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푸르게 푸르게
우리 바다 푸르게 푸르게
  • 이춘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 승인 2022.05.0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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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녹화운동의 역사와 방향
이춘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이춘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현대해양] 지난 봄, 전국적으로 꿀벌 100억 마리 가량이 죽거나 사라졌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국민의 이목을 끌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불과 1년 사이에 50만 개 이상의 벌통과 100억 마리 가량의 일벌이 사라졌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를 상회하는 꿀벌이 소실된 것은 많은 이들의 충격을 자아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지구의 기온 상승과 환경변화 등으로 인해 활동 기간이 연장되고, 그에 따라 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환경변화는 비단 육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 아니라 바다 아래에도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해역 암반에 무성히 자라 숲을 이루어야 할 해조류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석회조류가 뒤덮는 바다사막화(갯녹음)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식목일은 이러한 바다 사막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범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바다숲을 조성하기 위해 2012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으며, 이듬해인 2013년 세계 최초로 바다식목일을 법제화하고 바다녹화 사업의 선도 기반을 마련하였다. 전 국민이 나무를 심어 푸른 숲을 가꾼 것처럼 바다에도 해조류를 심어 바다숲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것이다.

 

바다식목일 제정 배경

그러면 바다숲이란 무엇일까? 우선 숲은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곳을 말한다. 육지의 숲에 나무가 무성하다면, 바다숲은 연안 해역에 다양한 해조나 해초 등의 바닷말 군락이 우거진 곳을 말한다. 그러므로 바다식목일은 ‘해조류를 심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다숲은 연안생태계의 건강성 향상 등을 위해 반드시 복원·관리해야 하는 공간이다. 연안 수산자원의 80%가량이 바다숲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수산자원 생존 및 증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태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해안 영토관리 및 연안 생태계 서비스 가치 측면에서 봤을 때 바다숲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공공 자산으로서 재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바닷속 암반층에 있어야 할 바다숲, 즉 해조류 등이 소실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갯녹음 현상 때문이다.

갯녹음 현상은 약 1980년대부터 국내에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2020년 기준 전국 연안 암반 33.5%에 걸쳐 갯녹음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갯녹음 현상을 억제하지 않으면 결국 정착성 생물들의 고사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바다 아래는 일반인들이 확인하기 쉽지 않고, 진행 상황을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갯녹음 현상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과정에는 다소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따라서 한국수산자원공단은 바다숲을 조성하기 위한 전문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바다사막화 현상
바다사막화 현상

바다녹화운동의 역사

△공공 부문- 한국수산자원공단

정부 주도의 바다녹화 운동은 두 가지 갈래로 진행되어왔다. 첫 번째는 바다숲 조성 및 관리사업이다. 바다를 푸르게 만들기 위한 바다숲 사업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시기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우선 2009년부터 2014년까지는 바다숲 조성의 기반을 닦는 과정이었다. 우선 바다숲을 조성하기 적합한 해조류를 탐색하고 발굴해냈으며, 바다숲 조성 후보지를 사전에 확보하였다. 그 과정에서 연안해역 중 기후변화 및 해양 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심한 곳, 그리고 연안 바다 생태계 회복을 위한 적지를 선택해내어 5년여간 5,709ha의 바다숲을 조성하였다. 또한 바다식목일 행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이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2015년에는 바다숲 사업을 고도화하였다. 누적 7,000ha의 바다숲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점차 한반도 주변 수온이 올라감에 대응의 필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은 수온에도 적용 가능한 해조류를 탐색하고 발굴해내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자연적으로 조성된 바다숲을 찾아내어 보존하는 사업을 펼쳤다. 바다식목일 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하며 3년차를 맞이하면서부터는 환경단체 등과 연계하여 행사의 규모를 확대하였다.

현재는 바다숲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20년부터는 해역별 수심과 자연광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하여 광범위 투명도 서식가능 해조류를 개발을 해왔다. 또한 저비용·고효율의 바다숲을 조성하며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바다숲 사업은 이제 국민 참여형으로 바뀌어야 할 때다. 아직까지 국민에게 바다숲은 생소하게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다숲 사업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 바다숲 주변 공간을 친숙한 공간으로 바꾸기 위하여 바다숲 주변을 관광지로서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국민 행복 친수공간’으로 이름 붙여진 바다숲 조성 예정 지역은 경북 포항시 장길리 복합낚시공원과 울릉군 천부 해중전망대다. 두 곳은 해상 투명도가 높아 육지에서 이어지는 주변 일대에서 바다숲을 육안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공공 주도의 바다녹화 사업의 또 다른 갈래는 바다식목일 행사다. 2011년에는 바다식목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국회에 건의하였다. 같은 해 12월에 「수산자원관리법 제3조의 ②(바다식목일) 」의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의결을 거쳐 2012년 공포되었다. 2013년부터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본격적인 바다식목일 기념 행사를 개최하게 된다. 바다숲 보호·보존에 대한 국민의 인식변화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연구가 지속된 것이 결실을 이룬 것이다.

제1회 바다식목일은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한 800명의 내빈의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이듬해인 2014년 세월호 사고로 약식 개최하였다. 2015년 행사는 경남 거제시에서 1,400명 규모로 진행되었고, 2016년에는 2,500명, 2017년 3,000명, 2018년에는 3,500명의 참여를 이끄는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민간 부문– 바다녹화 운동본부

2016년 4월에는 바다식목일 행사의 전국적 확산을 위해 사단법인 바다녹화운동본부를 설립하여 같은 해 제4회 바다식목일 기념행사부터 공단과 협업 개최하고 있다. 바다녹화운동본부에는 50여개의 단체 및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바다식목일 행사의 전국민 네트워크를 구축·운영하고 국민과 기업, 지자체 참여형 활동을 펼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바다녹화 운동본부의 구체적 활동으로는 일반 국민과 기업이 참여하는 해조류 씨드볼 뿌리기, 잘피숲 심기, 갯닦기, 조식동물 구제작업, 바다정화활동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바다식목일 캠페인 등 바다녹화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도 운영하여 바다를 더욱 푸르게 가꾸기 위한 인식 제고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바다녹화를 위한 민간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실천적 움직임을 확대해가고 있다. 전국 5개 대학, 6팀(115명)의 바다녹화 서포터즈를 구성하여 수중 및 연안 정화활동을 펼쳤고, 작년 6월에는 대형선망수협 및 서포터즈와 협업하여 해양쓰레기 수거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5월 10일은 바다식목일, 해조류로 숲을 이루자

갯녹음 현상의 심각성을 전 국민이 인지하고 함께 뜻을 모아 바다숲을 지키고 복원하기 위해 지정된 날, ‘바다식목일’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제10회 바다식목일 기념행사는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에서 100여 명의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된다. 기념 행사에서는 바다식목일의 취지에 맞게 바다녹화 및 수산자원보전에 많은 기여를 한 유공자를 대상으로 훈장 및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상으로 바다식목일 기념 체험교구를 무료로 배포한다. 올해 배포되는 교구는 7세 아동을 대상으로 제작된 ‘나만의 해초 비누 만들기’와 ‘나만의 바다숲 만들기’ 2종이 각각 1만 개씩 배포된다. 교구와 함께 제공되는 안내서에는 교구 제작 매뉴얼 영상 및 바다식목일 관련 애니메이션, 동요, 창작 동화책 등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QR코드가 삽입되어있다.

올해 바다식목일 기념행사는 해역별로 진행된다. 우선 동해권역에서는 포항 연안 해역에서 포스코 ICT, 어촌계 등과 함께 해양환경 개선활동 등을 펼치며, 서해권역에서는 충남 태안에서 잘피 심기 및 수중·해변 정화활동을 펼친다. 남해에서는 온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진행된다. 여수여객터미널, 전남수산과학관, 유송리 바다숲 조성지에서 잘피 심기 체험 등과 해조류 웰빙 제품등을 기부하고 소외계층 어린이와 함께 체험 행사를 진행하는 등의 나눔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제주해역에서는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사랑海, 우리바당 ’ 체험 행사와 ‘우리바당 Clean-up’ 캠페인을 통해 수중 및 연안 정화 활동을 실시하며 시민 참여를 이끌 예정이다.

이미 훼손된 바다숲을 다시 복원하는 일은 국가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다행히 바다숲을 조성하기 위한 지구 환경을 사랑하는 개인의 노력도 전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실천 위주로 변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운동, 에너지 절약 운동 등 육지를 더욱 푸르게 만드는 국민의 인식도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바다사막화 현상
2013년 모슬포에서 열린 제1회 바다식목일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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