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해양산업 일자리 무덤되나
4차산업혁명, 해양산업 일자리 무덤되나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8.03.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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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운항기술이 가져올 미래직업 지형변화 전망
▲ 롤스로이스 마린(Rolls Royce Marine) 자율운항선박 <사진 = 유투브>

[현대해양 최정훈 기자] 무인화가 시대적 화두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인공지능과 로봇의 일자리 대체 비율은 70%를 넘어설 전망이다.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거부할 수 없는 페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한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다. 짐꾼 로봇 ‘키바’가 아마존 창고 내 산재된물건 중 고객물건을 신속·정확하게 찾는데 활용되고 있고 르완다에서는 택배드론이 의료용품을 수송하며 각국에서 무인트럭이 이미 상용화됐다.

무인 화물트럭의 경우 세계 각국에서 시험운전이 성공하면서 물류업 중 가장 빠르게 무인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 절약은 물론 오작동이나 운전수의 과로로 인한 사고가 배제되면서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군집운전을 할 경우 공기저항 감소 등으로 연료비도 7% 절약할 수있다고 실험에서 드러났다.

지난 2016년 DHL의 ‘물류의 로봇공학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물류산업에서 로봇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며, 짧은 시간 내 물류 현장의 곳곳에서 로봇이 많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양산업도 Marine4.0이라는 슬로건을 앞 세우고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산업에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학술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인공지능이라면 해양산업에서는 무인선 즉, 자율운항선박과 스마트항만이 핵심일 것이다. 인간의 조종없이 자동으로 선박 항해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Dynamic Positioning 시스템을 이용하면 선박이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설정된 항로로 자동으로 항해한다. DP시스템은 쇄빙선 아라온, 케이블선, 조사선 등 국내에도 다수 존재한다. 자율운항선박은 이 기술을 뛰어넘어 인간의 노동이 전혀 없이 선박항해, 회피, 선적·하역, 화물관리, 선박관리가 진행되는 개념이다.

기업의 규모와 선종에 따라 달리 나타나지만 해운기업의 운항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0%가 넘는 경우가 있다.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된다면 인건비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또한 화물브로커 수수료, 선박수리업 비용을 통합하게 되면 선박운항상 발생비용은 더욱 감소 할 수 있고 안전성 부분에서도 해상사고 70~80%를 차지하는 인적요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산업 전체의 일자리가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면 해양 일자리 지형에서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까? 해양산업 종사인 모두의 관심사다.


단순노동 사라지고 부가가치 높은 직업 수 증가

물류 서비스 산업의 큰 축에 속하는 해운산업도 물류산업이 걷고 있는 트렌드에 편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노동의 인력은 급속도로 감소하고 로봇 자동화가 경쟁적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직업이 없어지면 기존의 노동자는 모두 실직자로 전략하고 마는가?

제임스 베센(James Bessen)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부분적으로 자동화가 이뤄지는 직군은 오히려 노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즉, 인간의 모든 직업을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산업의 변화와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일자리와 전문 인력이 요구된다.

해운분야에서도 4차산업 혁명으로 인해 무조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다. 구직자·구인자의 직업 선별기준은 각각 진화될 것으로 보인다.

롤스로이스(Rolls Royce) 관계자는 “자율운항선박으로 기존의 해기사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근무위치가 육상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미래에 실현될 자율운항 선박 시대의 원격 운영자는 기존 선원과 달리 부가가치 높은 신규 직업군으로 인식될 것이므로 선제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도덕희 교수는 지난달 6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개최된 해양분야4차산업혁명발전전략포럼 주제발표에서 “우리해양산업도 롤스로이스사의 Shore Control Center(육사통제센터)와 같은 형태로 발전해야만 가성비가 높은 해양산업이 돼 해양산업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구심점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 지난달 6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한국해양대 주관으로 ‘해양분야 4차산업혁명 발전전략 세미나’가 개최돼 산·학·연정· 관련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직업 소멸·생성

실업대란이라고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구인을 해도 적임자가 들어오지 않고 들어와도 곧 바로 퇴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직자와 구인자의 기대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오토(David Autor) MIT 교수는 “자동화로 어떤 일을 더 신속하고 저렴하게 하느냐에 따라 비자동화 일을 하기 위한 노동수요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자동화가 되면 결과물을 생산하는데 적은 비용이 들어 완제품 가격이 싸지면 새로이 창출되는 다양한 수요들로 인해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 인력시장에서 이러한 공급과 수요 변화 때문에 일자리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선사나 화주들의 인력수요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양분야4차산업혁명발전전략포럼에 참석한 이강기 해양대학교 교수는 “무인선은 기계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하는 도구로 바라볼 때 고객(화주가)이 기피할 수 도 있다. 사고가 나면 배에 책임을 물을 것 인가 조선소인가 화주인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며 “신뢰가 높은 노동서비스를 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자율운항선박은 수집된 데이터가 여러장비에 이용되기 때문에 해커의 공격으로 인한 보안 문제와 관련해 강력한 대비책이 요구된다. 실제로 블록체인으로 철저하게 보안된 가상화폐도 거래소 자체를 해킹하는 방법으로 일본, 이탈리아 등지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해킹당해 시장규모가 축소된 사례가 있었다.


인공지능 적용 장시간 소요 될 예상

지난달 8일 해양수산개발원 대강당에서 ‘자율운항 선박 도입 정책 세미나’가 개최됐다. 주제발표를 한 김경석 해양수산연수원 교수는 “자율운항선박 부문을 선도하는 유럽 국가들이 기존의 선원을 ICT 기반 인력으로 대체하려고 해, 선원인력시장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선원 송출국인 아시아 국가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이런상황의 이해관계 때문에 IMO에서 자율운항 선박 관련 논의가 신속히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인공지능으로 간단한 노동을 하게 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 해양분야4차산업발전전략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대통력 직속 4차산업위원회 위원 이경일 셀트로스(주) 대표이사는 “빅테이터나 인공지능은 많은 데이터로부터 기기가 스스로 학습을 하는 것이 핵심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똑똑해지도록 하는 것에 혈안이 돼있다”고 현재기술개발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서 이 위원은 “이 산업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대단히 많은 인력과 다른 요소의 투자가 필요해 생각보다 금방오래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똑똑하게 만들기 위한 정보를 관리·정제·운용·통합하는 단순·반복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편, 기술력측면이 아닌 현실성에 집중해 볼때 자율운항선박이 상용화되기까지 현실적으로 먼 미래의 일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강기 한국해양대 교수는 “전세계바다에 10만여 척의 선박이 운항된다고 추산되는데 자율운항선박으로 대체 되려면 전세계 조선소가 다 합쳐서 배를 지어도 한해 2,500척 이상 못 만든다”며, “5만 척만 자율운항선박으로 구축한다는 목표를 잡아도 2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 이경일 대통력 직속 4차산업위원회 위원은 “산업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대단히 많은 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직된 정책제도의 개선

일자리 공급이 줄어들지 여부는 기술발전에 따른 제도적·법적 대응을 얼마나 하느냐에 의존한다. 국제해사안전규약SOLAS와 국내선원법에 정한 최소인원 승무규정이 있어 무인선 운항은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

현장의 상황을 고려한 법규정들에 따라 촘촘히 짜여져 있는데 이 경직적인 법규정이 무인선박에 맞는 유연한 법체계로 가는 데 단시간에 마련되기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례로 사고 발생 시 보험은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자율운항선박 시스템에 맞는 실질적인 제도가 구축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또한 국제적으로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협력도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광일 한국해양대 제어자동화공학부 교수는 자율운항선박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전통적인 해양·조선·물류 기업들이 ICT기업과 협력을 통해 디지털화를 받아들이면서 다른 업종과 융합해야 하는 동시에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개방형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표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용화까지 먼 미래, 관망하는 자세 중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2018년은 무인화열풍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도 세계 최대 규모의 무인선박 시험장을 짓고 내년께 무인선박 상용화를 이룰 예상이다. 노르웨이 ‘야라 버클랜드(Yara Birkeland)’는 시범적으로 이미 연안 항해 중이다. 세계 각국은 무인선박 계발에 경쟁적으로 몰두하고 있다.

각 분야의 산업들이 이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정말 해양산업에 장미빛 미래만 안겨줄 것인가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차산업혁명발전전략포럼에 토론자로 참여한 조봉기 선주협회 상무는 “친환경선박에서도 섣불리 LNG연료를 주력연료로 결정 못하는 이유가 어떤 쪽으로 갈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눈은 미래를 바라보더라도 땅은 바닥에 붙여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먼 미래의 일 일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을 다룰때 차분한 접근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예상할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주된 여론이다. 분명한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성공의 주체는 잘 전망해서 제도적, 법적, 인적으로 준비된 기관이나 산업이다.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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