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바닷모래 채취 피해가능성 알고도 민수용으로 확대 공급
국토부, 바닷모래 채취 피해가능성 알고도 민수용으로 확대 공급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6.23 0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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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고서에 ‘악영향 지적’ 무시…모래 채취량 허위신고까지

▲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과 한국수산업총연합회는 지난 4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EZ 바다모래 채취를 반대하고 골재채취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국토교통부가 골재채취로 연근해 어업 어획량이 감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2007년부터 인식하고도 지난 10년간 바닷모래 채취를 강행해 왔음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0년 발행한 ‘해사채취 친환경적 관리방안연구(부제: 수산자원분포 및 변동연구)’에 따르면 어민과 수산자원의 피해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채취량을 늘리고 민수용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최근 바닷모래 채취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존재가 알려진 이 보고서는 국토교통부 전신인 국토해양부의 의뢰를 받아 국립수산과학원이 작성한 것으로 2010년 2월 3일자로 국토부 장관 앞으로 제출됐다. 해당 보고서는 총 17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2008년부터 남해EEZ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시작되면서 발생하는 수산자원변동 영향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의 ‘제3장 제5절 해사채취에 의한 수산자원의 영향저감방안 및 대책’에서는 “다양한 새우류의 서식으로 풍부한 먹이가 있어 저어류, 특히, 가자미류와 까나리, 장어류 등의 산란장과 성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연안과 근해의 골재 채취가 가능한 해역은 전통적으로 이들 서식종을 대상으로 하는 어업에 대한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해사 채취는 저어류의 산란장 및 성육장 등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붕장어통발과 저인망 등의 어업활동을 저해함으로써 어업인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 국토부가 2010년 발행한 보고서 「해사채취 친환경적 관리 방안 연구」 167페이지.

“어업인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보고서 지적

이처럼 2010년 정식으로 발간한 공식보고서를 통해 해사채취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해 8월 국토부는 당초 국책용에 한정했던 바닷모래를 민수용으로 오히려 확대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토부에서 해사채취 관련 업무를 수탁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도 2014년 12월에 발간한 ‘남해EEZ골재채취단지의 해양생태계구조 및 부유사거동 연구(1차년도)’ 보고서를 통해 어업피해 및 수산자원 감소 등 바닷모래 채취피해 가능성을 충분히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해사 채취가 이뤄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의 어종과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대조구가 36종, 해사채취구는 19종이 채집되어, 대조구에 비해 해사채취구에서 출현종수가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사채취지점이 대조구보다 출현 종수나 개체수가 적었던 결과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 수자원공사(K-Water)가 2014년 12월에 발간한 ‘남해EEZ골재채취단지의 해양생태계구조 및 부유사거동 연구(1차년도)’ 보고서 171페이지.


감사원 감사에서 ‘채취량 미확인’ 적발

바닷모래채취과정에서도 불법이 만연했다. 남해EEZ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해 온 골재업체들이 골재 채취량을 상습적으로 축소 신고한 것이다. 지난 3월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연안정비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2008년부터 남해와 서해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바닷모래 채취 관리업무를 국토교통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채취업체들의 채취량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실태는 감사원이 부산 송도해수욕장 양빈사업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감사원은 “수자원공사는 2008년부터 2016년 8월 31일까지 단지 관리비를 징수하면서 골재채취업체가 채취한 골재에 대하여는 검량사 등을 통해 실제 물량을 확인하지 않고, 단지 골재채취업체가 제출한 골재채취선박의 검정보고서에 기재된 선창용적을 기준으로 단지관리비를 징수하였다”고 지적하며 “8개 골재채취업체의 경우 위 공사(송도해수욕장 양빈공사)에 총 355회에 걸쳐 실제 골재채취량 1,311,251㎥보다 적은 1,187,141㎥만 신고함에 따라 계 124,110㎥의 골재채취량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골재업체들이 신고량 대비 최소 10% 이상 바닷모래를 과다 채취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여전히 골재 채취 업체 비호”

지난 2008년 이후 남해와 서해에서 집계된 바닷모래 채취량이 1억㎥를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축소 신고된 바닷모래채취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요구하는 전국 어민들은 “골재업체들이 허위 신고하고, 채취 단지 이외의 지역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부정행위와 의혹들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토부는 지난달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 건설·골재협회 및 어업인단체, 민간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가운데 ‘EEZ 골재채취 민관협의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민관협의회의 구성을 놓고 참석자간에 다양한 의견 청취 차원에서 건설, 골재 측을 참여시키자는 의견과 정부, 어업인 등 이해당사자로만 구성하자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회의가 무산됐다.

바닷모래 채취가 수산업계가 청산해야 할 가장 큰 적폐임에도 정부는 아직도 골재채취 업자들만 비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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