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그리고 진정한 봄의 전령
수산, 그리고 진정한 봄의 전령
  • 손재학 국립해양박물관장
  • 승인 2018.03.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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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손재학 국립해양박물관장

[현대해양] 봄을 여는 생명들의 호흡에는 안도의 한숨이 깃들어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을 생각하면 언제 봄이 올까하는 초조함이 배어 있었겠지만 그래도 자연은 어김없이 순환의 법칙을 따른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 모스크바, 그러나 지난 겨울은 그러하지 않았다. 위도 상 훨씬 남쪽에 있는 대한민국의 서울에 그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어떻게 대한민국은 기온과 수온의 상승폭이 지구 평균의 2~3배에 이르는 온난화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겨울에는 북극 한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되었을까?

 

지구온난화로 가장 추웠던 겨울

우리나라는 북극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 2002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니알슨에 다산과학기지를 설치했다. 다산과학기지는 매년 하계기간(6~9월)에 연구자들이 머무르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비상주과학기지이다. 또한 이곳은 기지촌의 운영과 유지관리 또한 노르웨이에서 담당하고 있는 임대기지이기에 남극만큼의 활발한 연구 활동은 아직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비록 다산과학기지로 인해 우리나라가 세계 8번째로 남극과 북극에 모두 기지를 가진 나라가 되었고, 2013년 북극이사회 정식옵서버 국가가 되었지만 갈 길이 너무 멀다. 제2의 쇄빙선을 건조해 북극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이전에라도 북극의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예보해주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원양어선 ‘남북호’ 역사 제대로 알려야 북극과 달리 대륙으로 형성된 남극의 경우 지구 기후변화의 역사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극한생물체 연구와 미래의 자산으로서 부존자원의 조사 등 각국이 경쟁적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이유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가 1985년 부산의 탐험가와 해양소년단을 중심으로 남극관측탐험대를 구성해 남극대륙을 탐사하고 뒤이어 킹 조지 섬에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한 것도 올해로 어느덧 30주년이 되었다. 세종과학기지는 매년 새 해 첫 날을 여는 지구촌 소식의 단골로 등장하였고, 2009년 쇄빙선 아라온호의 건조와 2014년 남극대륙의 테라노바만에 건설한 장보고과학기지와 함께 우리나라 극지 연구의 교두보가 되었다.

그래서 지난 1월 이를 기념하는 현지 행사와 함께 세종과학기지에 남극 연구 역사박물관도 건립했다고 한다. 축하하고 격려할 일이다. 다만,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대륙 탐험(남극관측탐험대)의 역사와 우리나라 남극 연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남북호의 역사를 박물관은 반드시 제대로알려야 할 것이다.

남북호는 1978년 12월 남빙양에 서식하는 크릴 연구 및 어획을 위해 부산항을 출항한 원양어선인데, 당시 정부가 출어경비의 절반을 부담하고 국립수산진흥원의 연구원들이 승선해 크릴을 채집하고 연구한 내용을 보고서로 발간하는 등의 활동을 계기로 1985년에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북극해 해빙. <사진 = 그린피스 제공>

 

기후변화로 수산자원 분포에 영향

그동안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수산자원의 분포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했던 명태, 정어리, 쥐치 등은 어느새 종적을 감추어 시장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어렵게 되었고, 그 중 우리 바다에서는 거의 사라져버린 명태는 한 때 현상수배를 할 정도로 찾기가 어려웠는데, 지난해 인공증식에 성공해 바다에 어린 새끼들을 계속 방류하고 있어 앞으로는 우리 식탁에서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그러나 부산의 시어(市魚)로 지정된 고등어는 1990년대 중반 40만 톤의 최대 어획량을 기록한 이래 지금은 겨우 10만 톤을 상회할 정도로 어획량이 줄었고 어종의 크기도 작아져서 자원관리와 경영안정 모두 빨간불이 켜진 상태이다.

‘온난화의 역습’ 좌시해서 안 돼 해양학자들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해양생태계의 기초 먹이 생물인 식물플랑크톤의 양이 점차 줄어드는 등 생태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도이런 변화가 상위 먹이단계인 동물플랑크톤과 어린 어류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장 추웠던 지난 겨울은 우리에게 극지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지난겨울 대한민국에 밀어닥친 온난화의 역습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자연이 보내온 신호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특히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물고기가 보내온 신호도 잘 알아채고 슬기롭게 우리 바다의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그래야 진정한 봄을 맞이하지 않겠는가.

 

PROFILE 손 재 학 국립해양박물관장

손재학 관장은 부산동성고, 부산수산대 자원생물학과, 국방대학원(국제관계학 석사), 부경대 대학원(해양산업경영학 박사)을 졸업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자원관, 수산정책관, 국립수산과학원장, 부활 해수부 초대 차관, 부경대 석좌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사)부산수산정책포럼 대표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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