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바다사막화 현황과 바다숲 조성 방향
전국 바다사막화 현황과 바다숲 조성 방향
  • 정기원 해양수산부 수산자원정책과장
  • 승인 2022.05.0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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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바닷속은 지금…
정기원 해양수산부 수산자원정책과장
정기원 해양수산부
수산자원정책과장

[현대해양] 흔히 ‘해양 오염’이라고 하면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과 마구 뒤엉킨 폐어구, 그리고 어구에 걸려 힘들어하는 생물들을 떠올리곤 한다. 당장 눈앞에서 나뒹구는 해양오염의 잔해들을 보면서 저 깊은 바닷속의 오염까지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밖으로 드러난 해양환경 오염도 심각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닷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바로 ‘바다사막화(갯녹음의 지표생물인 석회조류가 고사하면서 발생하는 탄산칼슘에 의해 암반이 하얗게 변하기 때문에 ‘백화’ 현상이라고도 함)’다. 생명의 보고라 불리는 ‘바다’와 메마르고 거친 ‘사막’, 상반된 두 단어의 조합은 얼핏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제로 전 세계 바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호주에 위치한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해안의 산호초 집단 폐사, 미국 자비스섬의 산호 폐사 등이 그 예이다.

 

바다숲의 가치

육상의 푸른 나무들이 이룬 울창한 숲이 여러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되어 생명력을 가득 뿜어내듯이 바닷속에 있는 바닷말(해조류의 순 우리말 표현)과 해초류(해초류는 해양에 서식하는 현화식물로서 바닷말과 달리 뿌리를 가지는 등 육상의 풀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음)가 이룬 ‘바다숲’ 또한 수산생물들의 안식처이자 1차 생산자로서 바다 생태계의 근간이 되고 있다.

바다숲의 기능은 그 깊이만큼이나 방대하다. 우선, 수산자원의 먹이이자 서식처로 활용됨으로써 연안 생물의 다양성과 생산성을 향상시켜 어업자원의 증대에 기여하며, 해양으로 유입되는 과도한 영양염과 중금속을 흡착하고 해수에 용존산소를 공급하여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바다숲을 이루는 해조류는 인류의 소중한 식량자원으로써 인체에 유용한 성분을 다량 함유하여 바이오산업의 중요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조류의 바이오에너지(바이오에탄올) 생산기능은 화석연료의 대체자원 생산기술로써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바다숲의 탄소중립 기여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바다숲은 열대우림보다 이산화탄소를 약 50배 빠르게 흡수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의 첫 번째 과제로 손꼽히는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써 탁월한 역할을 한다.

갯녹음의 원인과 치유과정 모식도
갯녹음의 원인과 치유과정 모식도

바다숲이 사라지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바다숲에서 광합성을 하는 해조류들이 소멸되고 하부에 공존하던 석회조류가 우점하는 현상을 ‘갯녹음’이라고 하며 갯녹음이 지속 확산되면서 석회조류 고사로 인해 암반이 하얗게 뒤덮이며 황폐화되는 현상을 ‘바다사막화’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이후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해역에서 갯녹음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1990년대에는 동해 연안으로 확산되었다. 2011년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 결과 매년 1,200ha 규모의 갯녹음이 확산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그 면적이 자그만치 여의도의 4배에 달하는 면적으로 우리나라 연안이 바다사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한다면 갯녹음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과 수산업 전반의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국 연안의 바다사막화

한국수산자원공단의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갯녹음은 전국 연안의 33.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가파른 기온 상승과 무분별한 개발 행위가 육상 숲을 구성하는 산림을 소멸시켜 사막화를 초래하듯이, 바다숲 또한 수온 상승, 해양오염 증가, 조식동물의 증가 등으로 인해 사막화가 발생하며, 대개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해류와 다양한 지형적 특성 등으로 해역마다 갯녹음의 발생원인이 다르게 추정되고 있어 그에 대한 대응 또한 원인에 맞게 이루어져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해역별로 갯녹음의 현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갯녹음 원인 규명 및 대책수립 가이드라인(2017,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안의 갯녹음은 2020년 기준 48.3%로,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해역에서부터 동해 남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해역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대부분이 성게, 소라, 조식어류 등 초식동물에 의한 과도한 섭식 활동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서해안의 갯녹음은 2020년 기준 7.4%로 연안 개발로 인한 오염물질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각종 부유물질이 암반에 침착, 퇴적됨으로써 대형 갈조류의 번식이 저해되어 석회조류와 잎꼬시래기 등의 소형 홍조류, 떼조류 등만 남게 되는 빈약한 식생만 존재하는 형태로 갯녹음이 발생하는 것이다.

남해안의 갯녹음은 2020년 기준 12.6%로 갯녹음의 원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해역이다. 특히 남해 동부권역에서는 성게와 같은 조식동물의 섭식에 의한 갯녹음 발생은 물론, 난류가 통과함에 따라 수온 상승에 의해 갯녹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남해 서부 권역에서는 부유물질의 퇴적과 높은 탁도로 인해 해조류 부착이 저해되는 것이 갯녹음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판단된다.

제주도의 갯녹음은 2020년 기준 33.3%로, 해안가의 양식수 배출구 주변 등을 중심으로 갯녹음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육상에서 배출되는 오염수로 인한 수질 악화가 갯녹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기후 가열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되면서 제주해역을 지나는 난류에 의해 고온에 약한 엽상해조류는 고사하고 고온에 강한 무절산호조류는 번무하는 것 또한 제주 갯녹음 현상의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바다사막화 그 후

전국 연안을 둘러싼 바다사막화는 자원, 인류, 환경 전 범위에 거쳐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석회조류가 고사하면서 발생하는 탄산칼슘으로 인해 바다가 산성화되는 것은 물론, 먹이자원이자 서식처였던 해조류가 고갈되면서 전반적인 생물량과 종다양성이 급감하게 되고 이는 곧 해당 해역 생태계의 황폐화를 불러온다. 이러한 수산자원의 감소는 곧 수산업 전반의 소득 감소 및 활력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바다사막화가 미치는 영향은 비단 수산자원 감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해조류가 소멸되면서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떨어지게 된다. 바다가 흡수하지 못한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남아 온실가스로 존재하며 지구를 더욱 가열시킨다.

 

바다를 다시 푸르게

바다사막화를 치유·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전국 연안에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연안에 211개소(2만 6,644ha)의 바다숲이 조성되었으며, 2022년에는 17개소(2,536ha)의 바다숲을 추가로 조성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해역별 해양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환경에 적합한 바다숲 조성모델 및 품종개발 등 사업고도화를 위해 방안을 마련중에 있으며, 극심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바다숲 탄소흡수능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바다숲의 블루카본 국제인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분야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을 발판삼아 바다숲의 조성 확대를 통해 블루카본 공식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5월 10일은 바다식목일

이미 한차례 황폐화된 수중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봄마다 반복되는 황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비사막에 나무를 심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 척박한 환경에서 뿌리를 내린 사막의 나무들은 이제 황사바람은 물론 휘청였던 지역경제도 되살리고 있다. 고비사막의 나무들이 고사를 반복하면서 극도로 낮은 생존율을 극복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지자체, 기업, 시민 전 범위에 이르는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산림의 황폐화를 방지하고자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매년 6월 17일)’을 정하고, 우리나라가 일찍이 ‘식목일(매년 4월 5일)’을 제정하여 대국민적 관심을 촉구하였다. 우리나라는 2013년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범국민적 관심속에서 바다숲을 조성하도록 ‘세계 최초’로 바다식목일(매년 5월 10일)을 제정하여 사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매년 전파하고 있다. 올해로 바다식목일이 제정된지 10년이 된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국민의 작은 관심과 움직임이 더해져 모든 국민이 바다숲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면 해조류가 뒤덮인 풍요의 바다숲이 되어 무채색의 하얗던 바다가 다채로운 색을 되찾아 풍요로운 바다와 어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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