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보다 비싼 HMM 장기용선 계약 왜?
신조보다 비싼 HMM 장기용선 계약 왜?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7.05 08:3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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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만 본 HMM” VS “필요한 계약”
전 세계를 운항 중인 11,000TEU급 이상의 메가 컨테이너선 중 유일하게 가장 큰 규모의 스크러버를 장착한 ‘HMM Blessing’호
전 세계를 운항 중인 11,000TEU급 이상의 메가 컨테이너선 중 유일하게 가장 큰 규모의 스크러버를 장착한 ‘HMM Blessing’호

[현대해양] 지난달 20일 HMM이 컨테이너선 2척을 최대 14년간 장기 용선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계약건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소액 주주들을 시작으로 몇몇 전문가들은 “HMM이 이번 계약으로 사실상 손해만 봤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HMM 측은 “금액적으로도 정상적이고 필요한 계약이었다”고 말하는 상황.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 7조 3,775억 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HMM의 주가가 작년 대비 반토막(2021년 7월 5일 4만 8,100원, 2022년 6월 30일 2만 4,850원)이 났다는 사실과 함께 HMM의 경영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컨선 2척 5,249억 원에 14년 계약 맺어

HMM 용선료는 왜 논란이 되고 있을까? HMM은 지난달 20일 공시를 통해 선박 2척의 14년(기본 12년+옵션 2년) 용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선주에 대해 밝히지 않은 공시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7,700TEU급 LPG 이중연료 추진선박 2척으로, 용선 시기는 2024년 12월부터다. 용선료는 총 5,300억 7,360만 원(4억 880만 달러)로 1척당 약 2,655억 5,648만 원(2억 440만 달러)에 달한다.

사흘 후인 23일, HJ중공업(대표 홍문기)은 그리스 나비오스로부터 7,7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박 6척을 약 9,432억 1,920만 원(7억 2,600만 달러)에 수주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1척당 약 1,572억 2,740만 원(1억 2,100만 달러) 수준이다.

이 공시와 함께 HMM의 계약이 나비오스와의 계약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HMM의 용선료가 HJ중공업이 수주 예정인 선박의 수주액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시작됐다. 나비오스는 2척의 선박을 3,144억 5,480만 원에 수주받아 5,311억 1,296만 원을 받고 14년 동안 빌려준 후 배를 돌려받게 된다. 선가와 용선료의 차액인 2,166억 5,816만 원의 이익에 10여 년을 더 사용할 수 있는 배의 용선료까지 계산하면 나비오스 측에서 엄청난 이익을 보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 HMM이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또한 HMM은 왜 HJ중공업에 직접 신조를 발주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선주에 대해 밝히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HMM, “얼라이언스 협력 관계 위한 계약”

HMM 측은 처음 공시에서 나비오스와의 계약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것은 타이밍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HMM 관계자는 “우리가 이사회를 한 날짜로부터 며칠 후 나비오스의 이사회가 있었고, 나비오스 측에서 이사회 전까지는 자신들에 대해 함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건으로 시장에서 억측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HMM은 이미 나비오스와 5척의 6,800TEU급 선박 용선 계약을 맺고 있었다. 관계자는 “나비오스에게 조기 반선을 요청할 권리가 있고, 이번 계약은 기존 계약된 5척 중 2척의 용선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새로 신규 용선을 할 배를 알아보는 것보다 영업적으로나 얼라이언스 협력적인 부분에서 이번 계약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신조가는 단순한 선박의 가격이지만 용선료는 유류비를 제외한 운영비용을 포함한 가격이기 때문에 신조가와 용선료를 일대일로 비교해선 안 되며, 용선료도 적정선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호황이 끝나가는 이 시기의 장기 계약 우려에 대해서도 HMM 측은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호황기가 온 것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이후 운임비가 좀 하락한다고 불황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선박 용선은 다양하게 수시로 이뤄지는데, 이번 공시는 장기계약이기에 알려졌을 뿐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최고 해운호황 기준으로 14년 용선료 책정”

HMM의 답변에 대해 구교훈 배화여대 교수는 “이번 용선 계약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용선 계약과 연계해 옵션으로 했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용선 브로커를 껴 선주와 HMM이 서로 윈윈하자는 식의 이상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과거의 일부 기업들이 시설, 선박 또는 IT개발 등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에 겉으로는 정상적인 비용처리를 통해서 비정상적인 계약을 정상적인 계약처럼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이번 계약 금액 자체가 최고 해운호황 시점을 기준해서 용선료를 책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문제”라며 “앞으로 해운 경기가 과거의 1/5 수준으로 줄어들 지 1/2 수준으로 줄어들 지 알 수 없는 상황에 해운역사상 유래 없는 초호황을 기준으로, 통상 3~5년도 아닌 무려 14년간 용선계약을 체결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시점의 국제 용선료 수준에서는 3년 단위의 계약을 하는게 유리하며, 굳이 14년 장기용선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지난 2016년 한진해운이 10년간 장기 용선계약에 발목 잡혀서 지불해야만 했던 과도한 용선료를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 전문가는 “이번 계약은 굉장히 의아한 것이 사실”이라며 “HMM 회사의 이익에도, 소액 주주에게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는 “누군가가 부당한 이익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주주들이 고발하는 경우 대우건설의 판례처럼 형사 및 민사 손해배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판례란 2021년 대우건설 주주들이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관련 감시의무 위반을 이유로 서종욱 전 대우건설 대표와 사내·외 등기이사 등 10명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건이다. 당시 재판부는 ‘대표이사 뿐만 아니라 사내·외 등기 이사들도 준법감시 의무가 있으므로 감시를 게을리한 경우 주주들에게 배상책임을 진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냈다.

참고로 HMM의 선복량 확대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2021년 팬데믹의 여파로 글로벌 해운사들의 선박 반납이 잇따르는 중에도 HMM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늘려왔다. 지난해 7월 1일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의 자료에 따르면 머스크의 경우 선복량이 코로나 확산 전인 1월에 비해 5.5% 줄어든 396만 1,798TEU을 기록, 점유율도 17.8%에서 16.6%로 하락했다. 완하이(10.7%), PIL(10.6%), 양밍(7.3%), 에버그린(3.6%), MSC(1.2%) 등도 선복량을 축소했다. 그러나 HMM 선복량은 6개월 만에 49% 증가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경제적 효과를 위해서는 고용선료 선박을 처리해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는 HMM의 2분기 매출액을 4조 5,374억 원, 영업이익을 2조 6,767억 원으로 예측했다. 긍정적인 전망도 좋지만, 불황에 대한 대비 역시 해야 할 시점이 아닐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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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2022-07-05 17:32:21
통찰력있는 기사 감사합니다!! 이번 계약은 어린아이가봐도 이상한 계약입니다. 누가 뭘 쳐먹었는지는 알수없지만 분명 커넥션이 있을가능성이 높습니다. 답답합니다. 세금으로 어렵게 살려놓은 회사를 자기네들 마음대로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김엘진 기자님 이 문제에대해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달리자 2022-07-05 14:52:21
해운업 경력 10년에 이런 말도 안되는 용선계약은 처음보네. 해운 피크아웃 떠드는 마당에 24년 말에 받는 배를 최고 용선료로 14년 계약하는 무능 비리대표가 어디있나? 자기돈 아니라고 뒷돈이나 탐하니 꼭 조사해야합니다.

qazwsx 2022-07-05 14:18:24
MSC, 2.3만TEU등 LNG연료 컨선 선가는 척당 2억5500만달러
HMM 7700 TEU 용선가 척당 2,655억
재조원가 보다 랜탈이 3배 비싸다 장난 하냐!

비리척결 2022-07-05 09:33:41
상식에 맞지않는 고가의 용선료 계약 뒤엔 반드시 리베이트가 관련되 있습니다. 그많은 돈을 누가 먹었는지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우재 2022-07-05 09:31:21
변명이라고 둘러대는 내용이 참 치졸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