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보트, 안전관리 시급하다
레저보트, 안전관리 시급하다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3.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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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장치 강화해야
▲ 어민들은 레저보트를 '떠다니는 해상지뢰'라고 아우성이다.
▲ 어민들은 레저보트를 '떠다니는 해상지뢰'라고 아우성이다.

 

[현대해양]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해상사고가 증가하면서 어선, 상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반면 레저보트는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다. 안전상 허점이 노출된 레저보트가 해상의 위협이 되고 있지만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나오지 않아 어민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떠다니는 해상지뢰

레저보트란 해양레저 활동에 이용되는 선박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수상레저안전법’에서 정하는 동력기구인 모터보트, 요트, 수상오토바이 등을 비롯해 무동력기구인 카약, 서프보드 등을 포함한 수상레저기구를 말한다. 한국마리나협회 마리나포털에 따르면 레저보트(수상레저기구) 등록대수는 최근 5년간 연간 평균 3,500대씩 늘어나 2017년 12월 기준 2만4,971대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레저보트가 급증하는 가운데 어민들은 레저보트를 ‘해상에서 떠다니는 지뢰’라고 아우성이다.

충남 장항항에서 꽃게를 잡는 어업인 A씨는 “갑자기 정차해 있던 요트가 갑자기 빠르게 질주하다가 침로를 갑자기 변경해서 본선도 급박하게 방향을 틀어야 하는 등 레저보트들이 타 선박들을 불안감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00년 2월부터 시행된 수상레저안전법이 수상레저 스포츠의 안전을 총괄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실효성있는 규제가 없어 해양사고의 도화선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선과 달리 레저보트는 안전항해, 불법행위 등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되지 않는다. 어선의 경우 어선법 어선위치발신장치 규정(5조2)에 따라 출입항 파악과 해양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는 강제 구비조건이다.

하지만 레저보트의 경우 12해리 이상 나갈 때 해경에 신고해야하는 규정이 외에는 자의적으로 입출항이 가능하다. 언제 출입항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양사고 발생시 신속한 구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어선은 해양경찰, 해양수산부(어업관리단), 지자체 등으로부터 수시로 항해·조업활동을 감시받는데 비해 레저보트는 해경이 주관하는 특별단속 기간 이외는 감시 대상에서 배제된 채 해상을 누비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과 관계자는 “사업자용 레저보트의 경우 선박식별장치(AIS)를 강제화하고 승선명부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V-pass에 상응하도록 법을 개정할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해양사고의 대부분이 기관장비 사고 비중이 높은 가운데 레저보트 안전검사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6년 해양수산부(국민안전처) 해양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수상레저사고의 80% 이상이 연료고갈, 축전지 관리소홀 등으로 인한 표류사고로 밝혀졌다.

총톤수 5톤 미만의 무동력어선 등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어선 이외 모든 어선은 어선법 제21조(어선검사)에 따라 정기검사(5년), 중간검사(2~3년), 특별검사, 임시검사, 임시항행검사 등 1년에 1차례 이상 당국으로부터 점검을 받게 돼 있다.

반면 레저보트의 경우 수상레저안전법 제37조(안전검사)에 따라 등록 시 검사를 실시하고 사업자용 수상레저기구는 1년마다 주기적으로 정기검사하고 개인소유 레저보트는 5년마다 받는 것으로 돼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기흥시 소재 동력수상레저기구 면허취득기관에 따르면 교육생 20% 정도는 개인이 사유한 레저보트 활동을 위해 면허를 취득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상당한 수의 개인 소유의 레저보트가 안전점검 사각지대에서 운항되는 실정이다.

통상 레저보트 검사는 선박안전기술공단(KST)가 70%, 수상레저연합회 등 민간기구에서 30% 진행하는데 한시적으로 이용되는 수 만척 보트를 점검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인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검사에 대한 제도적 보강을 진행하기 위해 검사 조직, 인력을 보강해야된다는데 공감한다”며, “향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안전 전문기관인 ‘수상레저안전공단’(가칭) 출범을 계획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인적과실 대부분인데 면허 아무나 발급

레저보트 면허는 돈만 주면 취득한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당국이 방관하는 것아냐며 면허 관리 기관인 해양경찰의 부실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마리나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취득인원은 9만4,794명으로 1급이 아닌 2급면허는 5만8,313명으로 60%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 강사를 위한 1급면허가 아닌 일반인들이 레저보트를 조종할 수 있는 2급 면허의 경우 해양경찰청이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36시간만 이수하면 시험없이 손쉽게 취득할 수 있다. 해당 기관에 40~60만원을 지불하고 교육을 이수하면 합격률은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부산 해운대 을)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각 시험장은 제각기 프로그램이 상이하고 가격이 일관적이지 않아, 현재는 여러 가지 옵션을 패키지로 상품화하여 수익사업 형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장 중 ‘전남요트’는 합격률이 94.80%였으나, ‘서울요트 ’ 시험장은 69.89%에 불과해 무려 25% 차이 가 나는 등 시험장에 따라 합격률이 상이한 것도 윤준호 의원실이 밝혀냈다. 더불어, 면허를 갱신하기 위해서는 조종면허의 경우 7년마다 한번씩 4시간 가량의 이론 위주의 교육만 받으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허술한 면허관리는 해양사고 위험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해양수산부 자문위원장, 전 선장)는 “항법은 도로교통법상 자동차 운전과 같지 않다. 3~4시간에 항법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안전항해를 위해서는 COLREG, 해사안전법, 선박입출항법 등의 항법을 체계적으로 학습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충환 경기도 전문위원은 “한시적으로 운항되는 레저보트의 특성을 고려해 7년이 아닌 2년에 한 번씩 정도는 일률적으로 재교육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 어선은 수시로 항해·조업활동을 감시받는데 비해 레저보트는 해경이 주관하는 특별단속 기간 이외는 감시 대상에서 빠져 있다.
▲ 어선은 수시로 항해·조업활동을 감시받는데 비해 레저보트는 해경이 주관하는 특별단속 기간 이외는 감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의식교육 추진돼야

해양사고의 대부분이 인적과실이 원인인 가운데 레저보트 이용객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6년 기준 해양수산부(국민안전처)가 집계한 해수면에서 단속된 ‘수상레저안전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수상레저안전법 위반행위 중 ‘안전장비 미착용’이 전체 2,883명(47%)를 차지하고 있어 수상레저활동 위험에 대한 의식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연풍 전국연안어업인협회 이사는 “레저보트 이용객들도 목숨을 담보하고 레저행위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도 낚시어선 사고 등 대형사고가 날때까지 속절없이 지켜만 보지 말고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충환 전문위원은 “자동차 안전벨트 생활화를 위해 면허취소, 높은 벌금 등 패널티를 통해 계몽활동을 펼쳤듯이 레저보트 또한 사고 및 불법행위시 보험, 벌금 등 과도한 부담감을 주는 방식으로 인식을 개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해양경찰 관계자는 “레저보트 사업자, 동호회 장들이 참여한 안전리더회의를 실시하여 인식 및 안전교육과 관련된 사항을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어항 내 마리나 확충...갈등 골 깊어져

앞으로 레저보트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는 수상레저기구의 계류를 위한 마리나 확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수 년째 거점 마리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 속도가 레저보트 증가세를 따라 잡지 못해 정부는 기존의 어촌·어항을 활용하여 레저보트가 어항에 계류할 수 있도록 ‘어촌마리나역’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내 놓았다.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16개소 어항에 어촌마리나역을 조성하여 러제선박 피항, 휴식 및 어촌관광 소득창출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 지자체들은 올해부터 총 300여개의 어촌·어항을 현대화하는 ‘어촌뉴딜300사업’과 연계해 어촌·어항에 해양레저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다.

도시민들이 해양레저를 즐기면서 해양관광, 숙식, 문화체험 등의 활동을 유도하여 어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어촌·어항 내 레저보트시설 구축을 통해 어촌에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증가하는 레저보트로 인해 지역 경제의 혜택은 전무하다고 어민들은 꼬집었다.

전국 유수의 마리나항을 갖춘 전곡항 어민 대표 C씨는 “전곡항 주변으로 다양한 숙식, 관광시설이 늘어 났지만 요트 이용객들은 요트 활동만 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 가더라”며, “위화감만 조성했지 실질적으로 어민들에게 주는 효과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어촌마을이던 전곡항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마리나가 아닌 주민들이 주도한 어촌체험마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레저보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며 어민들의 성토가 이어진다. 휴가철이나 주말에 수십 명이 몰려와 아무 곳이나 주차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허다해 어촌을 찾는 레저보트 이용객들이 어민들에게는 눈에 가시인 상황.

대천항 어업인 B씨는 “관행적으로 계류하는 곳에 입항하려는데 버젓이 요트가 계류하고 있어 당황했던 적이 있다”며, “다른 선석에 계류한 뒤 어획물을 운반하는데 불편함을 겪었다”고 당혹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레저보트를 이용객들은 계류시설은 공공재이고 레저이용객은 레저활동을 위해 세금과 보험료를 내고 보트를 이용하고 있어 합법적 행위다는 입장이다. 어민들이 어항을 자기들만의 사유지로 생각하는 경향은 그들의‘텃새’이고 지양돼야 한다고 레저보트 이용객들은 날을 세우고 있어 어민과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편, 어민들은 레저보트들 때문에 안전항해에 심각한 지장을 받아 사고 위험성이 증가했다고 분통해 한다.

충남 장항항 어업인 A씨는 “장항항에서 레저보트들은 30knot(55km/h) 가량 빠른 속도로 출항하는데 어항 내에서 위협적이다”며, “BMW(고급차량)가 중고 티코 옆을 지나가는 격인데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영세한 어민들이 고가의 레저보트를 지래 먼저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난감해 했다.

총톤수 5톤 미만의 소형선박이 우리나라 전체 어선 등록선수의 85%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영세한 어선들은 혹여나 사고 발생시 양 당사자 모두가 책임을 면치 못하는 해양사고의 선례들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피항행동에 나서고 있다.

야간 및 시야가 좋지 않은 시간에는 어민들은 더욱 더 촉각을 곤두 세워 출입항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수상레저안전법에서 야간 수상레저 활동은 금지(제21조)하고 있지만 항해등, 나침반, 야간 조난신호장비, 통신기기 등 지정된 운항장비를 갖춘 레저보트는 항해가 가능하다. 트레일러를 끌고 완만한 경사로에서 차량을 후진해 물가 가까이 위치해 보트를 내리는 레저보트 또한 수심이 확보된 밀물 시점에 출항해야 하므로 어선의 출항 시간과 동일한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0.5~2톤 규모의 소형 레저보트 이용객이 많다 보니 작은 배들은 시야에도 잘 띄지 않고 레이더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고 어민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어업인 B씨는 “레저보트의 경우 야간에 등화도 켜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작은 선박은 레이더에 잡히기도 어려운데 적어도 레이더 반사기라도 달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크고 작은 사고에 노출된 어항 부근의 교통질서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선박 간의 항법을 규정한 해사안전법 등을 어항에서는 적용할 수 없어 제도적으로 어항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판례법에 따라 레저보트 또한 개항질서법을 소규모 항 등에 적용하고 있다.

김인현 교수는 “어항에 적용할 수 있는 항법규정을 해사안전법 등에 추가해 항법을 명확하게 규정해주는 것이 법적안정성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설구조를 명확하게 확대·구축하여 병목현상, 교차상태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충환 전문위원은 “선진국들은 소규모 항에서 입항항로와 출항항로를 따로 만들어 교차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레저보트와 어선이 상생하는 바다로 변모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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