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 채취 금지법안 만들 때까지 모든 것 걸고 맞설 것”
“바닷모래 채취 금지법안 만들 때까지 모든 것 걸고 맞설 것”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5.0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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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후반부 접어든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취임 3년차 맞아…어민 위해 투쟁하는 조직 변모
▲ 임기 후반부에 들어선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박종면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지난 2015년 3월말 취임한 수협중앙회장이 취임 3년차를 맞았다. 임기 후반에 접어든 것이다.

김임권 회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차기 수협은행장 후보 선정이 난항을 거듭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수협은행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수협중앙회 회장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대안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해수부에서 미는 사람은 없지만 수협이 원하는 사람은 안 된다고 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임권 회장은 “정부 측도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더라”라며 “해수부가 중심을 잡아주면 되겠는데 해수부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 한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주무부처가 어떻게 하면 산하기관이 잘 되느냐 하는 것이 판단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말을 듣느냐 안 듣느냐는 것이 판단기준이 되어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 측은 (수협은행장으로) 누굴 미느냐고 물어봤다. 합리적이면 고려해보려고 했는데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협이 원하는 사람은 안 된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최근 바닷모래 채취 반대 투쟁에 대해서도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느냐?”며 반문하고 “남은 임기도 어민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전력투구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취임 3년차를 맞았는데, 그간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

취임 후 최대 현안이자 강한 수협으로 나가기 위한 첫 관문이었던 사업구조 개편을 지난해 마무리 지으면서 새로운 발전을 향한 길이 열리게 된 것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뜻 깊은 것은, 사업구조 개편 준비로도 벅찬 상황과 경제와 정치 불안 속에서도 지난 2년 동안 우리 수협의 수익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취임 전과 비교하면 중앙회(은행 제외)는 수익이 6배 증가했고 조합들도 2배나 늘었습니다. 우리 수협이 어민을 위해 그 만큼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냈다는 뜻입니다.

조합들의 중앙회 출자도 큰 폭으로 늘어나서 최근 1,000억 원을 달성하고 출자증대 목표를 1년 앞당기는 쾌거도 이뤄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면 정부에 의존해왔던 과거의 유약한 모습을 탈피하고, 어업인 협동자조조직으로서 정체성을 바탕으로 수협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내가 회장으로서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일을 하러 온 사람인지에 대해 조합장님들과 모든 수협 임직원들이 공감하고 함께 노력해준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보람을 느낍니다.

 

▲ 사업구조 개편으로 2016년 12월 1일 새롭게 출발한 수협중앙회 ‘新수협 출범식’.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어렵다던 수협법 개정을 성사시켰다.

수협이 가장 앞장서서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에 의존해왔던 과거의 유약한 모습을 탈피하고, 어업인 협동자조조직으로서 정체성을 바탕으로 수협이 주체가 되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아니면, 또 수협이 아니면 누가 앞장서겠습니까? 강한 힘을 가진 조직으로 거듭나서 어민들을 위해 전력투구해야 하는 것이 우리 수협의 사명입니다. 바닷모래 채취 금지 법안을 만들어서 이 어리석은 행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달성할 때까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정부에 대해 바다모래 채취의 영구적 중단과 함께 기존 채취해역의 환경 원상복구도 강력하게 요구할 것입니다. 이건 수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국민이 대대손손 향유해야 하는 소중한 자연환경을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본질입니다. 내가 가장 먼저 앞장서서 수산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국토부 등 정부 부처는 모래 채취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

바닷모래 채취의 영구적 중단은 어민은 물론 국민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의 문제입니다. 우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전국 어민, 수산산업 종사자들과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육지에 모래가 없는 것도 아닌데 바다에서만 파헤치고 있습니다. 값이 싸다는 이유입니다. 채취하는데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바닷모래를 고집하는데, 과연 육상모래보다 경제적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자연 훼손으로 발생하는 환경비용, 어장이 파괴되면서 생기는 피해, 염분을 제거하는 비용, 염분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채 사용했을 때 건축물에 미치는 피해 등 따져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게 정말 경제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골재 40%를 바다에서 채취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고, 이웃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바다면적이 훨씬 넓지만 바다모래 의존도는 4%에 불과한데 선진국에서 바닷모래 의존도가 낮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해사 채취는 수산자원 산란장을 파괴하고 서식지를 사라지게 하는 심각한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에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골재 수급이 문제가 된다면 4대강 모래부터 소진하고 해외에서 수입을 해서라도 바다 생태계 파괴는 막아야 합니다. 또 풍력발전소 건설 등으로 어업인들에게 피해를 야기하는 개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들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정부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야만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취임하면서 꼭 마음먹었던 것은, 우리 어른들이 지금 먹고 살고 있는 터전인 바다를 자손만대까지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닷모래 채취를 비롯해 어장을 파괴하는 행위에 강력히 맞서야 할 이유입니다.” 사진은 지난 2월 22일 열린 바닷모래 채취 제도개선 정책토론회에서 바닷모래 채취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는 김임권 회장. ⓒ박종면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수산정책은 무엇인지?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 어민소득을 현행 대비 2배가량 높은 연간 8,000만 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표를 잡고 자원보호, 생산지원, 유통체계 개선 등을 큰 틀로 수산정책 입안을 요청할 것입니다.

이미 바닷모래 채취 금지는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수산업에는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어장과 어선, 선원과 어시장이 바로 그것이고 그 가운데 핵심이 어장입니다. 여러 가지 세부적인 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가장 핵심이 돼야 하는 부분은 자원보호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산업, 풍요로운 어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바닷모래 채취, 갯벌 간척, 해상풍력 발전 같은 해양생태환경 파괴는 근절돼야 합니다.

 

해외어장 개척, 대외 투자 등 수산업의 세계 진출을 역설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추진하고 있는지?

우리는 어선과 어획기술을 충분히 갖고 있지만 어자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 사할린 지역이나 미얀마 등지는 풍부한 어자원을 가진 대신 이를 어획하고 활용할 인프라와 기술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런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외어장을 신규로 개척한다면 우리 수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자원관리 측면에서도 봤을 때, 우리 어선과 인력이 해외로 진출한다면 그만큼 국내 연근해에서의 어획강도를 줄여 자원 복원과 증식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업이 무너지고, 그 다음은 시장이 무너지게 됩니다. 고기를 잡는 어선과 선원들이 직격탄을 맞겠지만, 이들이 확보해온 수산물이 시장에 풀리지 않으면 하역종사자, 중도매인, 냉동냉장업자 등 시장유통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연쇄적으로 다 무너집니다.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문제고 해외에서라도 수산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올해 중으로 러시아 측과 사할린 지역에 우리 어선들이 직접 조업하거나 러시아 수산업체와의 합작방식 등으로 조업하는 방안을 제안해 추진할 생각입니다. 또 수산가공시설 등에 대한 투자도 검토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노량진시장 신규판매자리에 일반 공모에 지원자가 대거 몰려 화제가 됐는데, 노량진시장 구시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최근 구시장 상인들에 대한 최종 입점기회를 부여하고 남은 신시장 잔여자리에 대한 일반 공개분양에 사람들이 몰려 22: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노량진시장이 수산물 판매에 있어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것입니다.

애초부터 이전을 거부할 명분도 없는데 일부 상인들 사리사욕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은 충분히 입증되었고, 소매상인 가운데 400여 명이 이전하면서 새 시장이 완연하게 정상화됐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새로운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문화공연, 마케팅 강화 등 노력을 기울여 나갈 생각입니다.

 

▲ 지난해 12월 1일 수협 사업구조 개편 이후 자회사로 분리된 독립 수협은행장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김임권 회장은 수협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이해하는 인재가 ‘새 은행장상’이라고 말한다.

수협은행 신임 행장 공모 파행을 맞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가장 큰 문제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대안이 없는 것입니다. 해수부에서 미는 사람은 없지만 수협이 원하는 사람은 안 된다고 한다고 합니다. 정부 측 은행장 추천위원도 (의견이) 갈리는 모양입니다. 해수부가 중심을 잡아주면 되겠는데 해수부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무 부처가 어떻게 하면 산하기관이 잘 되느냐 하는 것이 판단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말을 듣느냐 안 듣느냐는 것이 판단기준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정부 측은 누굴 미느냐고 물어봤습니다. 합리적이면 고려해보려고 했는데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수협이 원하는 사람은 안 된다고 한다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수협은행 신임 행장은 어떤 사람이었으면 하나?

첫째는 금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고, 둘째는 어민, 수협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공적자금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수협은 협동조합 정체성을 훼손당해왔습니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아야 하는데 그래서 우리에게는 은행 수익성을 극대화시켜줄 전문 경영인이 필요합니다.

또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민과 수협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협은행이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어렵고 힘든 어민을 돕기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역할과 책임을 이해해야만이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경영에 임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한다면 누구든지 차기 행장으로서 기본적인 자격은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 취임 전부터 ‘강한 수협’을 표방했던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줄곧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을 주창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아 수협 역대 최고 ‘강한’ 수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

후반기 임기 동안 경영 방향은?

어자원 회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수출 확대 및 해외어장 개척 등 한국 수산의 세계화를 통해 어촌과 수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매진할 것입니다. 취임하면서 꼭 마음먹었던 것은, 우리 어른들이 지금 먹고 살고 있는 터전인 바다를 자손만대까지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닷모래 채취를 비롯해 어장을 파괴하는 행위에 강력히 맞서야 할 이유입니다.

이와 함께 자원 증식을 위한 어업인들의 자율적 수산자원관리 방안 마련에도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내가 그동안 바다 덕분에 먹고 살았지만 지금의 어장, 자원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후손들은 우리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는 불행이 닥칠까봐 걱정입니다. 지금처럼 환경 파괴가 지속되고 자원관리 방안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바다는 아무것도 건질 것 없는 황폐한 공간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바다를 보호하고 어업인 스스로 참여하는 자율적 자원관리방안을 마련에 힘쓰겠습니다.

또 수산자원 확보를 위한 해외 진출도 적극 시도하려 합니다. 신규 해외어장 개척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고, 불가능해 보인다 하더라도, 수협이 도전하고 시도해서 우리 수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드 문제 등으로 중국과의 교역이 다소 주춤해지고는 있지만, 취임 직후부터 수출전용상품을 개발하고 현지 무역네트워크 확장에 힘써왔던 만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올해 안에 미국과 베트남, 홍콩, 대만 등지에 현지 무역사업소를 신규 개설해서 해외 수산물 소비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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