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특수성 고려되고 있나
해운업계 특수성 고려되고 있나
  •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전 대한변협 회장)
  • 승인 2022.02.0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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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경복고, 서울법대, 코넬대(석사), 워싱턴대(해상법박사)에서 공부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얻었으며 대한변협 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국토교통부 법률고문을 지냈다. 현재 해수부 법률고문, 런던국제중재재판소와 ICC 중재인,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상임대표, 고대 바다경영자과정 2기 원우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과 함께 쓴  '해상법원론'이 있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경복고, 서울법대, 코넬대(석사), 워싱턴대(해상법박사)에서 공부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얻었으며 대한변협 회장,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국토교통부 법률고문을 지냈다. 현재 해수부 법률고문, 런던국제중재재판소와 ICC 중재인,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상임대표, 고대 바다경영자과정 2기 원우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과 함께 쓴 '해상법원론'이 있다.

[현대해양]  2021년 해운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을 받은 결과일 뿐 장기적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지금의 성공을 자축하기보다는 다가올 수 있는 위기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현 시점에서 해운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선사 담합행위에 대한 제재와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해운법 개정안 통과시켜야

공정위는 지난 1월 18일 동남아정기선사들이 15년간 한국~동남아 수출입 항로에서 120차례의 부당 공동행위 즉, 운임에 대한 담합행위을 했다는 이유로 국내외 23개 선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96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공정위는 선사들이 19건의 운임인상에 대해서는 해양수산부에 보고하였으나 이러한 운임인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운임협의 122건을 신고하지 아니한 것을 문제삼았다.

이러한 공정위의 제재는 해운업계의 특수성을 간과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정거래법이 부당한 공동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를 돕기 위함이다. 선사들은 중립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임 감사를 실시하고 위반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이와 같은 운임합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이는 선사들간의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하여 업계 전반에 타격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일 뿐 화주나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운임 경쟁을 허용했다면 자본력을 갖춘 일부 거대 선사들만이 살아남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국내 해운업계가 국외선사들에 비해 준법지원 시스템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내 선사들의 준법지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여 업계의 투명성을 재고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하여 국제 시장에서 국내 선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돕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해운업계는 부족한 점을 보강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공정위의 제재결정에 대한 항소에서 꼭 승소하여야 할 뿐 아니라, 해운업계의 감독권한을 해양수산부로 일원화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해운업 적용 어려워

해운업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중대재해처벌법도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에서의 안전보건관리책임 위반자인 현장소장이나 공장장만을 처벌할 뿐 기업의 고위 경영책임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제정되었다.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못한 탓인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위헌성과 실효성에 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에 대하여 일반법인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처벌수위를 규정하고 있으나 그 죄질면에서 이를 더 강하게 처벌할 근거가 없어 책임주의에 위반된다는 점은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또한 기업에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자체가 국제기준에 맞지 않고 그 실질적인 구축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임에도 이를 급히 강행하였다는 점에서 실제 사건에서 위반자에게 엄격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해당 법을 살펴보면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대규모 건설현장, 공장, 물류창고에서의 재해를 염두에 두고 제정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러다 보니 각종 산업분야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해석이 곤란하거나 부적절한 부분이 많아 현장에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해운업계에서는 선박의 용선관계에 따라 소유자와 용선자, 화물과 관련하여 화주, 운송인, 선주, 운송주선인 등 다수의 주체가 관여하고 있어 사업장에 대한 책임소재가 중첩되어 있거나 책임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든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경영 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지우고자 할 때 누구를 처벌할 것인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는 어느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그 범죄가 법률로 명확히 규정되어 위반자가 그 행위가 범죄임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예컨대 사업주와 함께 처벌대상인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는 사람이나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규정하는데, 누구를 안전보건 담당자로 봐야 하는지 모호하다. 그리고 ‘직업성 질병자가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보는데,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등의 조건이 없으므로 직업상 질병이 경미해도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다. 도급이나 용역 위탁의 경우 경영책임자가 어느 정도까지 수탁업체의 안전 관리에 개입해야 하는지도 모호하다. 수탁업체 등에 ‘실질적’ 지배 책임이 있는 경우에 대한 해석이 분분할 뿐 아니라 용역 위탁을 했다고 해서 수탁업체의 안전관리체계에 개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문제다.

공정위의 제재결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모두 해운업계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를 대비하는 것은 상당 부분 정부의 책무일 것이나,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해운업계로서는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는 공정위 제재의 부당성,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애로사항과 문제점을 사회에 널리 알리고 공정위 제재를 법적으로 다투며 해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작년의 호황이 해운업계를 위한 순풍이었다면 이제 다가올 수 있는 역풍에 대비해 심기일전하여 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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