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어부’ 이덕화 “낚시부담금은 세금 아닌 정당한 권리”
‘도시어부’ 이덕화 “낚시부담금은 세금 아닌 정당한 권리”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3.30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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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위한 부담금에 반대하는 국민 수준 아냐

[현대해양 변인수 기자] 최근 낚시가 등산을 누르고 최고의 국민 여가로 많은 사랑을 받는 데는 단연 ‘도시어부’ 이덕화가 일등공신이다. <현대해양>이 배우 이덕화를 만나 근황을 묻고, 현 해양수산부 낚시홍보대사로서 또, 대한민국의 자타공인 낚시 대부로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낚시부담금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했다. 그는 호쾌한 웃음으로 맞아 주었다.

낚시 입문은 아버님

기자 : 낚시를 시작한 계기가 어떻게?

이덕화 : 대한민국 낚시인의 90%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나도 마찬가지. 초등학교 몇 학년 때부터 벌써 경력이 50~60년 이네. 어이쿠, 계산도 안되네. 아마 연예인 중에서는 내가 최고(最高)일 걸. 최고(最古)려나? 요새는 촬영장에서도 내 나이가 젤 많아.

기자 : (웃음)

이덕화 : 아버님 뇌졸중으로 반신불수되시고, 해마다 여름이면 강원도 화천 파로호에 계셨지. 방송국 엑스트라 하면서도 매주 식사를 날랐다. 가면 무조건 낚시. 아버님이 낚시채비를 해주시고, 조용히 부자가 앉아서 호수에 낚시대를 드리우는 게 일과였지. 말이 없는 분이셨고 그래도 참 좋았어. 아버님 돌아가시고 원없이 울었다.

 

이덕화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악역 전문배우였던 故이예춘 씨다. 영화가 개봉되면 당신이 나오는 영화를 아들이 보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엄하고 다정한 분으로 아들은 아버지를 기억했다. 손이 솥뚜껑만해서 사고치면, 그 손바닥으로 귓방망이를 날리는데 마루에서 마당으로 나가떨어질 정도였다고.

젊은 이덕화는 오토바이 스피드광이었다. 사고로 3년간 입원했는데 뇌졸중으로 투병중인 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고 병세가 더욱 악화됐다. 아버지와 같은 병원에 있으면서도 자주 찾지 못할 정도로 상태는 안 좋았고, 돌아가시고 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묘소를 찾을 수 있었다.

 

제 2의 꿈은 우리나라 낚시천국

기자 : 낚시는 어떤 매력이 있습니까?

이덕화 : 사람들이 낚시를 왜 가냐고 물어보면, (손사래를 치며)그냥 가~, 목적 없어. 그냥 가~, 고기 잡겠다? 그냥 가~ (웃음) 그냥 떠나는 것도 좋고, 펼쳐놓는 것도 좋고, 고기 잡으면 다행이고, 안잡혀도 좋고... 낚시는 도가 있는 거야. 꼭 잡아야겠다는 마음이면 어부를 하지 왜? 낚시는 취미고 도(道)다.

기자 : 무슨 말씀이신지 감은 오지만, 잘...

이덕화 : 다 알다시피, 선거 떨어지고, 창피하고 열받는데, 뭐, 할 게 있어야지. 술로 무너지는 것보단 낫겠다 싶더라고. 왜 정치에 기웃댔냐고 묻지마. 운명이라고 생각해. 선거 떨어지고 7년 동안 낚시만 다녔다. 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는데, 선거로 한방에 다 날린거지. 대인기피증 같은 것도 오고... 인생이 아스팔트에서 흙길로 내려온 것 같았어. 서해 가거도에 두석달 있다가 나오고, 사람이 보고 싶으면 서울로 발길을 향하곤 했다. 그때 원없이 낚시했지. 지금도 항상 감사한 게 좋은 취미를 가졌다는 거다. 덕분에 그 난관을 슬기롭게 잘 넘긴 것 같아.

 

이덕화는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선거에 광명(갑) 선거구에 출마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국민회의 후보에게 1,400여표 차이로 아깝게 떨어진 이력이 있다.

 

기자 : 요즘 정부가 낚시부담금제를 실시하려 하고, 낚시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낚시애호가로서 한 말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덕화 : 내게 꿈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전 국민이 낚시를 취미로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였어. 이번에 내가 사고한번 쳤잖아? 낚시가 등산을 제치고 1위가 됐어. 꿈이 이뤄진 거지. 제 2의 꿈이 대한민국을 세계 어디를 내놔도 좋을 낚시천국으로 만드는 것. 지난번 뉴질랜드 촬영 때 태풍 때문에 원하는 포인트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가까운 바다에서 낚싯대를 던졌는데 아무데나 던져도 막 잡히더라고. 그래서 여기 바다가 양어장이냐, 양식장이냐? 그랬지. 작은 놈들도 너무 많이 잡혀서 놓아 주기 바빠. 큰 놈을 잡을 시간을 안줘. 그 나라는 관리를 참 잘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우리 바다도 참 아름답고 풍요로웠지. 요즘 바다는 예전과 달라. 낚시할 데가 없어. 어초도 좀 집어넣고, 치어들 방류도 많이 하고, 불법조업하는 중국배들 막고, 어촌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야지. 우리도 조금만 더 신경쓰면 그러고도 남아. 가능해.

 

낚시부담금은 세금 아닌 정당한 권리

기자 : 낚시에 이용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덕화 : 불편한 것을 피하려고 해서는 안 되지. 좋아하는 취미를 위해 장비살 돈은 아끼지 않으면서 공익을 위한 부담금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는 정도의 우리 국민 수준은 아니라고 봐.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면 당장은 저항에 부딪칠 수 있겠지. 그러나 이제는 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고 본다. 이제는 해야할 일에 주체적으로 나설 줄 아는 국민이라 믿고 있다.

기자 : 해외 바다낚시는 어떤가요?

이덕화 : 뉴질랜드나 대마도에는 물도 많고 바닥에 깡통 하나 안보여. 물 흐름이 좋아서 고기가 그렇게 풍성한 것은 아닐테지. 그사람들은 잡지 말라면 안잡는다. 벌금이 집한채 값이야. 선장이 신고해버린다.(웃음) 왜 대마도에 가서 낚시하냐. 우리도 가꿔야 한다. 국민소득이 얼마냐? 우리나라 선진국이고 우리 수준 많이 좋아졌다. 다른 걸로 선진국 표내지 말고 표낼거 표내자. 낚시 한번 갈 능력있는 사람은 약간의 금전적 부담이 돌아와도 공익을 위한 부담금 정도는 이제 감안할 수 있다. 대신 정책이 좋아야겠지. 좋은 정책으로 세금 잘 걷어서 낚시 발전을 위해 쓰고, 적절히 잘 활용해야 한다. 마리수 제한도 마찬가지, 어민들만 그물코 줄이고 할 게 아니지. 부담금도 내고, 낚시문화도 성숙해져야 잘못된 행정이 있으면 개선하라고 당당히 목소리도 낼 수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이덕화. ⓒ박종면

기자 : 참고해서 잘 반영토록 해보겠습니다. 어업인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이덕화 : 뉴질랜드 갔을 때 금지체장이 50cm가 국가기준이지만, 그 지역은 지역만의 룰이 따로 있어서 1미터라더라. 그래서 1미터 조금 넘는 것 잡아도 방생해 줬다. 워낙 잘 잡히니까, 나중에 한두 마리만 잡아도 우리 식구들 실컷 먹고 남으니까. 결국 다 놔주다가. 나중에는 진짜 못잡아서 라면 먹었다.(웃음) 국가 법적기준이 있어도 지역에서 룰을 더 엄격히 적용해 어민들 스스로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노력을 봤지. 우리도 그래야 해.

기자 : 요즘 서해쪽에 주꾸미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어업인들과 낚시객들 사이에 갈등이 심하다고 합니다. 축제에 참가해 보신적은?

이덕화 : 있지. 가족과 함게 낚싯배 위에서 즐기는데 주꾸미가 많이 올라오더라고, 그런데 옆에서 잡는 사람보고 깜짝 놀랬지 뭐야. 어망에 100마리도 넘게 잡아 아이스박스에 넣더라. 나는 그 사람 식구가 한 20명 되는 줄 알았네. 그거 들고가서 식구들 다 멕이고, 옆집도 나눠주고 그럴 줄 알았지. 근데 그걸 팔겠다는 거야. 곤란하지. 아예 어부가 되든가.(웃음) 그러면 내일 잡을 고기가 없다. 10~15마리면 하루저녁 한식구 즐기고도 남는다. 잡으면 방생하는 문화가 정착돼야지. 장사를 하지, 왜? 즐거운 기분으로 잡고 즐기고 쉬고, 다음에 와서 잡고, 그러면 돼.

기자 : 해양수산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덕화 : 낚시를 생활체육에 넣어줬으면 좋겠다. 바둑도 스포츠고, 아시안게임 나가는데...(웃음) 그래서 더욱 건전한 낚시문화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양수산부가 참 괜찮다. 우리 주무부서가 있다는 것이 어디냐(웃음). 지금 장·차관님들 홍보행사 하면서 자주 뵙는데, 열정이 남다르다. 듬직하다.

 

"내가 못 잡아서 낚시 인구가 늘면, 그것도 괜찮지"

기자 : 인생최대의 월척은?

이덕화 : 못봤냐? 상어잡았다. 2m 짜리. 사진찍고 바로 놔줬지. 나는 큰 고기 하고 밀당하는거 많이 안좋아한다. 씨름하는게 싫다. 무슨 레슬링선수들이야?(웃음) 근데 1m 30cm 정도 되는 부시리 한 놈 레슬링해서 잡아봤지. 힘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한참을 끌려다녔다. 150kg 정도 될거다.

기자 : 인생의 월척을 여쭤본 겁니다.

이덕화 : (웃음) 와이프 잘 얻은 게 내 인생의 최대의 월척이다. 와이프 덕분에 가정이 안정됐다. 방황하고 흔들릴 때 잡아준 사람이 부인이다. 격한 파도 위의 인생에 늘 안정적인 항구가 돼주었다. 고맙다. 애들 둘 놔서 잘 키워줬다. 고맙다.

기자 : ‘도시어부’에서는 고기를 많이 못 잡으시던데...

이덕화 : 낚시 가서 고기가 많이 잡히면 생각을 못한다. 나처럼 고기를 못잡아야 시간이 많아지고 여유롭다. 내가 못잡아서 시청률이 오르고 낚시인이 많아진다면, 매일 못잡아도 괜찮지. 낚시인중에 마음이 여유롭지 않은 사람이 없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낚시를 할 수 있다. 돈이 아니다. 직장생활이나 가정이 편해야 낚시를 갈 수 있다. 마음이 복잡한데 복잡한 거 해결해야지 어딜 도망 다니냐?(웃음) 낚시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데, 가끔 방파제에 경찰차가 들어오는 경우는 봤다(큰 웃음)

기자 : 앞으로의 낚시인생은 어떻게 꾸려가실 계획인가요?

낚시 홍보대사 겸 해양경찰청 홍보대사 이덕화. ⓒ박종면

이덕화 : 낚시를 다니다 보면 500년 된 소나무도 만나고 바닷가에 몇 만년을 굴러 야구공이 된 묵석(墨石)들도 만난다.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사람은 먼지에 불과하다. 몇십년 살았다고, 선거하나 떨어진 게 무슨 괴로운 일이라고...(웃음) 자연을 대하면 이유 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크게 보고 작은 일에 연연함 없이 살고 싶다.

 

방송에서나 일상에서나 한결같이 인생을 유쾌하게 대하는 그의 모습에 낚시만이 아닌 인생의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이덕화는 10여년 간 지속해 오던 낚시홍보대사 외에도 최근 해양경찰청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계급은 경정이다. 파출소장 다음 직책이라 소장이 없으면 자신이 파출소장이라며 웃는 모습이 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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