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포스코터미날 신임 사장 “해운업 진출 안 할건데, 왜 뿔났을까?”
김광수 포스코터미날 신임 사장 “해운업 진출 안 할건데, 왜 뿔났을까?”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1.21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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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Together, 업계와 함께 성장 원해
김광수 포스코터미날 신임 사장

[현대해양] 지난 1월 3일 포스코(POSCO) 그룹의 통합 물류업체로 포스코터미날(주)가 출범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그룹 내 물류업무를 통합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포스코의 물류 통합 추진에 해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영무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2022 정기총회에서 “올해 포스코터미날의 2자물류회사 전환 철회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포스코터미날이 해운업계의 일감을 빼앗고, 결국 해운업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포스코터미날은 어떠한 답변을 할까. <현대해양>이 김광수 포스코터미날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만났다.
김 대표이사는 전북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 영국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의 경영자 과정과 서강대학교 글로벌EnH 과정을 마쳤다. 이후 엔지니어직으로 포스코에 입사했으며 2018년 미국 포스코아메리카의 대표 법인장직을 역임하고, 2021년 CEO직속 물류사업부장을 거쳐 포스코터미날 사장으로 부임했다.  

 

포스코터미날 출범에 대해 해운협회의 반발이 거세다.

알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해부터 해운협회는 물론 국내 해운사들을 찾아다니며 우리의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대부분의 해운사들은 포스코터미날의 설명을 듣고나선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꾸준히 업계와 소통하며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2020년 ‘포스코GSP’ 물류자회사 출범 계획도 다수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아는데, 이번 포스코터미날의 출범 연유는 무엇인가? 

시장의 변화와 새로운 요구가 가장 첫 번째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제조업의 경쟁력은 품질과 가격이라고 알려졌지만, 지난 몇 년간 시장은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단 몇 천원 짜리 물건을 주문하고도 그 물건의 실시간 배송 추적이 가능한 것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제품 생산만 잘 하고, 운송은 전문 업체에 맡겨도 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앞으로는 원료를 확보하고 고객에게 배송되는 실시간 추적을 하고, 나아가 고객사의 재고 관리까지 해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두 번째 이유는 포스코 계열사의 다양한 화물들입니다. 지금까지는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화물을 배송했기에 물류비가 몇 배로 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열사 물류를 한 곳에서 관리하게 되면 각 계열사의 운송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 선적 공간과 시간 등을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당연히 도전해야 할 일입니다. 
마지막 이유는 친환경·디지털화 전환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IMO의 MEPC 77차 회의에서는 2050년까지 국제해운배출량을 ‘제로’로 설정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빠르게 친환경 선박을 늘려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포스코는 연 1억 5,000~1억 6,000만 톤의 화물을 보내는 대형화주이기에 더욱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포스코 파트너들이 친환경선박을 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생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원료수급부터 고객사 재고 관리까지 책임지기 위해서는 운송과정의 디지털화가 필수적입니다. 디지털화가 완성되면 운송 화물의 실시간 추적은 물론 필요에 의한 생산 혹은 공정 스케줄에 맞는 정확한 운송도 가능해질 것이라 봅니다. 

 

운송과정의 디지털화는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포스코터미날은 향후 3~5년간은 포스코 계열사 내부에 집중해 디지털 통합을 이룰 계획입니다. 포스코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올해 1월 ‘포스코미래기술연구원’을 포스코터미널과 같은 빌딩에 설립했습니다. 포스코터미날은 연구원과 협업해 AI(인공지능)를 이용해 물류정보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는 각 계열사의 화물 운송 일정 데이터들이 수동으로 입력됐고, 여러 변동 상황들을 사람이 직접 추가로 입력해왔다면, 앞으로는 AI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데이터를 통합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에는 전 계열사의 물류업무 통합을 시범운행하며 최적시스템을 찾을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택하는 계열사도 나올 수 있고요. 

 

‘해운업계의 일감을 빼앗는다, 단가 후려치기를 할 거다’ 라는 주장이 있는데…

우선 저희의 업무프로세스를 이해하시면 그런 오해가 없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포스코는 지금까지 각 계열사가 해운사와 직접 계약을 진행해왔고, 이제부터는 포스코터미날이 해운사와 계약을 할 것이라는 점 외에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입니다. 일감을 빼앗는다는 걱정에 대해서도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우리의 경영비전은 “Building a Better Future Together,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 시민”입니다. 우리는 업계와 상생하길 원하며, 파이를 키우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단가 후려치기 우려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포스코는 국내 유일의 투명 입찰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8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했으며 ‘저가제한 낙찰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입찰 기준 중 80%는 가격, 20%는 안전·친환경이었는데, 올해 내로 안전·친환경 비중을 30%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입찰 후에도 유류비나 인건비 변동이 심한 경우 비용 일부를 추가 책정하고 있으며, 모든 입찰가는 전년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김광수 포스코터미날(주) 대표이사 사장

언젠가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하려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포스코가 특정 해운사를 인수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도 봤는데,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의문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포스코터미날 미래 계획에 해운업 진출은 없습니다. 
포스코에서 한 달에 필요한 배가 평균 170척입니다. 그리고 우리 화물의 특성상 대부분이 편도선입니다. 화물을 싣고 갈 배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배를 건조할 당위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조선·해운 관련 연구 프로젝트 단체에는 대부분 가입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친환경선박은 포스코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전 포스코 부사장직을 맡던 시기에도 세계 최초로 LNG 추진 원료 전용선을 도입하는 등 친환경 선박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포스코는 자율운항시스템, 암모니아 선박, 수소 선박 등의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필요하면 정부 지원금을 함께 요청하는 등 친환경 선박 개발에 힘을 보탤 계획입니다. 

 

제58회 무역의날 행사에서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는데…

지난해 포스코 수출 선박의 여유공간을 선박 부족과 운임비 상승 상황에서 수출 선박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과 공유한 일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적정한 운임가로 물량을 적기에 수출할 수 있었으며, 선사 역시 유류비나 일정 조율 등 다른 불편함 없이 추가 계약을 통해 매출 증대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포스코는 이후에도 선박의 여유공간이 있을 때 합작 운송을 할 중소기업과 해운사를 모집하는데, 매번 굉장히 인기가 좋습니다. 계속 함께 운송을 하자는 기업들도 있고요. 

 

중소기업과의 합작 운송이 포스코터미날에는 어떤 이익이 되나?

파이를 키우는 일이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수출쿼터제의 경우 우리가 들어가는 항구에서 5만톤의 한국 화물을 받기로 했는데, 4만톤이 들어가게 되면 이후에도 쿼터 물량이 4만 톤으로 고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국내 화주끼리의 경쟁만 더 치열해지는 것이죠. 우리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의 화물을 같이 가져감으로써 쿼터 물량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유익한 일입니다. 
또한 어떤 기업들은 해당 항에 도착한 후, 고객사까지의 이동도 우리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포스코의 주재원이 더 많기 때문인데요. 향후에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현지 운송대행을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 다수의 중소기업과 해운사들이 합작 운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포스코터미날의 수익은 어디에서 창출되는지 궁금하다. 

포스코터미날은 단순히 물류비를 낮추기 위한 기업이 아니라, 전체 포스코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업입니다. 
이를 위한 임무가 △포스코 계열사 물류 업무 통합 △원료 수급부터 최종 소비자 배송까지 데이터로 실시간 관리 △해운업의 친환경·디지털화인 것입니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자연히 고객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될 것입니다. 물류비 절감은 그 과정상 하나의 현상에 불과합니다.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월드 스틸 다이내믹스(WSD)'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철강사 경쟁력 평가 결과 발표를 통해 포스코를 1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했습니다. 우리는 이 타이틀을 지켜나가기 위해 더 멀리 보고, 더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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