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통합에 뿔난 해운업계
포스코 물류통합에 뿔난 해운업계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2.01.0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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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자유 VS 상생경영

[현대해양] 포스코(POSCO)의 물류 업무 통합 추진에 해운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포스코는 계열사별로 흩어져있는 물류 업무를 자회사 포스코인터내셔날 한 곳으로 모아 업무 효율은 높이고, 비용 절감 효과도 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대기업 물류 자회사가 기존 해운업계의 일감을 빼앗아갈 것이며 저가운임을 강요할 것이라 우려한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하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기업이 자사 이윤을 추구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와 ‘국민기업으로서 상생정신이 부족하다’는 식이다. 신년의 뜨거운 이슈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살펴봤다.

포스코가 물류업무 일원화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5월 포스코는 ‘포스코GSP’ 물류자회사 출범 계획을 밝혔다. 상반기 중에 드러난 이 계획은 그 해 해운·물류업계의 거센 반발, 그리고 10월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양당 국회의원들의 부정적인 평가로 인해 무산됐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국민기업 포스코가 중소기업 물동량을 넘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포스코의 2자물류 진출이 정부의 물류 육성원칙에는 어긋나는 결정이나 현행법상 막을 방법은 없다”고 발언했다.

 

“경쟁력 있는 그룹이 글로벌 시장 진출해야”

1년여 만에 포스코는 다시 물류 인력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0일, 포스코는 미쓰이물산과 아시아대양주 미쓰이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포스코터미날 지분 49% 전량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포스코는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그룹 계열사에 흩어져있는 물류 인력을 포스코터미날에 배치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물류통합태스크포스를 이끌던 김복태 전무가 올해 포스코터미널 대표로 임명되기도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물류관계자 A씨는 “2022년 1월부로 조직 변경이 완료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 입장은 물류통합을 통해 쓸모없는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고, 연장도 할 것이기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등 계열사들은 물류 업무를 개별적으로 처리하고 있고, 이로 인해 그룹 전체에서 운송 비용이 중복 지출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포스코 그룹 전체의 물류비용은 연간 3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물류 업무를 통합하고 포스코터미날이 업무를 담당하면 계열사 내 운송 일정을 조율해 물류비 절감이 가능해진다는 것.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설사 포스코가 해운업에 뛰어들겠다고 해도 상법상이든 해운법상이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기획재정부는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M&A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고 이에 따르면 포스코는 선사를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은 이미 2자 물류업을 하고 있고, 일본이나 외국에서도 대기업이 물류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 시장의 추세”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경쟁력 있는 회사가 몸집을 키워 글로벌 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은 국익을 위한 일인데, 해운 단체는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만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한 “최근 5년간 컨테이너 운임비가 3배 상승했는데, 이것이야말로 물류비 담합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해운업계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이어서 경쟁력을 키울 생각은커녕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기업까지 주저앉히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운 선사뿐 아니라 관련업계 모두 고통받을 것”

해운협회는 지난해 12월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포스코터미날의 2자물류회사 전환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2020년 물류자회사 설립을 철회해놓고 포스코터미날을 2자물류회사로 전환한다는 것은 얄팍한 꼼수이자 정부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해운협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에 반대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달 28일 정태순 해운협회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현대글로비스나 삼성SDS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스코와 이들 기업은 다르다”고 운을 뗐다. 그는 “포스코는 국민연금공단 지분율이 10%를 넘어서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국민기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자물류 회사 없이도 계열사 공동 발주가 가능한데, 자회사를 거치겠다는 건 그동안 상생 발전한 해운업을 무시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그는 포스코가 1990년대 거양해운을 인수했다가 5년 만에 매각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교수는 “이미 포스코가 해운업 진출에 실패했는데 이제 와서 업계의 동의 없이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만약 해운업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운임비를 깎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업계를 설득하고 진행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갑질행태는 아직…

그러나 핵심은 기업이 자사 이익을 위해 내부 변화를 꾀하는 것을 제재할 방법도 없으며, 아직은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박진희 한국해대 교수는 “기업이 지주사 변경 전략이든 자회사 설립이든 회사를 위한 변화를 꾀하는 데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다만 그 여파가 공공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니 해운업계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며 “정부의 3자물류기업 육성 취지에도 무관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해수부는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한울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 서기관은 “해운협회나 국회와 논의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민간 기업 내부의 인력 조정 문제에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향후 포스코가 해운업계의 우려대로 운임비를 깍고, 계약이나 스케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등 갑질행태를 보인다면 해운법의 선화주관계 규정이나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대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단지 우려스럽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강제할 사안은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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