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가 도대체 뭐길래…
CPTPP가 도대체 뭐길래…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2.04.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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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부는 무조건 밀어붙일까?
지난달 2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공청회에 농어업인들이 크게 반발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4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홍남기 부총리는 “현 정부 임기 내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며, 2022년 4월경에 신청서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정부에서도 발빠르게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농어업인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특히 어업인들은 ‘수산업 말살하는 CPTPP 가입 결사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왜 수산단체는 CPTPP 가입에 반대할 수 밖에 없을까?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면 수산업은 어떤 피해를 입게 되는 걸까? 의문점은 ‘CPTPP가 도대체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한다. 

CPTPP? 메가급 FTA!

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는 일본 주도의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자유무역협정은 국가간 상품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관세를 철폐하는 협정인데, CPTPP는 더 큰 규모로 관세를 철폐하는 무역이라고 볼 수 있다. 관세는 자국의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의 일환으로 생겨났다. 보호무역은 자국의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 제품의 가격을 높게 매기는 것으로,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 제품의 가격은 오르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외국에 자동차를 판매하는데, 외국에서 그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매기면 그 자동차는 원래 측정된 가격보다 비싸지고, 그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더 싸게 팔면 수익이 나지 않으니, 수출업자 입장에서는 조금 불리하더라도 핸디캡을 안고 무역을 하게 된다. 보호무역과는 반대로 FTA는 자유무역을 위한 관세를 철폐하는 제도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CPTPP는 더 많은 국가들과 더 높은 수준의 관세를 철폐하는 조약을 맺는 메가급 FTA라고 말할 수 있다. 

수산인들은 왜 반대하는 걸까?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경제 영토가 넓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외국제품이 우리나라 시장을 잠식할 수 있어 일부 국내산업은 피해를 볼 수 있다. 수산단체들이 CPTPP 가입 추진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발행한 ‘CPTPP 발표에 따른 국가별 반응 및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CPTPP 가입국은 농산물의 95% 이상, 수산물에 대해서는 100% 관세 를 철폐했다. 이에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할 경우 수산 분야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2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CPTPP 가입 추진 공청회에서 어업인들은 “CPTPP 가입 시 높은 관세 철폐로 저렴한 수입 수산물 이 들어와 국산 수산물이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렇다면 다음 의문점은 ‘CPTPP 가입으로 관세가 철폐된다면 실제로 수산업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게 되는가’로 이어진다. 

‘대외비’로 감춘 수산업 피해 규모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어업인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업인들은 수산물 시장 개방을 앞두고 공포감을 느끼고 있으나 정부는 피해 규모 연구 결과에 대해 ‘대외비’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양수산부 통상무역협력과 관계자는 “피해 규모 연구 결과가 세부적으로 공개될 경우 향후 CPTPP 가입 협상이 진행될 때 우리 쪽  전략이 노출될 수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 방침”이라며 “CPTPP의 개방 수준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어업인분들이 우려하시는 게 당연하지만 자료가 공개되면 협상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분야의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조차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CPTPP 피해에 따른 국내보완대책 연구를 맡고 있는 A박사는 “관련 연구를 많이 못해서 말씀드리기가 힘들다. 규범 연구를 할 뿐 CPTPP가 미칠 영향에 관한 연구는 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산업 전문가로부터는 피해 영향에 대해 간단히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CPTPP가 체결된다면 캐나다에서는 랍스터나 대게, 뉴질랜드에서는 홍합 정도가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활 수산물이 수입될 텐데 이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관세가 철폐되면서 후쿠시마 수산물이 장벽 없이 쉽게 들어올 수 있다 보니 안전성 문제에서 우려가 되고 있는 상황” 이라고 전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절대 수입 안 해” 진짜일까?

어업인들은 대만이 CPTPP 가입을 위해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금지를 해제했다는 소식에 우리나라도 협상 과정에서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재개가 이뤄질지도 모른다고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후쿠시마 수산물을 수입하는 문제는 CPTPP 가입과 연계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확실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수산업계는 수산 보조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CPTPP 협정문 환경 챕터에는 남획과 과잉생산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 지급을 규제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불법어획, 과잉어획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계속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수산업 피해와 보호대책 등에 대한 정부의 제대로 된 설명은 나오질 않아 어업인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수산단체들은 농업계와 연대해 오는 4일 여의도에서 CPTPP 가입 저지를 위해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가입 철회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연구 결과는 공개하지 않은 채 가입에만 속도를 올리고 있다. “CPTPP 가입은 어업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어업인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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