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소금 자급자족 안 되는데도 갯벌 천일염 가격 3년 연속 하향곡선 그어
식용소금 자급자족 안 되는데도 갯벌 천일염 가격 3년 연속 하향곡선 그어
  • 김학렬 (사)천일염세계화포럼 사무국장/목포대 교수
  • 승인 2017.09.04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일염전 존폐위기…‘소금산업 컨트롤센터’ 절실
▲ 김학렬 (사)천일염세계화포럼 사무국장/국립목포대학교 교수

[현대해양]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약 3억 2,700만 톤으로 약 134억 달러(13조 원)이며, 이 중 암염이 약 61%, 호주, 멕시코 등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천일염이 37%, 기타 호수염 등을 포함한 소금이 2% 비율로 생산·공급되고 있다. 이중 0.2%에 속하는 대한민국 갯벌천일염은 호주, 멕시코 산 대량 생산체계 소금과 구분되며, 세계 5대 갯벌에서 생산되는 희귀한자원에 속한다.

국내에서 한 해에 필요로 하는 소금 소비량은 어느 정도일까? 2016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소비되는 소금공급량은 약 404만 톤으로 약 358만 톤 정도가 수입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 중 국내 식용 천일염 수급량 50만 4,000톤 중 국내생산 33만 2,000톤, 수입 17만 2,000톤임을 감안할 때, 식용소금 분야는 자급자족이 안 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천일염 가격은 3년 연속 하락해 최저가격으로 폭락했으며,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갯벌 천일염전마저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다.
 

갯벌 천일염 생산량

국내에 갯벌 천일염전이 시작된 것은 1907년 인천 주안염전이 시초이다. 이후 서해안 갯벌 지역에 염전이 조성됐으며, 1996년 이전 약 9,800ha에 이르는 많은 염전이 조성됐다. 1996년 국가에서 소금 전매제도가 폐지되고 외국에서 값싼 소금이 수입됨에 따라 더 이상 가격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정부가 1996년부터 2002년까지 폐전정책을 폈다. 많은 염전들이 이 시기에 사라졌으며, 일부는 양식장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정부의 염전 폐전정책은 실패로 끝났다.2016년 기준 전국적으로 약 4,913ha의 염전이 가동되고 있으며, 이중 약 3,787ha 염전이 전남지역에 형성돼있다. 2016년 기준 전국 생산량은 32만톤, 이중 전남이약 29만 톤의 생산량을 달성하고 있다.

 

갯벌 천일염 생산과정

갯벌 천일염을 생산하는 과정은 해수를 취수하여 저수지에 물을 가두고 침전과 농축과정을 거친 다음 제1 증발지(난치)와 제2 증발지(누테&살루테)로 물을 흘려보내 해주창고에 유입시킨 후, 결정지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바닷물의 염도는 1~2%이며, 제1 증발지(4단)와 제2 증발지(3단)를 거치면서 염도는 3~8%, 8~18% 까지 농축된다. 이와 같이 바닷물이 유하식 및 급상식의 단계적인 증발·농축과정을 거치면서 얻어진 해수를 ‘함수’라 하며, 함수를 저장해두는 창고를 해주 또는 해주창고라고 한다. 해주에서 침전·혼합·농축과정을 거치게 되면 염도는 25%를 유지하게 되며, 햇볕과 바람이 좋은날 결정지에 투입함으로써 갯벌 천일염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갯벌 천일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소 1정보(ha)의 면적이 필요하다. 천일염의 생산 시기는 3월말부터 10월 중순 까지 약 190일 정도이며, 생산량은 3정보 기준으로 3명 정도의 작업자가 90~120톤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이 생산된 천일염은 소금창고에 저장해 간수를 제거한 후 필요한 시기에 포장하여 유통된다.

 

성분면에서 본 갯벌 천일염

갯벌 천일염을 성분 조성면에서 보면, 나트륨 함량은 낮으면서 인체에 필요한 기질(다량미네랄 , 미량미네랄 및음이온)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아래 그림 참조). 소금의 주요성분이 염화나트륨(NaCl)이라면, 갯벌 천일염의 주요성분은 Na+Cl+무기질이다. 즉, 99%가 염화나트륨으로 조성된 정제염과 85%가 염화나트륨으로 조성된 갯벌 천일염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인체는 6대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수분, 무기질 및 비타민이 이에 해당된다. 이중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식단 구성에 중요한 요소이다.

3대 영양소는 다이어트식, 당뇨식, 고혈압식 뿐만 아니라 고도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운동선수들의 식단 구성에도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다. 수분과 무기질 및 비타민은 인체를 구성하는 구성성분이 되거나 에너지를 발생시키지는 않지만, 결핍 시 심각한 질병으로 어질 수 있는 성분이다. 이 성분의 1일 공급량은 미량이며, 부족함이 없이 공급되면 된다. 따라서 미량의 미네랄일지라도 이는 인체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작용하게 되며, 소금에 포함된 무기질 함량이 적다고 해서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 국내산 갯벌 천일염과 수입산 천일염의 주요 미네랄 성분 함량 비교. 자료: 국립목포대학교 천일염 및 염생식물 산업화사업단, 2011

 

3년 묵힌 소금 조성은 토판염 조성

혹자는 천일염을 묵혔을 때 인체에 좋은 성분인 무기질이 빠져나가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 할 수 있다. 우리조상들은 천일염을 묵혀서 사용하는 것이 좋고, 나아가3년 이상 묵혔을 때 가장 맛있는 소금이 된다고 했다. 소금을 묵히게 되면 간수가 빠지게 되고 이와 함께 일부 마그네슘, 칼륨, 미량미네랄 등도 함께 빠지게 된다. 이렇게 간수가 제거된 소금은 쓴맛이 감소되고 뒤끝에 단맛이 느껴진다.

그런데, 천일염의 미네랄은 묵힌다고 해서 모두 빠져나가지 않고 어느 기간이 되면 더 이상 빠지지 않는 항정점을 갖고 있다. 특히, 천일염 중 토판소금이라는 제품은 갯벌을 롤러로 평평하게 다져서 만든 결정지에서 전통적인천일제염법으로 생산되는 소금이다. 토판염은 생산 기간이 길고, 생산량도 훨씬 적다. 3년 묵힌 소금의 조성은 명품소금인 토판염의 조성과 유사하다.

 

위생 및 안전성으로 본 갯벌 천일염

국산 천일염에 대한 생산과정 및 생산시설을 두고 식품위생 및 안전성 문제를 간혹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산 갯벌 천일염은 식품 위생적으로 안전하며, 그 어떠한 위험성도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우선 거론된 문제는 바닷물을 1차적으로 취수해 해수를 저장하는 저수지 오염 문제, 증발지에 서식하는 염생식물을 없애기 위해 농약(제초제)을 살포하는 문제, 소금을 결정하는 바닥에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장판을 사용하는 문제 등이다.

정부(해양수산부,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는 천일염 생산 해역, 염전 주변 갯벌 등에 대해 매년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6년 전체 염전 중 무작위로 염전을 선정, 조사한 결과 취수해역 수질, 중금속 등이 모두 기준규격에 적합하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논란을 없애고 천일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2011년부터 융자사업을 통해 염전 결정지 바닥재로 사용하고 있는 PVC 장판을 걷어내고 친환경 바닥재를 사용하도록 유도해 왔다. 2015년 7월 장판 바닥재에서 생산된 천일염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모두 식품 기준규격에 적합해 안정성이 입증된 바 있다.

 

친환경 염전 바닥 장판재

결론은 기존의 PVC 장판에서 생산된 천일염에도 인체안전성을 우려할만한 환경호르몬(프탈레이트 및 아디페이트 계) 및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정부는 소비자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 친환경장판으로 교체를 장려했으며, 현재 5년간의 시설개선사업 지원을 통해 거의 100%에 이르는 염전 바닥 장판재를 모두친환경 장판재로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이 외에도 천일염전의 저장창고, 함수를 저장하는 해주 및 수로 둑, 생산시설 자재까지도 위생기준을 정해놓고 개선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15년 5월 이후 이러한 시설 개선이 없는 염전에 대해서는 지자체 관리 하에 행정처분까지도 강행하고 있다.

 

천일염 산업 어떻게 육성하나

소금은 2008년 3월 28일 천일염이 식품으로 선포되기 전에는 산업자원부에서 관리했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 현재는 해양수산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천일염이 식품으로 선포된 이래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위생법상 품질검사기준으로 11가지 정밀검사 항목을 제시하고 이에 부적합한 소금은 유통하지 못하도록 관리해 왔다.

식품군 중 소금은 기타식품으로 분류돼 2013년 천일염에 안전성이 입증됐다. 이에 따라 11가지 검사항목을 폐지하고 2가지 중금속 검사에만 통과되면 유통할 수 있도록 기준도 완화시켰다. 그런데도 해양수산부는 관능검사, 정밀검사, 무작위 추출검사를 실시, 이를 통과한 소금만을 유통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산 소금의 포장지 교체(일명 포대갈이)를 막기 위해 2012년부터 국내산 천일염 이력관리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1963년 재정됐던 염(鹽)관리법은 2012년 11월 23일 소금산업진흥법으로 전면 개정됐으며, 이 법을 근거로 매년 전국 염전의 위생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나아가 염전주변의 바다 오염을 고려해 염전 해역, 토양(갯벌)에 이르기까지 미생물, 위해요소 및 잔류농약을 철저하게 검사, 관리하고 있다.

 

대만의 천일염 산업

대만은 약 3,000ha의 염전 규모와 2,000명 이상의 생산자가 소금 생산업에 종사하고 있었으나, 1998년부터2000년에 이르는 사이 모두 폐전됐다. 폐전의 근본적인이유는 노동력 부족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만 정부는 지난 2000년부터 모든 식용소금을 정제염으로 대체하고, 2011년 당시 60% 이상의 염전을 정부가 사들이고3ha의 염전만 관광지로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천일염전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이를 마케팅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은 3ha의 천일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으로 소금산을 만들고(칠고염산) 관광명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염박물관을 마련해 천일염의 역사와 생산과정 등을 홍보하면서 관광코스로 개발했다. 그 외에도 소금관련 식품, 물, 미용제품, 장난감 및 기념품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 게랑드 천일염 불용성분 함량 높아

프랑스 게랑드 염전은 약 1,800ha 부지에서 연간 약1만 5,000톤의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 게랑드 염전도 소금

▲ 프랑스 게랑드 염전

에 대한 가격 폭락으로 인해 생산을 포기하고 폐전 위기가 있었다. 이에 자구책으로 1972년 협동조합을설립하고, 1979년 염업훈련소를 건립, 각고의 노력으로 1990년대 이르러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현재 프랑스 게랑드에서 생산된 천일염(Fleur de Sel & Fine,Coarse Sel)은 세계적인 식용소금으로 널리 판매되고있으며, 프랑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맛의 근원이 게랑드 소금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자랑하고 있을 정도다.

프랑스 게랑드 염전의 생산 방식은 우리와 가장 유사한 소금생산 방식이다. 즉, 대서양의 해수를 취수해 단계적으로 증발·농축시키고 15일 만에 1회 채염한다.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해수가 계속 흐르는 상태로 증발·농축한다는 것이며, 소금 결정지 바닥에 뻘을 이용한다는 점은 같다.

이 때문에 프랑스 게랑드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은 국내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에 비해 불용성분 함량이 높은 특성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그들은 허용기준에 적합하고 식용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식염에 국제식품기준(Codex)을 적용하고 있으나, 염전에서 만드는 천일염도 식염으로 인정하고 있다.

30년 전 프랑스 게랑드 염전이 폐전 위기에 처하자 가격폭락으로 인한 노동력 부재를 막고 소금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와 관련업계의 노력이 현재의 게랑드 소금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현재는 프랑스 정부에서염전 생산자들에게 가격폭락과 상관없이 영농정착자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산 갯벌 천일염 위기 극복 방안

위에서 언급했듯이 국내 소금 산업은 노동력 부족과 이로 인한 가격하락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아울러 저품질의 값싼 외국산 소금이 대량 수입됨에 따라 국내 천일염 가격이 폭락해 생산자들 또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에는 마른장마로 인한 생산량 증가로 산지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저염정책에 의한 소금 소비량의 지속적인 감소 또한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다른 식품에는 대체식품이 있지만 소금은 대체식품이 없다. 소금은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다. 또한 국산 갯벌 천일염은 해수를 자연 증발·농축시켜 오로지 햇볕과 바람에 의존해 결정하는 천연 소금이다. 어떠한 인위적인 가공공정을 거치지 않는 소금이며, 식품 위생적으로도 안전하고 맛이 좋다.

학교급식 및 단체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 교사들을 대상으로 천일염전 팸투어를 진행한 적이 있다. 염전 및 주변 생산시설을 체험하고 천일염 생산과정을 직접 체험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천일염이 대한민국 최고의 소금으로 육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급식과 단체급식 조리 시 국산 천일염 사용이 선행되고 의무화 된다면 가격하락으로 인한 천일염 고사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소금이 음식의 맛을 내는 첨가제로써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국민 건강을 지켜주는 중요한 식재료가 돼야 한다.

 

가공식품 생산업체도 천일염 사용해야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생산업체에도 천일염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 저가의 수입소금에 의존하기 보다는 값이좀 비싸더라도 좋은 소금을 사용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내산 천일염으로 대체 시 원가차액을 보상해주는 정부 지원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특히 젓갈,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등 한국 전통식품 제조에는 반드시 국산 천일염을 사용해야 하며, 전통식품 표준을 한국 농산물, 수산물로 지정함은 물론, 재료에 대한 원산지 표시를 명확하게 하도록 의무화 해야 할 것이다.

내수시장 개척도 중요하지만 해외 수출 또한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식용소금의 사용은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식품기준규격(CODEX)을 적용하고 있다. CODEX의 소금 기준은 염화나트륨 함량 97%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염화나트륨 함량이 평균 85%인 국산 갯벌 천일염의 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규격에 맞도록 공정을 개발해야 한다. 전매제가 폐지되는 중국은 소금에 요오드를 첨가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또한 공정 개발이 돼야 한다.

또, 염전 생산자들을 장인으로 육성하고 이들의 자기계발과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수립돼야 할 것이다. 천일염 산업 육성을 위한 장기계획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국가가 장려하는 ‘소금산업컨트롤센터’ 설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