 주거단지 개발이다. 마리나와 주거단지 개발이 결합된 사례는 해외에 특히 많이 있는데 M&F 문화연구원의 김영돈 원장이 2023 경기국제보트쇼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스페인 말라가 마리나, 프랑스 그리모 마리나, 영국의 히테 마리나, 네덜란드 렘머 마리나 등 다수의 유럽 마리나 들이 거주식 마리나로 개발되었다. 특히 프랑스 그리모 마리나의 경우 갯벌 지역에 약 21만 평의 면적에 1,200척이 계류할 수 있는 규모로 개발되었다. 이 안에는 주택, 리조트, 공공 마리나까지 포함되어 있다.

마리나 개발비와 마리나 운영비를 계류장 수익만으로 충당할 이유는 없다. 마리나 개발형태가 주로 공공마리나로 지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수익성이 낮은 단순 계류장 중심이라 민간 투자를 유발하기에 매력이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상업시설, 주거시설 등과 결합한 수변 단지 개발은 지역의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마리나와 결합함으로써 기존과 차별화된 주거와 상업 시설이 조성되게 되어 각각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여름이 길어지고 바다와 내수 등 물에서 힐링을 찾는 요즘 시대에 수변 개발사업은 마리나 수요와 부동산 개발의 니즈가 결합한 서로의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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