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 바로알기13. 금융상품이 시급한 해양레저산업
해양레저 바로알기13. 금융상품이 시급한 해양레저산업
  • 김충환 경영학박사・경기도청 전문위원
  • 승인 2023.11.10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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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관여도’는 경영학에서 소비자 행동론의 개념 중 하나이다. 특정 상황에서 소비자가 자극에 유발되어 지각된 개인적인 중요성이나 관심도의 수준을 말하며 재화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제품을 ‘고관여 제품(高關與製品)’이라고 하는데,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이 대표적인 고관여 제품이다. 반면 중요도가 낮고 가격이 저렴해서 상표 간 차이가 별로 없거나 잘못 구매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여 소비자가 별다른 고민 없이 구매하는 제품을 ‘저관여 제품(低關與製品)’이라고 하며 대표적으로는 문구류, 치약, 식료품 등이 있다.

보트와 요트도 많은 고민과 정보 검색 후에 구매 결정을 하게 되므로 고관여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고관여 제품은 제품 가격이 높은 만큼 구매 실패 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구매 결정에 대한 부담이 크므로 자산가치 보호나 구매 단계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들이 구매에 크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단순히 비용을 낮추는 것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적 수단이지만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나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줄 수 있으므로 고관여 제품에서는 단순한 금액 할인보다는 상품 가치를 유지하면서 구매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방법을 선호하게 된다.

1인 가구소득 3만 달러 시대, 중형차 가격 보트가 대중화 이끌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다는 것은 4인으로 구성된 가구소득이 10만 달러가 넘는다는 의미이다. 2022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약 3만 2,000달러이니 3인 가구만으로도 9만 7,000달러이므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억 3,000만 원(1달러=1,353원 기준)이다. 2023년 9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기아자동차의 쏘렌토로 한 달동안 판매된 신차 약 10만 대 중 10%가 쏘렌토이며 그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장 인기라고 한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중급 트림인 시그니처의 기본 차량 가격은 약 4,700만 원이므로 옵션 일부를 추가하면 가구당 소득 1억 원 대의 국가에서 구매하는 대표 차량 가격이 5,000만 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2023 경기국제보트쇼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레저보트는 길이 5m 내외의 피싱보트였다. 국내에서 많은 판매를 하고 있는 국산 제조 보트사 ‘스타마린(경기 화성)’의 ‘빅스타 520’ 모델의 경우 보트에 선외기 엔진과 어탐기 등 기본장비를 설치하면 5,000만 원 대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즉,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 한 대 가격과 가장 잘 팔리는 보트의 가격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가구당 2대 이상의 자동차도 많은 우리나라에서 중형 SUV급 자동차 가격인 보트 구매는 충분히 감당할 만한 가격대에 형성되었다는 것으로서 점차 보트의 대중화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금융상품

100만 원이 넘는 휴대폰을 구매할 때에도 할부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아무리 가구소득이 1억 원이 넘더라도 가격이 높은 고관여 제품을 일시납으로 구매하는 건 부담스럽다.

소비자가 구매계획을 세울 때 목돈이 드는 일시납보다 분산하여 지출하는 할부를 선택하는 것은 지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고가인 자동차가 우리나라에서 2,500만대가 넘는 대형 시장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할부나 리스 같은 금융상품이 큰 역할을 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카드사들도 자동차 할부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카드사들의 자동차 할부 대출은 2014년까지만 해도 1조 원 대였지만 2021년에는 10조 원 규모로 커졌다. 자동차 할부는 주로 캐피탈사들이 차지했지만 좀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카드사들이 빠르게 확장한 것이다. 이렇게 차량 구매에 다양한 금융상품이 도입된 결과 목돈이 없어도 고가의 차량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면서 20대와 30대 등 젊은 층의 자동차 구입과 수입차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은행, 캐피탈, 카드사, 제2금융권까지 다양한 오토론(자동차 대출상품)이 출시되며 2017년에 이미 30조 원을 넘어섰다.

고관여 제품구매 부담 경감시킨 리스와 할부

자동차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변화와 함께 자동차 리스상품이 크게 확산됐다. 우리나라에 자동차 리스상품이 처음 출시된 2001년에 1,00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시장규모는 2021년 13조 원으로 성장했다.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리스 개인 고객 비중도 2017년 24%에서 2021년 40%대까지 높아졌다. 구매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리스와 할부는 같지만, 차이도 있다. 차량을 온전히 소유하기 위해 구매대금을 빌려 매달 갚아 나가는 것이 할부 상품이라면 차량을 일정 기간 이용하기 위해 돈을 내는 것이 리스상품이다.

자동차 리스상품은 이용방식과 만기 옵션에 따라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로 구분되는데, 금융리스는 계약 기간에만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할부와 유사한 상품으로 리스 자산 소유에 따른 위험과 편익을 이용자가 책임진다. 즉, 자동차 관리 전반에 대한 비용은 이용자가 부담하고 고객은 리스사에 원리금만 상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운용리스는 장기렌터카와 유사하다. 자동차 전반에 대한 비용을 리스사가 부담한다. 할부와 다른 자동차 운용 리스의 핵심은 자산의 잔존가치 설정이다. 만기 시 해당 차량을 인수하거나 반납하거나 리스를 연장할 수도 있다.

금융상품 부족, 한국 해양레저시장 활성화 장벽

이처럼 자동차 구매 시에는 자금조달 방법으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여러 금융상품이 있어 선택지가 다양하다.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따라 보증금과 매월 납부금액 비율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고, 소유권을 먼저 가질 수도 있으며 만기 시에 자산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반면 중형 SUV와 비슷한 가격대인 보트를 구매할 때 선택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매우 부족하다. 이는 해양레저시장 활성화에 매우 큰 장벽이다.

보트 금융상품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은 시장규모와 낮은 환금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승용차 등록 대수가 142만대(2022년)인 자동차 시장과 3,000대 수준인 레저보트 시장은 규모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연간 중고차 거래대수가 238만대 수준(2022년)이므로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환금성이 좋은 자동차 시장에 비해 투명한 중고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현재의 우리나라 보트 시장을 고려하면 금융사들이 보트 금융상품을 만드는데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제도와 인식의 변화 선행돼야

그렇다고 보트 금융상품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시장의 전망을 높게 본 몇몇 금융사와 금융 설계사가 리스상품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과 맞지 않는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활성화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리스상품의 특성상 선박 소유자가 금융사로 되어있는 경우 문서상의 소유자와 실 소유자가 다른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 금융상품을 판매했던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레저선박 등록단계와 마리나 선석 신청 단계, 무선송수신장치 등록단계 등에서 매번 소명을 하고 검증을 받아야 하는 등 금융상품을 도입할 수 있는 제도와 인식, 여건이 안 갖춰 있는 상황들이 다수 발생했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상품들이 없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크다. 중형 SUV 가격대의 보트를 구매하는 소비자 중 다수는 대단한 부자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통사람이다. 개인의 힐링과 레저활동을 위해 보트를 구매하는 것이다. 이들은 고가의 수입 자동차보다도 저렴한 보트를 목돈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수요가 있는 만큼 이런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보트 금융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전과 다른 점은 보트 자산에 담보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트 소유자의 신용도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금융상품과는 다른 구조이다. 소비자에게는 지출 부담이 낮아지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소비자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중요한 또 다른 금융상품, 종합보험

불의의 사고 시 피해를 수습하고 자산의 가치를 회복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 보험이다. 자동차의 경우 법적으로는 책임보험을 의무사항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1억 5,000만원 한도의 대인배상1과 2,000만 원 한도의 대물배상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보장액으로는 실제 사고 시 부족한 상황이 생기므로 일반적으로는 무한까지 최고 설정이 가능한 대인배상2와 대물배상 한도를 높인 종합보험에 가입한다. 연 단위로 가입하는 자동차 보험은 사고가 없다면 소멸되는 비용임에도 적지 않은 보험료를 납부하며 적극적으로 가입하는 이유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납부된 금액보다 훨씬 높은 보장액으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운전자 연령, 차량가액, 사용용도, 사고유무, 피보험자 범위 등 여러 가지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예로 2020년형 쏘나타 G2.0 모델을 출퇴근용으로 대인배상1과 무한의 대인배상2, 10억 원의 대물배상 등의 보장조건으로 무사고 7년차인 40대 운전자 조건을 기재하면 보험료가 약 101만 원으로 나온다. 물론 다른 조건을 추가하고 변경하면 보험료는 달라지지만 비슷한 조건이라면 일반적으로 내는 보험료의 범주는 100만 원 내외이다.

책임보험 수준 보장에 불과한 수상레저보험, 종합보험 도입이 시급

보트를 구매한다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으로 우리나라는 수상레저보험이 있다. 수상레저안전법 시행령 제30조에 따르면 동력수상레저기구의 소유자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따른 금액 이상의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것이 자동차의 책임보험 수준이다. 예로 5,000만 원 상당의 5m급 레저보트를 수상레저보험에 가입하면 연간 보험료가 13만 원 정도이다. 이는 우리나라 보험료가 특별히 저렴한 것이 아니라 보장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이다. 대인배상도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사실상 대물보상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사고 시 보험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해외의 경우 대물보상까지 보장범위가 넓고 보장금액도 선택할 수 있으며 그만큼 보험료도 높다. 예로 17ft(5.2m) 2000 STRIPER 115마력 선외기 레저보트의 연간 보험료는 $914(한화 약 123만 원)이다. 선체와 장비 보장액은 $12,400(약 1,677만 원) 피해보장액은 $100,000(약 1억 3,000만 원)의 기준이며, 이 보장액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견인비용과 연료유출사고, 도난사고, 의료사고지원 등 현실적으로 보트 운항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선택하고 보장범위를 변경할 수 있다.

보험에서 보장하는 범위가 작으면 사고 발생 시 큰 목돈이 들 수밖에 없다. 보통사람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피해액이 발생하고 피해복구에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되면 자산 가치를 회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해양레저 사용자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 자산에 적합한 보장을 해주는 종합보험 상품 운용, 구매 시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리스·할부상품 등 해양레저시장 활성화와 안전한 해양레저 운용에 해양레저 금융상품이 시급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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