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 수산업계 보호대책 먼저
CPTPP 가입, 수산업계 보호대책 먼저
  • 김기성 수협중앙회 부대표
  • 승인 2022.04.08 0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성 수협중앙회 지도 부대표
김기성 수협중앙회 부대표는 강원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해 조합감사실장, 총무부장, 어업정보통신본부장, 기획부장, 연수원장, 경영전략실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1월 1일자로 지도 담당 부대표에 발탁됐다.

[현대해양]

영세 어가는 누가 대변해주나

지난 3월 15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언론사마다 한미 FTA 성과를 높게 평가하며 가입 당시 논란이 되었던 국내 한우 가격 하락, 광우병 파동 등 한우업계 몰락은 기우에 불과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실제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2021년 2.2배 증가(약 11만 5,000톤→약 25만 톤)하였으나, 한우 사육두수는 201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한우 산지 가격도 마리당 평균 378만 원에서 645만 원으로 약 41% 상승했다고 밝혔다. 역사는 승자들에 의해 쓰인다는 말이 있듯이 살아남은 자들은 한미 FTA에 대해 자화자찬을 하고 있으나 몰락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해주지 않는 것 같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미 FTA 이후 축사시설 현대화와 소고기 생산성 향상 등 경쟁력 보완대책에 따라 2014년부터 2022년까지 100마리 이상 사육 농가수는 약 2,000개가 증가(5,873개→7,871개, 25% 증가)된 반면, 20마리 이하 농가수는 약 2만 4,000개가 감소(7만 444개→4만 6,089개, 38% 감소)하였다.

그 결과 영세한 한우 농가가 몰락하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아무도 이들의 눈물에 대해서는 알아주지 않고 있다. 그리고 비단 한우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성, 국익이라는 잣대 아래 수많은 FTA를 체결하면서 생업을 포기해야 했던 산업과 종사자들은 자연스레 잊히고 있다.

이는 우리 수산업계가 마주한 현실과 너무 많이 닮아서 커다란 근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기존 노르웨이·베트남 등의 국가와 체결된 FTA 결과 해외에서의 연어 수입 증가로 인해 국내 양식 수산물 소비가 감소하고, 고등어, 갈치, 주꾸미 등 각종 수입수산물이 국내산 수산물 소비를 대체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근해 어업생산량 또한 2016년 100만 톤 아래로 내려가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수산업계의 침체는 가속화되고 있다.

 

관세철폐에 보조금 제한까지

이러한 상황에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온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게 된다면 대부분 어선이 10톤 미만의 소형 선박으로 구성되고 맨손, 나잠어업 등 영세 어업 비율이 높은 우리 수산업은 그 기반이 붕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관세 철폐에 따른 수입수산물의 급격한 증가만으로도 우리 수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데 CPTPP는 이전의 FTA와 달리 수산보조금까지 금지되거나 제한될 수 있어 수산업계에 더욱 치명적이며 어업인에 대한 사망선고와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우리 수산업계가 목숨을 걸고 CPTPP 가입을 반대하는 것이다. CPTPP는 수산업에 대한 보호대책 없이는 절대 추진이 불가하며 정부는 관련 정보를 즉시 공개하고 선(先) 보호대책 마련 후 가입 추진 여부를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자원관리형 어업구조로 개편하기 위해 수산업 보호대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우리 수산자원은 엄격한 TAC 제도 하에 금어기·금지체장·금지구역 등을 정하여 관리하고 있어, 과잉어획된 상태에 있는 자원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어업인에게 지급되는 수산보조금 또한 CPTPP 규범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조금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현행 면세유 과세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현행 개별 세법에서는 주행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어업용 석유류에 부과하고 있으나, 법에서 정한 부과 목적은 어업용 석유류에는 맞지 않으므로 과감히 제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어업용 석유류에 대해서는 면세가 아닌 원칙적 비과세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셋째, 감척 폐업지원금 상향 등 어업구조 개편을 위해 어업인 탈출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폐업지원금은 시장가격을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현행 평년수익액의 3년분의 100%에서 획기적으로 200%까지 상향하여 단기간에 효과적인 어선세력 개편이 필요하다.

넷째, 어업인 기본소득 도입 또한 검토되어야 한다. 어업인의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자원남획이나 과잉어획, 불법어업 등 수산자원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한 의지 자체를 감소시키는 방안이 될 것이다.

 

존폐 기로에 선 수산업

우리 바다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된 매립·간척, 바다모래 채취와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해상풍력사업 등 각종 인위적 개발행위로 황폐화되어 가고 있고 적조와 고수온 등 기후변화까지 겹쳐 실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밖으로는 세계 각국과의 FTA 체결에 따른 수산물 시장 개방,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한일 어업협정 결렬로 인한 조업구역 축소 등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우리 수산업과 어촌은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몰린 상태이다.

이에 더해 수산업에 대한 先 보호조치 없이 CPTPP에 가입하여 추가적인 시장 개방과 수산보조금이 없어질 경우 우리 수산업은 존폐의 기로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수산업 보호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