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닫힌 ‘연안크루즈’
성장판 닫힌 ‘연안크루즈’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2.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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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개발로 이용객 수요 견인해야

[현대해양] 우리나라는 연안크루즈의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콘텐츠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뜨는 크루즈산업

국제크루즈선사협회(Cruise Line International Association)에 따르면 우리나라 크루즈 수요는 지난 10년 간 연 9%씩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내 크루즈 이용객은 4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해외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상품이지만 최근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 상품도 증가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오는 4월과 10월 이탈리아 선사 ‘코스타크루즈(Costa Cruise)’의 11만4,000톤급 ‘코스타 세레나호(Costa Serena)’를 전세하여 인천항을 모항으로 5항차 운항할 예정이며 팬스타엔터프라이즈도 5만7,000톤급 ‘코스타 네오로만티카호(Costa Neo Romantica)’를 용선(charter)해 올해 내 크루즈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코스타크루즈 한국지사 윤효진 과장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크루즈 시장 잠재력이 밝아 4년 전부터 전세선 사업을 필두로 한국에 진입했고 3년 전부터는 지사를 개설해 마케팅, 홍보, 시장분석, 사업협력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한국해양관광학회에 따르면 7만톤급 크루즈를 국내 항만을 모항으로 운영할 경우 운임수입, 선용품, 식음료, 관광·쇼핑 등에 3,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와 800여명의 고용이 창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럽의 리버크루즈(River Cruise)
▲ 유럽의 리버크루즈(River Cruise)

 

활개치는 세계 연안크루즈

전문가들은 국내 크루즈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크루즈선 기항 또는 모항 유치에만 그쳐서는 안 되며 국적 크루즈 선사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증가하는 해양관광 수요와 맞물려 국가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국제크루즈(Ocean Cruise)와 동시에 연안크루즈(Coastal Cruise)도 발전해야 한다는데 업계는 입을 모은다.

국내법 상 별도의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국내 연안을 중심으로 운항하는 것을 ‘연안크루즈’, 이외 국가 간 기항지의 비중이 높을 때를 ‘국제크루즈’라고 업계는 구분하고 있다.

세계적인 연안크루즈 해역으로는 카리브해(Caribbean Sea)가 있다. 많은 섬들과 군도로 이뤄진 미국 남쪽 해안과 남아메리카 사이의 쿠바, 바하마제도 등을 중심으로 현재 23개 코스, 496척, 302가지의 크루즈 상품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은 영국, 프랑스, 북유럽의 주요 연안도시를 순항하는 코스 또는 지중해를 순회하는 연안크루즈가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유럽 전역에 걸친 강에 크루즈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리버크루즈(River Cruise)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국제크루즈와 연안크루즈 이용자 비율이 거의 동일하다. 일찍이 일본은 지역 관광지를 기항하는 연안크루즈를 시작으로 국제크루즈까지 발전시켰다. 크루즈 접안시설이 전국적으로 100여 곳 이상인데 대부분 연안크루즈와 국제크루즈 선석을 겸하고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완비됐다.

전문가들은 3,0000여 개의 도서와 리아스식 해안을 갖춘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연안크루즈 상품개발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남해안은 다도해, 한려수도라는 천연의 자연경관과 중국, 일본과의 접근성 등 모든 상황을 감안할 때 각 도서지방에 있는 지역풍속과 문화, 다양한 축제 등과 연계하면 연안크루즈는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홍장원 KMI 해양관광문화연구실장은 “최근 10년 간 도서지역 방문자는 지난 2006년 817만명에서 2012년 1,453만명, 지난 2017년 1,690만명으로 연평균 10%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비교적 짧은 일정 동안 즐길 수 있는 연안크루즈 관광상품을 개발해 도서관광 활성화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 평화무드와 맞물려 지금이 연안크루즈를 궤도에 올려야하는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김창수 경기대 관광이벤트학과 교수는 “금강산, 남포 등북한 지역을 기항하는 연안크루즈 관광상품을 통해 국내 해양관광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중국 북부연안지역,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 순차적인 크루즈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력적인 지역 콘텐츠를 개발해야

신성장동력으로서 연안크루즈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나서서 크루즈의 연착륙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답보상태이다.

유다종 팬스타크루즈 부장은 “ 해양수산부가 체험행사 등을 중심으로 크루즈를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효과가 적다. 차라리 크루즈 관련 TV 드라마, 예능 등 컨텐츠 확충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항지의 브랜드를 확충해 선사와 이용객 수요를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사)한국해양관광학회로부터 2018해양관광 대상을 수상한 (주)베토의 송영택 대표이사는 “낚시를 도시어부가 등산을 제치고 국민 취미로 등극시켰다”며, “크루즈와 관련된 양질의 콘텐츠가 확보된다면 크루즈 이용객은 자연스럽게 증가하며 산업도 성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현주 크루즈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만의 스토리텔링을 확보하여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이용객이 국내 어느 지역을 영어로 ‘구글’에서 검색해 보았을 때 지역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젊은 층을 겨냥한 SNS매체 마케팅 등과 동시에 해외 홍보에 역점을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 크루즈 관련 개인 방송 중인 유투브 크리에이터 (자료 = 유투브)
▲ 크루즈 관련 개인 방송 중인 유투브 크리에이터 (자료 = 유투브)

 

현실 벽 높은 연안크루즈

사실 국내 어느 해안 지역을 가든 ‘연안크루즈’라는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안크루즈에 대한 법적인 구분이 없어 지자체에서는 주변지역을 1~3시간 동안 둘러보는 유람선 운항코스를 크루즈라고 홍보하는 실정이며 외국의 연안크루즈 수준의 선박은 국내에는 전무하다.

정부와 업계는 합심하여 연안크루즈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창원시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900명을 태울 수 있는 국동크루즈의 747톤급 선박을 마산만, 마창대교 등 연안을 둘러보는 노선에 투입하면서 연안크루즈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이용률이 저조해 지자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누적되면서 선사는 지난 2017년 2월 선박을 철수시켰다.

팬스타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1만5,000톤급 ‘팬스타 허니호(PanStar Honey)’를 부산과 제주 등을 중심으로 운항했지만 역시 이용객 모집의 부진과 금융위기, 고유가 및 고환율로 인해 운항원가가 급등하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지난 2016년 4월부터 2만1,688톤급 ‘팬스타 드림호21호(PanStar Dream21)’를 주중에는 한-일간 여객선과 국제운송에 투입하고 주말에는 부산항 부근 숙박크루즈로 활용하면서 연안크루즈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완전한 형태의 연안크루즈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부실한 제도적 기반

크루즈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업계는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2015년 1월 8일‘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크루즈법)’을 국회에 통과시켰다. 크루즈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의 근간이 마련됐지만 ‘연안크루즈’ 활성화 방안은 미흡하다는 평이다.

김창수 교수는 “크루즈법은 연안크루즈는 배제된 채, 국제크루즈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국제크루즈와 관련해서도 형식적인 규정만 있을 뿐 액션플랜(Action Plan)이 없어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크루즈법에는 전문인력 양성,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지원방안을 다수 포함했지만 구체적인 대책과 실질적인 정비방안이 없고 일원화되지 못해 크루즈 이용객의 욕구를 충족하는 상품개발, 마케팅, 영업을 지원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업계는 선사들이 연안크루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로 카지노 허가를 손꼽았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글로벌 크루즈 선사들의 선상수익 절반을 카지노가 차지할 정도로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크루즈법 상으로 국내 기항하는 외국 크루즈선이 공해상일 때 내국인이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지만 국적 크루즈선 내 카지노에는 내국인 출입이 불가하다.

정규삼 부산시 과장은 “역차별이 우려된다. 연안크루즈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국적선사 내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관광진흥법 제21조 1항 2호(카지노가 혀용되는 업계를 나열함.)에 ‘크루즈선’이 포함되야 하지만 ‘강원랜드’ 등의 문제로 문체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정규삼 부산시 과장은 “역차별이 우려된다. 연안크루즈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국적선사 내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규삼 부산시 과장은 “역차별이 우려된다. 연안크루즈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국적선사 내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수 교수는“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과 발맞춰 국적여하 불문 선박이 출항하면 카지노 출입을 허가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기류가 팽배하다”며, “이와 같은 적극적인 규제 완화 없이는 연안크루즈에 선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카지노와 더불어 면세점 운영도 동반 허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내에서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판매 가능한 면세점, 즉 제주공항 내 면세점과 유사한 형태의 면세점이 운영되도록 ‘조세특례제한법’에 특별 규정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또한, 크루즈선은 임금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연안여객선사들은 저임금의 해외승무원을 요구하지만 국내법에 적용받는 연안여객선은 쿼터(Quarter)제도에 따라 내국인 승무원을 채용해야 하므로 경영압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부담, 수익부진 ‘이중고’

크루즈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크루즈선이 확보돼야 하는데 대부분 대출로 건조되는 크루즈선은 국내 금융권에서 기피하고 있고 수익구조 또한 취약해 선사들은 선 듯 신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유다종 팬스타크루즈 부장은 “크루즈법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가 사업자에게 세제해택과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은 열렸지만 실효적인 대책이 없어 업계는 여전히 금융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정부가 여객선 신조 50% 비용에 대해 15년 무이자를 지원하는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를 진행중이지만 크루즈선은 배제됐다. 김태영 세계로선박금융 과장은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는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의 안전성 확보가 목적이며 크루즈는 순항여객운송사업 면허, 카페리는 복합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로 법적 범위가 달라 금융지원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의 경우도 자체 내규상 여객선에 대한 금융은 배제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크루즈선은 상선이나 카페리선에 비해 선박금융, 보험료 부담과 인건비 및 선박관리 비용이 상당히 높은데 비해 수익은 여객료, 선내 부대시설을 통한 이익, 지상투어 수수료 정도에 국한돼 있다.

▲ 유다종 팬스타크루즈 부장은 “ 해양수산부가 체험행사 등을 중심으로 크루즈를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효과가 적다. 차라리 크루즈 관련 TV 드라마, 예능 등 컨텐츠 확충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지적했다.
▲ 유다종 팬스타크루즈 부장은 “ 해양수산부가 체험행사 등을 중심으로 크루즈를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있지만 효과가 적다. 차라리 크루즈 관련 TV 드라마, 예능 등 컨텐츠 확충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환경을 감안해 선사들은 오직 크루즈 목적의 선박보다는 연안해운과 병행하는 카페리 건조를 선호한다. 지난해 10월 현대미포조선과 씨월드고속훼리(주)가 역대 최대의 연안크루즈라고 자평하는 2만7,000톤급의 신조선도 복합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의 대형 카페리이다.

체계적인 연안크루즈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선사, 정부, 지자체를 주축으로 관광, 조선, 수리, 면세점, 카지노, 금융권 등이 모두 참여하는 종합적인 컨트롤타워도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든 관련자들이 칸막이를 걷어내고 연안크루즈의 불씨를 살려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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