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심층수 상용화 언제되나
해양심층수 상용화 언제되나
  • 이새건 기자
  • 승인 2022.11.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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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개발로 연계 산업 도모”

[현대해양] 미래 청정에너지 자원으로 불리는 해양심층수 연구가 고군분투 하고 있다. 해양심층수는 수심 200m 이하의 수심이 깊고 안정된 해저 표층을 흐르는 바닷물이다. 수온이 항상 2℃를 유지해 차고, 햇빛을 받지 않아 유기물이나 병원균이 없는 청정 수자원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양심층수 연구가 본격화된 시기는 1900년대 말경이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해양선진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국가 주도로 해양심층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식품이나 화장품, 테라피 치료제 등의 다양한 분야로 해양심층수 산업이 퍼져나갔다. 국내에서는 10여년에 가까운 연구기를 거쳐 2008년에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그 법제화를 토대로 산업화의 물꼬가 터졌다. 미세조류 배양, 먹는 해양심층수의 제조, 유통 사업이 시작된 것도 그쯤이다. 이듬해 2009년에는 ‘먹는 해양심층수’ 관련 식품 음료 등이 잇따라 출시되며 5개의 민간 기업이 진출했다. 차디찬 동해 바닷물을 끌어올려 식수로 먹을 수 있다는 엉뚱한 상상이 현실로 일어났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법제화된 2008년부터 해양심층수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해양심층수 산업의 조기 정착을 도모해 2014년에 2차 계획을, 2019년에 와서는 해양수산부로 넘겨 국책 사업을 지금껏 이어왔다.

활어 수산물 창고에서 해양심층수가 보관 용수로 이용되고 있다.
활어 수산물 창고에서 해양심층수가 보관 용수로 이용되고 있다.

해양심층수 산업, 미완의 성공

현재 해양심층수 취수 해역은 총 9곳으로 모두 동해안에 몰려있다. 동해안 대부분의 지역에서 취수가 가능하다. 지형과 경제성 등을 고려해 강원도와 경북 울릉도 인근 해역에 개발이 집중된 셈이다. 정부는 해양심층수 자원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해양심층수를 퍼 올리는 해역은 ‘1개 시·군 1개’ 지정 원칙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심층수법 제정후 지난 14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해양심층수 산업은 여전히 ‘먹는 물 제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산업 태동기부터 해양심층수 응용 과학을 연구해왔던 김현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책임연구원은 연구자료를 통해 “경기 불황과 취수시설 투자비 등의 외부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시장 예측으로 사업초기 시작이 쉬운 생수업에 기업이 몰렸다”고 밝혔다. 기초 사업 확산 단계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관련 예산 미확보로 사업 시행이 부진했던 탓도 있다.

해양심층수개발업 면허 현황(2018년) 해양심층수개발업 면허기간은 최초 10년, 갱신시 5년
해양심층수개발업 면허 현황(2018년)
해양심층수개발업 면허기간은 최초 10년, 갱신시 5년

실제 산업 초기인 2001년에서 2007년까지는 정부가 미국이나 일본(18개소 중 16개 공영 개발)처럼 공영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요구로 곧 민영개발로 돌아섰다.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2005년 사업 초기에 눈독을 들인 대기업들은 법제화 미비로 철수했고, 산업 기반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제정된 2008년 이후에도 개발에 뛰어든 대교, SK 등의 기업은 식품과 음료 마케팅 분야의 네트워크가 없어 시장 진입을 포기했다. 국내외 시장 분석과 통계 관리를 지원할 데이터 정보시스템도 미비해 급기야 2014년에 구축된 해양심층수 산업포털 사이트도 재원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초기 인프라 구축의 실패는 결국 국내 해양심층수 사업이 ‘먹는 물 제조업’에 편중된 산업 구조로 치우쳐 연계 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2003년 일본에서 해양심층수 생수가 처음 수입돼 비싼 가격에 판매됐다. 1.8리터 생수 가격이 1만 5,000원으로 일반 생수보다 8배나 비쌌다. 그 당시 해양심층수를 생수로 만들어 팔면 떼돈 번다는 인식이 개발 업계에 팽배했다. 해양심층수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시각이 많아 마치 황금 알을 낳는 거위처럼 과대 포장돼 있던 시기였다.

이런저런 힐난에도 불구하고 식음료업계가 해양심층수 산업을 부양한 파급 효과는 크다. 이에 정부는 2016년 7월부터 해양심층수 제조공장의 탄산수 제조를 허용했고, 2019년엔 신규 기업의 시장 진출을 위해 해양심층수처리수 제조업과 수입업을 신설하는 등 해양심층수처리수제조업 시설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대표기업 중 한곳인 강원심층수는 매출이 흑자로 전환했고, 솔트론 같은 기업은 올해 700억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해양심층수 취수 허용을 민영 개발 중심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다양한 활용 분야로 확대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일섭 (재)해양심층수산업고성진흥원장은 “일본이나 대만 같은 경우는 취수관 자체가 공공자원인데 우리나라는 원료 생산을 민간기업이 독점한다”며 취수 시설을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해양심층수를 이용해 다른 걸 하고 싶어도 원료수급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져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제약이나 기능성 식품 제조 개발에 해양심층수를 이용하는 업체가 실제로 필요한 건 원수가 아닌 미네랄인데, 그 농축수는 톤당 가격이 40만 원에 팔린다”며 민간에 집중된 취수 관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강원도 고성군과 해양심층수고성진흥원은 공공재 성격의 취수관이 필요하다는 지역 여론을 수렴해 원수를 끌어올리는 취수관 설치 예산을 해수부에 요청한 상태다.

 

미래자원 해양심층수 신산업

고성진흥원에서 해양심층수로 만든 콤부차 식품
해양심층수고성진흥원에서 해양심층수로 만든 콤부차 식품

해양심층수 활용 산업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2014년 121억 원 규모이던 해양심층수 직접 매출액이 2017년엔 170억 원 규모로 증가해 웰니스(Wellness; Well-being과 fitness 또는 happiness의 합성어) 문화 확산에 따라 프리미엄 생수 시장을 해양심층수 이용 산업 확대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제기됐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해양심층수 관련 시장 규모는 2조 5,000억 원에 이른다고(2015년 기준).

해양심층수에서 추출한 천연 미네랄을 십분 활용해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음료, 또 이에 들어가는 원료를 만드는 연구도 시나브로 발전하고 있다. 해양심층수고성진흥원은 지난해 6월 개원해 1년 만에 심층수를 발효한 콤부차와 복합비료 등의 제품을 생산했다. 미네랄 함유량이 풍부한 해양심층수가 발효 효율이 높다는 특성에 착안한 것.

김일섭 진흥원장은 “사람에게 좋으면 농식물에도 좋다는 취지로 개발한 콤부차와 복합비료가 완성돼 곧 민간 업체로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외 90여 종의 미네랄이 함유된 심층수를 활용해 막걸리 종균을 배양하는 과제도 있다. 고성진흥원은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오염된 서해 갯벌의 천일염을 심층수로 정제하는 플랜을 시작으로 내륙에서 수조를 이용한 양식방법도 연구 과제로 삼고 있다. 일본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타격받을 수산양식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해양심층수를 활용하는 산업은 웰니스문화의 확산과 맞물려 질적으로 도약했다. 웰니스는 GDP의 성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웰니스 연구소(Global Wellness Institute)가 발표한 2017년 기준 웰니스 시장의 경제적 가치는 4.5조 달러(당시 한화 약 4,500조 원)로 전 세계 경제 생산의 5.1%를 차지하는 중요 분야로 커졌다. 뷰티, 헬스, 해양관광을 망라하는 웰니스의 흐름에 편승해 해외에선 해양심층수 활용 산업이 꽃을 피우고 있다. 일본의 고치현과 오키나와현은 지자체 특성에 맞게 식품제조분야 다이어트, 숙취해소, 미네랄 건강기능식품 첨가물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일본에서는 1,000여 종의 식품에 해양심층수가 사용됐다. 아사히맥주의 ‘본생’ 맥주도 그렇게 출시됐다.

미국은 처음 해수온도차발전에서 산업이 시작됐다. 미국 하와이 지역은 해양심층수 시설 견학과 체험, 제품 판매를 연계하는 관광상품도 운영한다. 하와이 NELHA(자연에너지연구소)가 위치한 단지에는 34개의 관련기업이 입주해 연간 220명을 고용하고 매년 4,000만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린다.

화와이 NELHA에서 해양심층수는 조개류 양식에도 쓰인다. 흑전복 생산량은 매년 80톤에 이르며 새우 종묘는 수출용으로 인기가 높다. 노르웨이는 연어 양식에 해양심층수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산양식업에 발 빠르게 심층수를 도입한 기업이 있다. 20011년부터 해양심층수에서 추출한 미네랄 함유 식품을 대표 브랜드로 일궈온 ㈜큐비엠이 올해 울릉도에 350평 규모의 스마트양식장을 짓고, 오는 11월부터 바다연어를 양식한다. 장유경 ㈜큐비엠 대표는 “울릉 양식장이 해양심층수를 활용한 한국형 양식의 모태가 될 거라 믿는다”며 “심층수를 육지로 퍼 올리기 용이한 동해에서 연어 양식이 성공하면 이어 후가공 산업이 클 것이다”라며 울릉도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대만처럼 해양심층수, 천일염, 갯벌을 연계한 관련 산업이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충남도는 2017년부터 해양치유자원을 활용한 건강관리와 휴양서비스를 목적으로 해양치유센터 건립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태안군 남면 달산포 스포츠 휴양타운에 지하 1층, 지상 2층, 8,543㎡ 연면적 규모로 센터가 건립돼 2023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완도 해양치유센터 기공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착공이다. ‘해양치유’는 바닷바람, 파도소리, 소금, 갯벌, 해니(바닷속 진흙)등 해양자원을 활용해 체질 개선과 면역력을 향상시킨다. 이같은 해양사업과 맞물려 해양심층수 관련 산업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양심층수 고성진흥원에서 복합비료 성능 실험을 하고 있다.
(재)해양심층수고성진흥원에서 복합비료 성능 실험을 하고 있다.

해양심층수 담수화 기술로 물 부족 해결

지구 온난화로 야기된 이상기후는 동해에서 사라진 ‘명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제주도에 물이 부족해 2030년에 이르면 물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거라는 한국수자원공사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농업 생활 용수의 96%를 지하수에 의존하는 제주 지역의 대체 수원 마련이 시급해졌다.

미국하와이 NELLA단지내 해수온도차플랜트 시설
미국 하와이 NELHA 단지내 해수온도차플랜트 시설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2/3가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OECD보고서도 발표됐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닥칠 수자원 고갈 위기를 대비해 정부에서는 해양심층수와 같은 바닷물을 식수나 농업용수로 만드는 해수담수화 연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김현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료를 통해 “바닷물에 함유된 유기물을 거르고, 염소, 황산이온 등의 염분을 거르면 사람이 마시는 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며 해수를 증발시켜 염분과 수증기를 분리해 담수를 얻는 증발법이나 염분은 통과하지 못하는 역삼투막을 만들어 해수를 담수화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실제 지구 표면의 75%가 해수로 이뤄져 있는 반면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은 고작 1% 남짓에 불과하다고. 수심 200m 아래로 흐르는 해양심층수를 끌어올려 담수로 전환하면 짜지 않은 식수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증발법, 역삼투법외에도 정삼투법, 막증류법, 흡착식법 등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2016년 12월에 연구소 내 해양심층수 산업연구발전센터를 설립했다. 해수온도차에너지를 이용해 해양심층수로 만든 제품을 보관하고, 필요에 따라 냉열도 가하는 내열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해수부는 2023년까지 해양심층수 산업을 4,000억 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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