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레저 바로알기 11. 마리나산업, 보팅산업, 해양레저산업
해양레저 바로알기 11. 마리나산업, 보팅산업, 해양레저산업
  • 김충환 경영학박사・경기도청 전문위원
  • 승인 2023.09.11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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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3년 6월 ‘포니의 시간’전시 오프닝겸 리트레이스 시리즈 출간 기념회 인사말에서 “정주영 회장은 도로를 재건했고, 정세영 회장은 도로 위를 달리는 국산 자동차를 만들어 자동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했다. 더불어 “도로는 인체의 혈관에, 자동차는 그 혈관을 돌아다니는 혈액이었다”는 선대 회장의 말도 전했다.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언급한 것이다.

도로교통산업은 자동차의‘인프라 구축’에 해당하는 산업이다. 도로가 없는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리 없으며, 자동차 수요가 없는데 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리도 없다는 논리가 우세했던 1950~1960년대에는 도로건설과 자동차 산업육성에 부정적 기류가 팽배했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 고속도로를 인상 깊게 보고 추진하였다는 경부고속도로는 여러 부정적 의견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1965년 타당성을 시행하고 1967년 고속도록 건설 계획조사단 신설을 거쳐 1968년 2월 착공, 1970년 7월 개통되었다.

도로교통산업, 자동차 산업육성의 필수적 선제요건

1953년 전국의 도로는 포장도로가 2.7%에 불과하고 자갈도로가 약 85%에 해당할 정도로 열악했다. 그 시기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자동차 생산은 없었으며, 국내 자동차 보유량도 1만 대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 준공 이후 1971년 영동고속도로, 1973년 호남고속도로 및 남해고속도로, 1975년 동해고속도로 등이 꾸준히 준공되어 1976년에는 고속도로 길이가 1,140km, 포장도로 비율은 약 24%까지 올라갔으며, 고속도로, 일반국도 등 나아지는 도로환경과 함께 자동차 보유량도 22만 대를 넘어섰다.

도로망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1969년 ‘자동차 국산화 3개년 계획’, 1973년 ‘자동차 공업 육성계획’과 ‘한국 고유모델 소형 승용차 개발계획’을 세워 국산화를 추진하였고, 1976년 현대자동차는 국산차 ‘포니’를 출시하였다. 이후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여러 어려운 위기가 있었음에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 1999년에는 연간 약 255만 대 생산, 보유 차량은 약 1,100만 대로 올라섰다. 이 시기 우리나라의 포장도로 비율은 약 74%까지 올라가게 된다.

도로교통산업은 자동차 산업과 밀접하나 별개

이 경우는 닭과 달걀의 사례처럼 닭이 있어야 달걀이 있고 달걀이 있어야 닭이 된다는 순차적 선후 관계로 보기 어려우며, 우리나라는 도로건설과 자동차 산업을 성공적으로 병행하여 육성하였다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고속도로 건설, 포장도로 확대 등과 함께 국산 자동차 개발 등 자동차 산업을 함께 성장시켰다. 잘 만들어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물류와 사람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여 생산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가 경제가 원활하게 흘러가는 단계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1960년대에는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을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만, 만약 지금 다른 개발도상국에 자동차 산업육성을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도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도로교통산업은 자동차 산업육성에 필수조건이고 거시적으로는 연관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로교통산업을 얘기하며 자동차 산업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로 위에 자동차가 운행한다고 해서 도로교통산업이 자동차 산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리나 산업은 해양레저산업의 인프라 산업

육상교통에서 원활한 자동차 운행을 위해서는 도로가 필요하고 도로건설이 자동차 산업의 인프라로 언급되는 것처럼 도로가 없는 해상에서는 선박의 안전한 계류시설이 해양의 인프라 산업이다. 그러므로 여객선, 화물선, 화객선 등 자동차 중 상용차라 할 수 있는 상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역항, 공업항, 어항, 크루즈항 등 항만 인프라 구축이 필수이다. 이러한 항만은 각각의 항만 운영목적과 입출항 상선에 적합하도록 수심과 안벽길이, 항만 기능 등이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중 승용차라 할 수 있는 레저 선박에 적합한 인프라 시설이 ‘마리나’이며 해양레저산업에서 ‘인프라 구축’에 해당하는 산업이 마리나 산업이다. 레저선박은 레저활동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므로 보다 가벼운 소재와 예쁜 디자인, 선주간의 커뮤니티 등이 중요한 기능으로써 기존 항만과는 다른 레저선박의 계류와 이용에 적합한 시설 건설과 운영 활성화가 마리나 산업의 주요사업에 해당한다.

자동차 등록대수와 도로건설, 자동차 판매량 피드백 루프-자동차산업과 교통정책의 선순환전 발전전략_한국교통연구원2020
자동차 등록대수와 도로건설, 자동차 판매량 피드백 루프-자동차산업과 교통정책의 선순환전 발전전략_한국교통연구원2020

마리나 산업의 주요사업

마리나 산업(Marina Industry)에 대한 산업적 정의를 보면 마리나는 레저보트 사용자에게 계류 및 보관서비스를 제공하며, 연료나 용품판매, 수리 및 렌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IBIS World에 따르면 미국 마리나 산업 시장규모는 65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 1$=1,320원 기준)이며 최근 5년간 0.7% 성장을 하고 있으며 이익률은 약 18% 이른다고 한다.

미국 마리나산업협회(AMI, Association of Marina Industries)는 회원이 1,100개사에 이르는데 75%가 마리나 시설과 관련된 회원이며 보트 수리 서비스, 슬립웨이 운용 등의 사업에 정규직 근로자 약 7만 명, 시간제 근로자 약 1만 명 등 약 8만 명이 종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간 유류판매량은 8,800만 갤런(약 3억 3,000만 리터)에 이른다고 한다. 이외에도 클린 마리나 지정 등 마리나 관리 및 마리나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회원들의 주요사업을 카테고리로 보면 마리나 건설, 오염컨트롤 장비, 준설, 드라이스텍, 마리나 시설·장비 및 보안장비 등 약 70가지로 나뉘어 있다.

제조 중심의 보팅 산업

보팅 산업(Boating Industry)은 보트 제조, 관리, 사용 등에 관한 산업으로써 해양레저의 자동차 산업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레저를 목적으로 하는 선박이므로 레크레이셔널 보팅(Recreational Boating)라고도 한다. 미국은 약 1,100만 대의 보트와 81만 근로자가 있으며, 유럽에는 약 600만 대의 보트와 3,600만 명의 보트 사용자, 약 3만 2,000개의 기업에서 약 28만 명이 근무하고 있는 대형 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산업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420억 달러(약 55조 원, 1$=1,320원 기준) 이며, 연평균 4.7%의 성장으로 2030년에는 640억 달러(약 85조 원, 1$=1,320원 기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품 사용 기간이 자동차보다 상대적으로 긴 편인 보트는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중고보트 시장 외에 렌털, 공유산업 등으로 확대되며 사용자를 확장하고 있다. 비용을 낮추고 체험기회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특히 초보 사용자들에게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그 외에도 운항에 중요한 선박 도킹 및 트림, 변속 등에 대한 디지털 기술 도입과 전기, 태양광, 수소 등 변화하는 연료체계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개발 등 친환경,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비가 보팅 산업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포괄적인 해양레저산업, 이를 대표하는 보팅 산업

해양레저산업은 개념이 더 크고 다양한 광의의 개념이다. 보팅 산업을 비롯하여 카누, 카약, 서핑, 피싱 등 워터스포츠와 수퍼요트, 마리나 운영 및 관리 등을 포괄하고 있다. 일자리도 제조 기술자, 마리나 관리자, 엔지니어, 요리사, 요트 선장, 갑판원 등 매우 다양하다. 여기에 해양관광과의 결합으로 크루즈, 휴양 등의 분야까지 확대된다. 해양관광의 가치도 매우 높아서 미국 해양산업의 가치 중 해양관광이 석유, 가스보다 클 정도이며, 세계관광기구(UNWTO) 선정 미래 10대 관광 트렌드 중 해양 관련 분야는 6개나 되는 등 점차 관광의 중심이 해양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산업이 있으면 연관산업을 포괄하여 대표산업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자동차(승용차, 상용차), 이륜차, 도로 및 교량건설, 교통망 구축, 면허취득, 도로연수 등 여러 분야가 섞여 있지만, 자동차 산업이 대표 명사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제조산업이 가장 규모가 크고 브랜드 되어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보팅 산업은 보트 제조와 관련된 산업으로 규모 면에서 해양레저산업 중 가장 큰 산업이다. 해외 해양레저협회(MIA, Marine Industry Association)의 명칭이나 주요사업에 Marine이 들어가는 경우는 일본(JMIA, Japan Industry Association), 영국(BM, British Marine), 남아공(MIASA, Marine Industry Association South Africa)이 있으며, 보팅이 중심이 되는 국가로는 호주(BIA, Boating Industry Association), 싱가포르(SBIA, Singapore Boating Industry Association)등이 있다.

마리나 산업과 보팅 산업은 별개의 산업, 해양레저산업은 이를 포괄하는 상위 산업

자동차 산업과 도로교통산업은 서로 밀접하지만 별개의 산업인 것처럼 마리나 산업과 보팅 산업도 밀접하지만 별개의 산업이다. 규모 면에서 자동차 산업이 도로교통산업보다 큰 것처럼 보팅 산업이 마리나 산업보다 큰 규모를 갖고 있다. 마리나 산업은 레저보트를 계류하고 서비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이며, 보팅 산업은 레저보트의 제조 및 관리, 사용에 관한 것을 목적으로 하는 등 각 산업의 목적과 내용이 다르다. 그리고 해양레저산업은 이를 다 포괄하는 상위 산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마리나 산업과 보팅 산업, 해양레저산업을 혼재해서 다루는 경우가 많다. 정부에서도 마리나 산업은 해수부 담당인데 해양레저 제조산업은 산업부 담당으로 나누어져 있다. 해수부는 소관하는 법률인 마리나항만법에서 마리나에 계류한 레저선박을 ‘마리나 선박’으로 명기했다. ‘마리나항만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제2조3항을 보면 ‘마리나 선박’이란 유람, 스포츠 또는 여가용으로 제공 및 이용하는 선박(보트 및 요트 포함)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이니 도로교통법에서 자동차를 정의한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에서도 자동차에 대한 정의는 자동차 관리법을 따른다.

각 산업의 범위와 목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의가 필요

수상레저도 수중레저와 함께 해양레저의 하위의 개념이다. 수면을 기준으로 수상과 수중을 구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상레저는 내수 레저이고 바다의 레저를 해양레저라고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해양의 범위는 법령에서 정의되어 있는데 해양수산발전기본법에서 ‘해양’은 내수, 영해를 다 포함하고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법령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이처럼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레저선박을 마리나항만법에서는 ‘마리나 선박’이라고 부르는 것 이외에도 수상레저안전법에서는 ‘수상레저기구’라고 하며, 선박안전법에서는 ‘플레저 보트’라고 되어있는 등 법령에 따라 달리 사용되고 있다. 법률상의 명칭부터 혼란스러운 이러한 상황은 현장에서는 더 큰 혼란과 비효율을 발생시킨다.

보통 법률적으로 정의가 모호한 경우 학계에서 학회를 통해 용어 정의를 하게 되나 우리나라는 정통 해양레저 학과와 학회가 미흡하다. 산업이 성장하는데 학계와 전문인력이 배출되지 못한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일단 혼선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타 연관법에서 각각 다르게 해양레저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상위에서 해양레저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해양레저산업 발전 기본법’을 제정하고 해양레저산업의 정의, 레저선박의 정의 등 가장 기본적인 용어 정의를 해야 한다. 해양레저산업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성장단계를 앞두고 있다.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용어의 명확한 사용, 법체계의 선명한 정리 등이 있어야 엉키거나 꼬이지 않고 해양레저 산업, 보팅 산업, 마리나 산업이 각각의 역할과 범위에 맞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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