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수산현장 탐방기
대만 수산현장 탐방기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12.1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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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의 위기, 관광에서 대안을 찾다 [현장르포]

 

가오슝 최대 위판장, 커즈랴오(蚵仔寮)어시장
가오슝 최대 위판장, 커즈랴오(蚵仔寮)어시장

[현대해양] 대만은 섬나라로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천혜의 수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남한의 1/3밖에 되지 않는 좁은 땅이지만 사계절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일찍부터 동북아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작지만 강한나라 대만. 대만은 정치적으로도 중국보다는 일본과 가깝다. 타인에게 친절한 사람들의 성향이나 주거형태, 문화까지도 섬나라 수산대국 일본과 닮았다. 실제로 대만은 과거 20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지만, 둘은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다.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수산업과 어촌에 대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사람들의 성향이 사치가 없고 검소한 편이지만, 이런 대만인들도 주말에는 여행 떠나기를 좋아하고 외식문화가 발달했다. 그렇기에 지금 대만 어촌은 관광객 유치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

해양자원보육원(海洋資源復育園)
해양자원보육원(海洋資源復育園)

해양자원보육원

해양자원복원공원(海洋資源復育園)은 신타이페이(新北)시 궁랴오(貢療)구에 위치한다. 궁랴오구는 타이페이시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하며, 경도상 대만에서 가장 동쪽 끝에 위치한다.

해양자원복원공원은 수산자원보존과 어촌관광활성화 사업을 주도하는 신타이페이시의 해양수산연구기관이다. 우리를 맞아 준 이는 신타이페이시 어업어항사업관리처의 유위춘(Yu yi chun) 과장이었다.

타이페이시와 동북부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이란(Yilan, 宜蘭)현을 잇는 12.9km의 고속도로 터널이 개통되기 전까지 궁랴오지역은 부흥을 누리던 곳이었지만, 터널 개통으로 유입되는 인구 감소뿐아니라 지역 어업인과 상인들까지도 도시로 떠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현재 이 지역은 이름난 관광지에서 조용한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지역이 한산해지면서 해안도로로는 조용한 휴식을 추구하는 연인들이나 자전거 마니아들이 찾아들고, 젊은 예술가들의 감각을 살린 카페나 음식점이 들어서고 있다.

유위춘 과장은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다. 초등학생이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성장이 정체되자 마을을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복, 오징어 등 지역 수산업을 지키고 발전시킬 인력들도 귀해졌다. 신타이페이시 당국은 어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수산업을 지켜가기 위해 지역 대만해양대학교와 연계하여 해양자원복원공원을 세우고, 다양한 해양수산 체험을 통해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연구소 측에서 운영 중인 ‘교실 밖 바다 체험프로그램’이다. 학생 등 단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지역 특산물과 양식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 인기가 높다. 또, 스킨스쿠버 체험으로 전복을 직접 채취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등도 개발해 나가고 있다.

이들의 어촌개발활동은 우리 정부에서 추진하는 어촌체험마을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대만도 어촌을 관광화 하기 위해 부단한 애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오아오(卯澳)어촌
마오아오(卯澳)어촌

마오아오 어촌마을과 구공라(전복)

해양자원복원공원이 위치한 지역에는 마오아오(卯澳, maoao)어촌과 어항이 있다. 마오아오 어촌마을에는 독특한 의식이 있다. 지역에 하나 뿐인 초등학교 졸업식날, 졸업생들은 어항의 남쪽 방파제에서 북쪽 끝까지 수영을 하며 구공라 종자를 방류한다. 이 의식은 학생들이 성인이 돼서 지역으로 다시 돌아와 자신이 뿌린 씨앗을 근간으로 정착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다.

대만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산정책은 귀어귀촌정책이 아니라 고갈돼가는 수산자원에 대한 보호라는 느낌이다.

지역에는 ‘만리게’라는 특산어종이 있는데, 어업인들은 모두 게 모양을 한 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어획을 한다. 만약 8cm 이하의 게를 어획하면 한 마리당 우리 금액으로 120만원의 벌금이 가해진다고 한다. 물론 상업적 판매는 일체 금지된다.

궁랴오구 지역은 ‘구공라’라 불리는 전복의 주산지다. 최근까지 이 지역은 대만 전체 생산량의 90%까지 담당했던 지역으로 구공라의 고향이라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생산인력 감소, 질병으로 인한 대량 폐사로 인해 전복 양식 생산량이 급감함에 따라 대만의 전복 소비시장은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주요 수입 국가는 중국, 멕시코, 아프리카공화국 등이다.

루이팡(瑞芳)어업협회
루이팡(瑞芳)어업협회

루이팡어업협회

루이팡어업협회는 루이팡(瑞芳, Ruifang)구에 위치한다. 루이팡 지역은 타이페이의 북동쪽, 궁랴오의 북서쪽에 위치하며, 해안과 인접해 있다. 총 12km의 해안선안에 네 개의 어항과, 다섯 개 어회가 분포할 정도로 어업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루이팡어회는 1934년 한 수산사업가가 지역 어업의 성공적인 운영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성격으로 설립했다. 지금은 30여명의 직원들이 어업인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는 조직이다. 우리 일행을 맞아 준 이들은 루이팡어업협회의 이사장, 총간사, 상무였다.

루이팡어항은 전체 대만 어선의 35%를 보유할 정도로 큰 어항이다. 어업면허 230여장에, 어업 종사자는 4,000여명이 있는 큰 어항이다. 이 지역의 주어종은 고등어, 갈치, 한치 등이다. 고등어는 통조림으로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갈치는 중국 본토로 수출한다. 대만의 고등어 어획방식도 우리와 같이 선망어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 선단이 6척인 우리와 달리 대만은 한 선단에 3척이 움직인다.

현재는 타이페이시와 불과 한시간 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 지역어촌의 경제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자원회복을 위한 치어방류사업도 하고 있다.

대만도 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몰리면서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태국, 필리핀, 중국 등 대만은 해외 노동인력들이 많다. 이들은 제3의 국민이라고 불린다. 뒷이야기로는 대만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나라로 오기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대만은 이들이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조업여건과 대우가 훌륭해서란다.

루이팡 지역은 중국인 인력이 많다고 했다. 중국인을 쓰면 언어가 같아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는 중국어부들에 대한 임금이 상승으로 많은 어업인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다.

면세유 혜택은 직종별로 다르다. 레저산업은 7%, 어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완전어업은 14퍼센트를 지원한다. 등유를 제외하고 40~50%의 지원이 되는 우리나라 보다는 혜택이 적다.

대만도 중국과 조업지역을 둘러싼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충돌은 금어기인 5월부터 8월 사이에 가장 두드러진다. 해양경찰이 잡아들여 벌금을 내기도하지만, 대부분 쫒아내는 정도로 해결한다고 했다. 어딜 가나 강대국과 닿아있는 약소국의 설움은 비슷하다.

천호전기(千戶傳奇)생태농장 철갑상어 양식장 예후화(葉福花 Ye Fuhua) 대표
일행에게 양식장을 설명하는 예후화 대표

철갑상어양식장과 치진섬

삼협 계곡(三峽) 계곡의 국립산림휴양지에 위치한 철갑상어양식장을 방문했다. 천호전기(千戶傳奇)생태농장은 시원한 인공폭포수가 흐르는 공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 양식장에서는 중국 토종 철갑상어를 포함해 유럽, 러시아, 미국 등 다양한 종류의 철갑상어를 양식하며, 무지개송어와 장어도 양식하고 있었다.

농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계곡의 맑은 물에서 수영, 송어낚시, 트레킹, 하이킹 등을 즐기며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으며, 고급 생선요리와 바비큐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주요시설로는 곳곳에 분포된 양식시설 외에도 최대 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과 한꺼번에 100여명이 참가할 수 있는 정원 컨퍼런스 미팅장소 등이 마련돼 있다. 체험학습프로그램으로는 관광 어업가이드 투어, 어부 체험 투어, 민물 생태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30년전 군 제대 후 친구들과 함께 무작정 산속으로 들어와 내수면 양식을 시작했다는 예후화(葉福花 Ye Fuhua) 대표. 친구들은 떠나고 지금은 부인과 농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몇 해전 큰 태풍으로 튼 수해를 입었지만, 불굴의 의지로 극복한 사실이 매스컴에 여러번 보도됐다.

타이페이에서 카오슝으로 이동하는 교통편은 KTX를 이용했다. 대만 KTX는 폭이 넓어 5인이 횡으로 앉을 수 있며, 복도도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넓어 지나치는 승객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됐다.

치진섬 건어물 판매 시장
치진(旗津)섬 건어물 판매 시장 외부 전경
치진섬 건어물 판매 어시장 내부. 더운 기후임에도 파리가 없었다.
치진섬 건어물 판매 어시장 내부. 더운 기후임에도 파리가 없었다.

카오슝은 대만의 제2의 수도로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에 해당하는 해양수산 도시다. 11월인데도 한여름 같이 날씨가 더웠다. 좋은 기후로 벼 2기작도 가능하다고 하니, 이 나라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부러웠다.

카오슝 인근에 위치하면서 도시민들의 휴양지가 되고 있는 치진(旗津)섬을 견학했다.

가오슝 서쪽 가까운 바다에 있는 치진은 가오슝에서 가장 일찍 항구로 개발된 구역이다. 치진섬은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휴일만 되면 많은 관광객들이 배로, 자가용으로 건너와 휴양을 즐기고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치진은 아담한 공간 안에서 바다의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곳이다. 구석구석 둘러보면, 요트와 어선이 공존하기도 하고, 수산물시장과 조선소가 공존하기도 해서 부조화 속의 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쯔관구(梓官區)어업협회에서 주관하는 가오슝 최대 규모의 커즈랴오(蚵仔寮)어시장 경매
가오슝 최대 규모의 커즈랴오(蚵仔寮)어시장 경매

가오슝 최대 위판장, 커즈랴오어시장

쯔관구(梓官區)어업협회에서 주관하는 가오슝 최대 규모의 커즈랴오(蚵仔寮)어시장 경매을 방문했다. 커즈랴오어시장은 카오슝에 있는 일곱 개의 어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어시장으로 카오슝 전체 수산물 처리물량의 70%를 담당한다. 선어가 대부분 유통되고 호텔 등지로 납품되기 때문에 단가가 비싼 편이라고 했다.

경매를 보기 전 협회에서 보유한 제빙공장과 판매장부터 안내를 받았다. 제빙시설은 정부와 어업인들의 합작으로 운영되고, 판매장 운영을 통한 수익은 어업인의 복지 및 서비스 향상를 위해 쓰이고 있다.

커즈랴오 어항에는 하루 평균 50~100톤짜리 어선이 매일 300척 이상 출어를 하고 당일 돌아온다. 어업자원이 풍부해 당일 출어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먼 바다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이한 점은 이곳 경매시간이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라는 것이다.

어시장 관계자는 “커즈랴오어시장 경매를 통해 유통되는 수산물은 당일 연안에서 잡아 품질이 좋고 신선하기 때문에 인근 호텔이나 레스토랑, 시장에서 전량 소비된다. 따라서 신선도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연안 어업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새벽 3시나 4시에 출항해서 정오에 돌아와도 만선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문 당일 커즈랴오어시장은 구시장을 허물고 새로운 어시장을 신축, 개장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쯔관구어회는 새 어시장에 HACCP 인증이 적용된 위판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신선한 수산물을 위생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경매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번 어시장 개장을 총괄하는 빅후앙(Vic Huang, 黃志雄) 마케팅 매니저는 “커즈랴오 어시장은 현대화 사업을 마치고 오늘 개장식을 열게 됐다”며, “대만 전체에서 처음으로 HACCP 인증을 받아 개장을 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개장식에는 카오슝 시장을 비롯한 각 정관계 인사가 모두 참여했다.

우리 어시장도 위생 등의 측면에서 같은 고민에 처해있다. 낡고, 바닥에 놓인 어상자, 수작업 분류 방식 등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돼 온 부분이다. 예전 커즈랴오어시장도 우리나라 산지어시장이나 공동어시장이 겪고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한걸음 더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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