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조선, 저비용 어선운영 위해 알루미늄 선박 ‘엄지척’
환호조선, 저비용 어선운영 위해 알루미늄 선박 ‘엄지척’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1.11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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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고효율, 안전성 삼박자 갖춰

[현대해양] 연근해어선 선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fiber reinforced plastics)은 폐기 처리가 어렵고, 불에 약해 해양사고에 취약한 단점이 있어 대체품으로 알루미늄이 각광받고 있다. 알루미늄 선질로 바뀌면 에너지는 적게 소모되고 조업 효율은 높일 수 있다.

알루미늄 선박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를 포착한 중소조선업계가 수주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설립 1년 된 신생업체가 무서운 성장세로 쟁쟁한 업체들과 경쟁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 알루미늄으로 복잡한 형태의 선형도 만들 수 있다.

 

빠르게 부상하는 신생업체

경남 김해시에 위치한 환호조선 고정현 대표는 해양플랜트 전문가였다. 대학에서 금형설계를 전공한 그는 대기업 조선소에서 8년간 근무했고 발주처의 선주감독으로 선출돼 12년 동안 ‘알루미늄 헬리데크’와 ‘알루미늄 계단’ 설계, 시공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해양플랜트 시장을 지켜보면서 해양플랜트가 앞으로 100% 회복이 힘들것으로 판단한 고 대표는 인생의 변곡점 마련이 절실해졌다.

알루미늄 전문가였던 고 대표는 앞으로 알루미늄 선박 시장이 급부상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제2의 인생을 알루미늄 선박건조에 걸겠다고 결심한다. 지난 2015부터 2016년까지 해양플랜트 선박 설계 감리업무를 하면서 틈틈이 알루미늄 어선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현장업무를 체득했다.

마침내 지난 2017년 9월 1일 환호조선을 설립했다. 당시 주식회사 환호조선 알루미늄 선박 제조가 가능한 휴먼중공업, 다오요트, 반도마린, 신도기업, 푸른중공업, 현대요트 등 10여개의 업체 매출은 대부분 10억원에서 20억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고 대표는 매출목표를 2018년 말까지 15억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실적은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큰 선박과 달리 어선은 일대일 영업을 통한 개별 마케팅을 해야하는 수고가 있었는데 역량이 부족했다고 고 대표는 분석했다. 고 대표는 “같은 선박이지만 해양플랜트만큼이나 어선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며, “그동안 20여척 건조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한 만큼 내년에는 지금까지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말했다.

환호조선 임직원들은 현장감독, 설계 등 조선소에서 15~20년 이상 근무했던 베테랑들이다. 이들 또한 처음부터 고 대표의 확신에 공감하고 선박 수주, 전문성 확보에 팔걷고 나서고 있다. 영업팀 관계자는 “최근 조선소 수주가 이어지면서 조선업체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래를 생각할 때 상선 건조보다 알루미늄 선박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가 강력하기 때문에 회사를 성장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 고정현 대표.
▲ 고정현 대표.

 

장기적으로 운영비 효율 비교불가

고 대표는 앞으로 중소선박은 알루미늄 선질로 바뀔 것으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알루미늄 선박은 동일한 크기의 FRP 선박보다 가벼워 동력공급, 운영비 면에서 훨씬 경제적 이점이 있단다. 실제로 ‘Yamaha bulletins’ 자료에 따르면 제품 중 알루미늄 보트 연비가 FRP보트에 비해 5~10%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FRP는 원하는 대로 복잡한 디자인을 구상할 수 있는데 비해 알루미늄은 볼트로 고정하거나 용접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고 대표는 “최근 알루미늄을 변형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많이 나와있다”며, “우리 업체 또한 알루미늄을 가지고 둥근 모서리, 복잡한 굴곡 등의 구성이 가능해져 선주가 요구하는 어떠한 선박도 구현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한, 알루미늄 선박는 왁스칠을 할 필요가 없고 흠집에 견고해 균열, 물집 발생 등이 덜하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고 대표는 충동과 같은 해양사고시 알루미늄은 충격을 완충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 시급

가성비가 뛰어나지만 알루미늄 선박건조를 위해 초기비용이 FRP에 비해 20~30% 비싸다는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에 환호조선은 귀어귀촌한 비교적 젊은 층을 타겟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고 대표는 “21~23ft(6.4~7M), 5~8인승용 보트는 5,000만원~1억원대로 어업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것을 감안해 이 보트를 주력으로 영업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우리와 같은 업체들의 전사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가 친환경, 고효율 어선 건조에 대한 세제, 금융을 개선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올해 시장 상황이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했다.

중소조선연구원 장연송 차세대 한국형 어선추진단장에 따르면 알루미늄 선질에 대해 직접적인 지원은 WTO제소 소지가 되므로 항해기기, 엔진 등 어선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군에 한해 비용이 지원될 것으로 정책의 가닥이 잡혔다.

 

국산 알루미늄 선박 수출의 원년

환호조선은 지난해 9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한 아세안무역사찰단에 참여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현지시장을 분석했다. 고 대표는 “올해 싱가포르 지사 구축을 준비중에 있고 이들 국가에 레저보트를 필두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전략이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개인이 낚시어선 또는 레저보트를 구매하는 기류를 포착한 고 대표는 올해는 특별히 ‘알루미늄 해양레저 선박’ 수주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고 대표는 “어선뿐만 아니라 해양레저부문 주력 제품인 ‘S-AUTO’ 등 발주 문의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며, “최근 김포마리나 등 공공기관에서도 관심을 보여와 협업을 통해 해양레저보트 사업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최근 국가직무개발(NCS) 레저선박분야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알루미늄 선체, 배관 점검, 제작 업무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국산 알루미늄선박을 선보이겠다는 환호조선의 미래가 멀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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