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실책 인정하기
해양수산부의 실책 인정하기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2.10.1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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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 
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지난 8월에 출간된 서적 하나 때문에 국립연구기관이 토론회를 열었다. 그런데 함께 토론에 참석했던 전문가(교수)들은 대체로 문제의 서적을 낸 저자(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는 발표를 하는 반면 유독 국립연구기관과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온 패널들은 팩트 체크(fact check)를 하겠다며 책의 내용에 반박했다. 본질을 비껴간 매우 지엽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바로 나왔다. 게다가 이왕 반박할 것이라면 책이 나오기 전 언론에 연재될 때 반박할 기회도 있었는데, 책으로 나온 뒤에야 반박한다는 비웃음도 들렸다.

앞서 2개 기관 중 국립연구기관은 국회의원과 언론사가 공동주최하고 어민 단체가 공동후원하는 포럼에 패널로 초대됐지만 해양수산부와 함께 참석을 거부했다. 문제의 서적을 낸 저자가 주제 발제를 하는 포럼에 토론자로 초대됐지만 참석을 고사한 것이다. 그 이유는 가치 없는 소수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이자 감사기관인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국민이자 정책 대상자인 어민들이 후원하는 행사에서 정부 입장을 알리고 어민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라는데 고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공직자들이 세금 내는 국민의 간절함을 외면해 공직자로서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런데 고사한 포럼의 주제 발제자를 토론자로 부른 것이다. 홈 앤 어웨이(Home and Away) 경기 중 홈경기만 하겠다는 비겁자로 오해될 수 있는 장면이다. 국민들이 토론자로 나와 주기를 바라는 행사는 고사하고 거기에 반박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사를 바로 이어 개최했다는 것만으로도 부정적 시선을 받고도 남을 텐데 국립기관과 국책기관 박사들이 주제발표와 관계없는 책의 허점 찾기에만 혈안이 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반박거리를 찾거나 반대 논리를 개발할 것이 아니라 맞는 건 맞다, 고칠 건 고치겠다고 인정하는 자세를 갖는 게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니냐고 한 마디씩 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할 때 모두들 제 정신이 아니라며 종교 재판을 하던 모습이 연상된다. 설사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주장한 지구의 자전속도가 실제와 다르다고 치자. 그렇다고 지구가 돌지 않는 것은 아니다. 토론을 피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비켜가지 말라는 것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것이다, 시쳇말로 ‘쿨하게’ 말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잘못된 정책 또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잘못된 걸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바로잡자는 데 애써 외면하고 반박할 거리만 찾는 건 녹봉을 받는 이로서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화제의 ‘정석근 교수의 되짚어보는 수산학’ 책은 아무도 말하지 않던 잘못된 상식을 되짚어보자는 의미에서 나왔다. 그런데 마치 정부 정책을 뒤집거나 체제를 전복하겠다는 의도로 쓰여진 책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다. 아까운 시간에 팩트 체크를 하려면 어떻게 해서 문제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독자인 정책 대상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체크하고 분석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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