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개선되고 있나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개선되고 있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3.07.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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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침해 있을 수 없다”…원양업계 한 목소리

[현대해양]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인식 오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31일 일부 언론에 외국인 어선원들이 여권압수, 초과노동, 성추행 등 심각한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도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원양어업계의 반응이다.

지난 5월 31일 보도는 전날인 5월 30일 국제환경운동단체 ‘환경정의재단(EJF)’과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주어선원에 대한 인권 침해 대응 실패 2023년 브리핑’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이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먼저, 두 단체의 브리핑 자료에서는 정부의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개선 이행방안’이 시행된 이후에도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어선원들의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 등 인권침해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 첫 번째가 조사에 응한 절반 이상의 이주어선원들은 하루 14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고(44명), 국제기준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43명)으로 드러났으며, 조사에 참여한 전체 이주어선원들은 정부가 금지한 여권압수도 불법적으로 당했다고 응답했다는 것.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원양업계의 답변이다.

일부 NGO의 발표는 선상이라는 특수한 상황 고려나 사실 확인 없이 강제노동이니 인신매매니 하는
매우 자극적이고 과장된 용어 남용으로 원양어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원양어업 종사자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인다.

2년 전부터 근로조건 이행방안 실천

원양어업계는 지난 2021년부터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개선 이행방안’에 따라 원양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을 대상으로 출국-승선-귀국 등 고용 단계별로 권리나 인권이 침해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을 하고 있다는 것.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1년 1월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인권을 강화하기 위해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이행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원양어업계는 ILO에서 정하고 있는 최소 휴식 시간을 준수하고 있다. 다만 어업 특성상 매일 규칙적인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한달 근로시간 기준 1일 10시간 이상, 1주 77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어획 정도에 따라 작업 시간과 작업 강도가 달라질 수 있으나 어업 특성상 항해, 어군 탐색 중에는 충분한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사 내용과 같이 22시간, 30시간 연속 근무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업계에서도 선원 안전 문제 발생 시 극심한 조업 손실이 발생하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일부 언론 기사에는 ‘2시간 쉬고 22시간 일해야 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인용 보도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원양어업 관계자는 “보도에서처럼 ‘2시간 쉬고 22시간 일해야 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그렇게 일하면 모두 죽는다. 누구나 며칠 못 가서 과로사한다는 말이다”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 그런 주장을 팩트 체크도 안 하고 그대로 보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특수상황 감안해야

여권 압수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만약 외국인 선원의 여권을 압수한 선박이 있다면 법대로 대처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란 것이 원양어업계의 입장이다. 다만, 무역항을 입·출항하는 선박이 출입국 절차에 사용하기 위해 여권을 관리하거나, 본인이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보관을 요청하는 등의 사유로 선장이 대신 보관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으니 엄격히 제한된 경우에 한해 대리 보관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현재 본인이 여권을 소지하지 않으면 위법행위에 해당된다.

또 일부 매체는 원양어선에서는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학대도 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두 단체의 조사(인터뷰)에 참여한 어선원 58명은 성적·신체적·언어적 학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는 것. 이들 중 3명의 어선원은 한국인 선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가해자에 대해 고용계약 해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지만, 선사에서는 승선 전, 승선 중에도 해당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언어폭력의 경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조업환경, 주변이 오픈돼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상황, 급박하게 작업지시를 해야 하는 상황, 언어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상황 등 생명을 담보로 하는 어업 여건상 큰 목소리, 거친 언어가 나오는 특수한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학대를 경험했다는 이들은 해당 인터뷰에서 지난 2021년까지 가해자가 처벌받은 적은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의 상황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즉, 2021년 발표한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이행방안’ 이후의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모 매체에 의하면 환경정의재단과 공익법센터 어필은 “2021년 해양수산부의 ‘이행방안’ 시행 이후에도 이주 어선원들의 노동 조건은 개선되지 않았으며, 강제 노동과 인신매매에 해당하는 관행이 여전히 만연하다”고 단정지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효과적인 실태 조사를 위해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할당해야 하며, 피해자 중심 접근 방식을 통해 이주 어선원에 대한 인권 침해와 불법 어업 활동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국제 어선원 노동 협약 비준 △선원법 개정 통한 이주어선원·한국인 어선원 동등한 보호 대우 보장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수한 상황의 일반화는 무리

이에 대해 원양어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두 단체의 조사에는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2021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한국 국적 원양어선에서 일했던 74명의 인도네시아·필리핀 어선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조사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이는 전체 외국인 선원 4,248명(2022년말 기준)의 1.7%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참치 연승선 22척(41%), 오징어 채낚기/꽁치 봉수망 15척(26%), 트롤 9척(19%), 저연승선 4척(8%), 선망선 3척(5%)에 국한된 승선자 인터뷰 결과를 선사 측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원양어업 전체의 문제인양 일반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 조사 방법이 눈덩이 표집 방식으로 특정 그룹(문제 집단)의 데이터만 집중적으로 수집해 선택편향, 샘플링 오류, 일반화 하고 있다는 것. 이는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겻이 아니라 일부 문제 집단 선원만 찾아 그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해당 선원실 승선 여부, 객관성 확보 및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 없는 자료라는 걸 반증한다는 반응이다.

승선 시점 혼재에 따른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행방안 발표(2021년) 이전과 이후 승선 시점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두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0년 근로 계약 체결 후 2021·2022년에도 승선한 것으로 나오는데 인터뷰한 선원이 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 임금 관련 개선은 근로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해 2021년 이후 계약자부터 적용된다. 보고서 내용은 조사 기간을 승선 기간으로 호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용어 사용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신매매’ 등 매우 자극적이고 과한 표현이 그것이다. 어업의 특성상 제한된 공간에서 노동을 할 수밖에 없음에도 마치 돈을 받고 사람을 사고 팔거나 자유가 매우 제한된 것처럼 표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선상이라는 특수한 상황 고려나 사실 확인 없이 강제노동이니 인신매매니 하는 매우 자극적이고 과장된 용어 남용으로 원양어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원양어업종사자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외국인 어선원
외국인 어선원

“인권 최우선시”

두 단체의 용어 사용에 대해 전영우 해기사협회 해기인력정책연구소장(전 경사노위 어선원고용노동환경개선위원장)은 “외국인 선원들이 중도 이탈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그들의 여권을 보관하는 사례가 (과거에) 있었는데 NGO에서는 이런 것이 인신매매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주어선원’이라는 용어 사용도 지적된다. 두 단체의 보고서에서는 외국인 선원에 대해 이주어선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원양어선에 승선한 외국인 선원은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비거주 외국선원’에 해당하는데도 이를 혼동하여 이주어선원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 참고로 연근해 외국인 선원은 선원취업비자(E-10)를 통해 국내 체류허가를 받아 승선한다.

전영우 소장은 “원양업계가 현재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개선 이행방안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서 이행방안 실행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업계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명길 한국원양산업협회장은 “과거 경제 발전이 시급했던 시절에 외국인 인권 문제가 도마에 올랐던 적은 있지만 지금은 모든 원양선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선원 인권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원양선사는 ‘원양 외국인 어선원 근로조건 개선 이행방안’을 잘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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