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부담금 시행 가능한가
낚시 부담금 시행 가능한가
  • 변인수 기자
  • 승인 2018.03.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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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자원, 공공재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최근 낚시 인기가 최고조다. 낚시인구가 700만을 넘었다는 연구결과와 함께 낚시가 그동안 국민여가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등산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9일부터 11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KINTEX에서 개최된 ‘제22회 한국국제낚시박람회’에서는 관람객이 4만5,000여명을 돌파하면서 낚시가 전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음을 반증하는 자리가 됐다.

▲ 낚시 박람회의 엄청난 인파

그런데 최근 정부가 ‘낚시부담금(또는 낚시이용부담금)’ 제도를 도입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건전한 낚시 문화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산자원관리 측면에서 낚시인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과 취미에 불과한 낚시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정부의 꼼수 정책이라는 주장까지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뭇매 맞는 낚시정책

지난 2월 ‘TV조선’, ‘이데일리’ 등 언론매체는 “해양수산부가 낚시이용권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김영춘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참여 낚시문화 개선’ 주제의 세부실행계획을 ‘확정’”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관련 보도들은 지난 2월 5일 해양수산부가 3관 혁신 T/F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장관에 보고한 12개 과제 세부실행계획 중 ‘국민참여 낚시문화 개선’에 관한 주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주제는 △낚시부담금제도 외에도 △채포량 제한 △낚시 포획 수산물의 상업적 판매를 금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낚시 애호가 및 낚시업계 측은 즉각 반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낚시 이용부담금제에 대한 반대 청원이 게시됐다.

한 이용자는 “낚시는 온전히 취미생활이다. 그런 취미생활을 하는데 돈을 내라니? 그럼 등산부담금, 조깅부담금, 캠핑부담금, 숨쉬기부담금도 부과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다른 이용자는 “바다가 어민만의 것인가, 어민만 국민이고 우리는 국민이 아닌가, 이러한 발상자체가 어이없다”고 성토했다.

▲ 정박중인 낚싯배들 . 충남 보령시 무창포항

낚시협회, “낚시업 크게 위축될 것”

해양수산부는 “3월말 또는 4월 초까지는 사안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하며, “낚시어선 안전대책을 논의하던 차제에 낚시이용대책도 마련해 보고자 어업인들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관련보도가 나갔고, 의도치 않게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됐다”는 해명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표되는 낚시어선 안전관리 강화대책에 낚시부담금 제도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논의 단계에서 추진 중이던 낚시부담금제도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뭇매를 맞게 됐으니, 정책을 입안하는데 그만큼 부담을 느끼게 됐다고도 풀이된다. 앞으로도 이 문제는 잠정 보류되거나 소극적으로 다뤄질 여지가 크다.

(사)한국낚시협회도 본지에 입장을 밝혔다.

“건전한 낚시문화 정착의 취지는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돈을 내야 취미를 즐길 수 있다면 낚시문화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해수부는 일정 지역에 한해서만 이용 부담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낚시를 크게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낚시 관련 법령 상 낚시 통제구역 지정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 즉, 돈을 받고 낚시를 허용하는 지역을 지정한 다음, 나머지 지역을 환경보호, 자원고갈 방지, 안전사고 예방, 어민 민원발생 등 온갖 명분을 들이대며 낚시 통제구역으로 지정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낚시구역 지정권한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관련 법 대로라면 지자체의 권한남용에 낚시인들이 휘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있는 법부터 제대로 시행돼야

한편, 관련 정책을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있다. 낚시인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원관리 및 안전대책의 측면에서 형평성과 현실성을 갖춘 포용력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정삼 어업자원연구실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방향이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지만 이미 마련된 법률도 시행이 어려운 판국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낚시관리제도의 제정 이유는 수산자원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수산자원은 국민의 공공재이기 때문에 제도가 마련되면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한다. 우리 수산자원보호에 대한 규정은 이미 마련돼 있고, 어업인은 그 제도의 틀 속에서 어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제 일반국민에게도 확대하자는 취지를 잘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낚시규제는 이번에 처음 마련되는 제도가 아니라 이미 현행법상 마련돼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낚시관리 및 육성법’은 집행력이 약해 사문화(死文化) 또는 유야무야한 법률이 돼버렸다.

기존 법에는 어획제한기준을 정해 놓았으며 낚시를 즐기는 일반인들도 적용 대상이 된다. 이 법령은 낚시로 잡을 수 없는 어종, 체장, 체중 등과 잡을 수 없는 낚시방법, 도구, 시기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기준체장 보다 작은 어류를 잡으면 1차 80만원, 2차 80만원, 3차 이상 80만원의의 과태료가 부과되나 현실성이 약해 집행이 어려우며, 이를 알고 있는 낚시인 또한 극히 드문 실정이다.

 

주꾸미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

낚시부담금제도와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포획량 제한이다.

포획량 제한에 대해 낚시협회는 자원보호의 관점은 공감하지만 그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에 해양수산부의 설득력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낚시협회는 수산자원보호대상 어종으로 지정된 주꾸미를 대표적인 예로 든다.

어업자원통계 상 주꾸미 생산량은 최근 10년 전까지 연간 4,000~5,000톤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7년 6,828톤으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그런데 2010년부터 3,000톤 이하로 떨어져 2015년 2,232톤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연구결과에서 주꾸미 자원의 급격한 감소는 어업이든 낚시든 과다 어획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주꾸미의 연간 생산량이 최근 몇 년간 2016년 2,312톤, 2017년 3,460톤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낚시협회는 늘어나는 낚시인구 대비 주꾸미 어업생산량 증가 추세를 들어 낚시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과 연관성이 미미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쳐왔다.

낚시협회는 “이런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낚시로 인해 자원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정확한 실태조사나 통계가 있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산자원관리 전문가들은 “바다자원은 풍흉을 넘나들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어획량이 증가한 원인에는 주꾸미가 보호대상어종으로 지정되면서 국가차원의 관리가 더해진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주꾸미 낚시 어획량이 어업 생산량 보다 많다?

먼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에서 진행한 보령·천수만해역 ‘주꾸미 산란장 조성사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공단은 지난 2015년부터 보령·천수만 일대에 고둥 패각을 이용한 주꾸미 산란장을 조성해왔고, 이후 인근 위판장 및 낚시객들을 대상으로 어획량을 조사해 전년대비 주꾸미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밝힌 바 있다.

요즘 보령지역 주꾸미 생산은 수협당 하루 평균 수십톤 이상의 위판고를 올리고 있다. 자원조성사업 해역에는 속하지 않지만 남쪽 인근지역인 서천군도 올해부터 위판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음으로 낚시로 인한 주꾸미 생산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는 전라남도 여수시의 낚시객들을 대상으로 주꾸미 생산량을 조사해 2015년 전라남도의 한해 주꾸미 유어낚시 생산량이 960톤~1,050톤에 이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라남도만의 수치는 2015년 우리나라 전체 주꾸미 어업생산량인 2,232톤의 40%이상을 차지하는 상당한 양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수산자원관리공단이 조사한 2016년, 2017년 보령·천수만지역 유어낚시 주꾸미 어업생산량 조사에서도 각각 2016년 980톤, 2017년 1,100톤 이상의 결과가 나타나면서 낚시로 인한 주꾸미 생산량이 우리나라 전체 주꾸미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한 지역에만 국한된 수치가 이 정도라면 전국적으로 확대했을 때 낚시로 인한 주꾸미 생산량은 어업으로 인한 생산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물론 주꾸미가 계통판매보다 사매매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전체 유어낚시를 대상으로 한 주꾸미 생산량을 산출한 연구보고서도 없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낚시인들과 어업인들의 주꾸미 어획 시기가 다르다는데 있다. 

▲ 주꾸미 낚시

낚시로 인한 주꾸미 어획은 주로 9월에서 11월에 이뤄진다. 특히 이시기에 어획되는 주꾸미는 알이 없고 아직 성숙하지 않은 어린개체다. 반면 어업인들의 주꾸미 어획 시기는 산란기인 봄철 3월과 4월이다. 이 시기는 알이 차 있는 성어를 대상으로 어획한다. 충남 서천군의 한 어업인은 인터뷰를 통해 가을철 주꾸미 낚시 실태를 꼬집었다.

“최근 십여년 전부터 주꾸미 낚시가 유행인데, 가을 주꾸미 낚시는 다 자란 놈을 잡는 것이 아니고 어리거나 중간크기만할 때 잡으니까 주꾸미 씨가 말라버리는 거죠. 1kg에 여덟 마리에서 열 마리가 다 자란놈의 정상적인 크기인데, 가을에 하는 유어낚시로 잡은 주꾸미는 킬로당 50~60마리 정도로 작은 놈들입니다.”

 

어업인과 낚시인 간의 갈등, 심각

낚시인구의 증가가 제한된 수산자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외에도 무분별한 낚시문화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문제가 낚시인과 어업인과의 마찰과 갈등이다.

충남 서천군 마량어촌 최철규 계장은 인터뷰를 통해 “낚시객과 어업인이 마찰을 빚어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낚시객들이 반가울 리가 없지요. 몰지작한 낚시어선 선장들은 낚시객들을 이끌고 양식장에 들어가 영업하는 사례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 계장은 “주말에는 낚싯배가 어선보다 많습니다. 마량포구는 물론이고 홍원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벽에는 시야가 밝지 않은데, 개인용 낚시배들은 주로 검은색이라 부딪칠뻔 한 적도 여러번입니다. 그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주차문제와 어항이용 문제로 인한 말다툼은 다반사구요”라고 말했다.

버려지는 낚시기구로 인한 어구훼손 문제도 심각하다.

마량포구 인근 홍원항의 한 어업인은 “버려지는 주꾸미낚시기구가 그물과 엉켜서 그물 손질 할 때 피해를 많이 봅니다. 손도 많이 다치기도 하고, 그물을 통째 끊어 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제 꽃게 철인데 자망이 특히 피해가 큽니다. 한번 그물 손질에 폐낚시어구가 큰 다라이(대야) 단위로 나오기에, 갖고 군청에 몰려가서 여러 번 항의도 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어입인 단체에서도 낚시로 인한 자원남획이 심각하다고 하며 지속적으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포획 물고기를 섭식(회, 매운탕 등)하는 낚시문화가 성행하고 있으며 낚시인구의 증가와 낚시방법의 발달로 물고기 포획 강도도 강화돼 낚시로 인한 수산물 어획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업인들은 또 수산자원을 무분별하게 포획하는 것은 어업인의 생계를 위협하거나, 수산 생태계를 파괴해 자원고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며 낚시로 잡는 수산동물의 마릿수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숙된 낚시문화와 자원보호

지난 1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홍장원 박사 팀은 바다낚시에 관한 동향분석 자료를 통해 “낚시활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낚시어선사고 외에도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또, 쓰레기 무단 투기 및 이에 따른 해양환경오염과 지역 주민과의 마찰, 금어기와 낚시제한구역에서의 낚시활동 등 미성숙한 낚시문화와 안전 불감증은 낚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나 레저낚시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5년 KMI가 조사한 낚시활동 실태조사에서는 ‘바다낚시활동 제한규정을 실질적으로 준수하고 있다는 응답이 30.7%’를 나타냈고, 나머지는 지켜지지 않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산자원 관리 측면에서 낚시활동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3.8%’로 조사됐다. 

홍 박사팀은 “낚시인 3명 중 2명 이상이 제한규정을 준수하고 있지 못하다고 조사돼 낚시문화 성숙도가 낚시인구 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수산자원 보호 측면에서 낚시활동을 제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KMI 이정삼 실장은 현실적이고 실행가능한 제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반 국민들도 새끼를 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 규제가 어려운 것이다. 외국은 체장 제한과 마릿수 제한에서 강경하다. 벌금도 세고, 레인저(Ranger) 제도가 있어서 밤이라도 나타나 바로 벌금을 부과한다. 그래서 낚시인들은 낚시수첩과 줄자를 늘 휴대하고 다닌다.”

이 실장은 “성숙된 낚시문화와 자원관리를 위해서는 기존 낚시 법령부터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제도를 홍보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난 뒤 벌금을 매기든, 면허제를 시행하든,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낚시수첩 보급, 줄자 보급, 쓰레기봉투 보급부터 시작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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