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28) 송어·은어 양식 신종열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28) 송어·은어 양식 신종열 씨
  • 백미리 기자
  • 승인 2017.08.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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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맑은 물 가득한 고향으로 돌아와 양식 테마공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최종 목표

 

[현대해양 백미리 기자]

▲ 신영일 씨

 귀어 전 거주지역 : 서울 양천구

 귀어지 : 경북 봉화군 물야면

 귀어 전 직업 : 회사원

 귀어연도 : 2014년

 사업형태 : 송어·은어양식

 귀어 초기자본 : 2억원(자부담 1억 + 지원자금 1억)

 연간수익 : 2억원

 귀어동기 : 부모님 간호

 

효심으로 돌아온 고향, 귀어로 새롭게 시작

 

학창시절 신종열(45) 씨는 고향인 경북 봉화군을 떠나 인근 영주시에서 학교를 다니며 자취를 시작했다. 영주시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그는 대구에서 대학을 나왔고 졸업 후 경기도 김포에 있는 정밀기계제조 회사의 품질관리사로 취직했다.

 

품질관리업무와 더불어 제품개발 연구에도 참여해 공학도의 삶을 살던 신 씨, 그러나 심경적인 어려움으로 3년 만에 김포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그리고 이전까지 일했던 분야와는 전혀 다른 금융계에 몸담았다. 10여 년간 금융계에 몸을 담아 소위 금융계 ‘짬밥’이 그득히 찰 즈음, 그는 문득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2010년 고향으로 내려온 후, 그는 부모님이 하시던 사과재배와 고추농사를 대신 지었다. 덕분에 반 농부가 돼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좋은 직장 잘 다니던 아들이 시골로 내려와 고생하는 모습을 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오랫동안 타지로 나가 고생 하던 아들을 곁에 둘 수 있어 마음이 든든하고 기분이 좋으셨다고 한다.

 

2014년 3월, 신 씨는 고심 끝에 귀어를 결심하고 주소지를 옮겼다.

 

그렇게 그는 호기심 많았던 방황을 끝맺게 됐다.

 

“부모님께서 편찮으셔서 2010년에 이곳 경북 봉화군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사실 내려올 때도 굳이 귀농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 편찮으신 부모님을 모시는 게 타향으로 오랜 세월 떠나 있었던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했을 뿐이죠.

하지만 부모님께서 자신들이 평생을 바쳐 가꾸던 농사까지 짓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안좋아지셔서 제가 대신 농사도 지었죠. 그렇게 한 5년 정도 부모님을 모시던 중 2015년 6월, 아버님께선 그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 신종열 씨의 양식장에서 수차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모든 것이 낯선 ‘이방인’이기에 피할 수 없었던 실패

 

귀어귀촌을 결심한 신종열 씨에게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부지 6,000㎡가 있었고 초기 귀어자금 1억여 원이 있었다. 또 귀어를 결심한 순간부터 부지런히 귀어교육을 받아 1억여 원의 귀어자금도 받을 수 있었다.

 

신 씨는 4,053㎡ 부지에 양어장을 지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2,000㎡ 나대지는 현재 송어와 은어를 파는 장소로 사용 중이다. 이 공간은 앞으로 그가 새로운 사업을 꾸려 나갈 장소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문득 왜 내륙 한 가운데인 경북 봉화군에서 어업을 할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신 씨는 그 이유를 들려줬다.

 

“차라리 농업과 화훼, 축산업을 했다면 고생이 덜했을 거라는 생각은 드네요. 하지만 이곳 봉화에는 내수면양식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 하나 있어요.

바로 맑고 풍부한 수원입니다. 송어와 은어는 맑고 깨끗한 담수에서 자랄 때, 육질이 좋고 잡내가 없거든요. 또 저희 봉화군에서는 매년 ‘봉화은어축제’를 하고 있습니다. 꽤 규모가 큰 이 축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덥석 덤벼들었던 거죠”

 

그러나 일은 그가 예상했던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우선 귀어귀촌 창업자금 대출의 경우 예상치 못한 오해로 인해 기대보다 적은 지원금액을 받게 된 것이다. 양식장에 대한 재산권 설정이 불가능 해 자산 가치를 담보로 하는 지원금이 확 줄어든 것이었다. 약속했던 지원금을 받 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기에 양식장 공사 규모까지 늘렸던 그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봉화군에서도 저 같은 귀어업인에 대한 지원 사례가 거의 없어서 곤란해 하더군요. 인허가 건도 그렇고, 지원 건도 그랬어요. 그래서 서로가 참 난감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6년 8월에 방사한 치어 중 50%를 잃어 약 3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덴마크산 3배체(Triploid) 중성송어의 치어는 산란으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여 성장속도를 늘리고 질병에 강하지만, 그에겐 낯선 어종이었다. 그렇게 또 한번 뼈아픈 교육비를 지불했다.

 

스스로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다른 이들에게는 그가 낯선 존재이기에 발생한 어려움들이었다.

 

▲ 치어 입식중인 신종열 씨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한 인고의 노력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아직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아요. 그렇지만 이 정도로 기가 죽진 않습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꼭 계획했던 대로만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나름대로 수익은 계속 나오고 있고, 저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곳 에 터를 닦아 죽을 때까지 살아갈 생각입니다”

 

신종열 씨는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짓밟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 경쟁력을 기를 것이라고 한다.

 

“7월에는 세미나 교육도 받았고,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포항지원에서 양식어류와 수질 샘플링검사를 해갔습니다. 덕분에 2016년 12월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양식장 HACCP 인증을 받았습니다. 사실 먹거리를 다루는 업체에겐 위생과 관련된 이러한 인증은 필수죠.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그만의 양식 품질관리비법을 묻자 그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식장을 시설할 때부터 자신의 기계전공 특기를 살려 설계에 참여했다. 덕분에 관리가 유용한 양어장을 만들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칙적인 관리라고 한다. 철저한 수질관리를 통해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최소화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지난해에는 송어 4톤 정도를 출하했다고 한다.

 

사람과의 인연 또한 그에게 큰 힘이 돼주고 있다. 특히 양어장 직판장 경력만 12년, 회 뜨는 전문가 김영일 실장과의 인연은 신종열 씨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귀어초기에 선진지를 둘러본다며 이곳저곳 기웃 거릴 때, 기꺼이 자신을 맞아주고 많은 도움을 준 안동의 월야수산 김상욱 대표는 지금도 도움을 주는 고마운 멘토다. 경북 농민사관학교의 수산업CEO 양성과정에서 만나 양식어업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줬던 포항대 변경숙 교수는 수산물품질관리사에 도전하라는 조언을 해줬고 신종열 씨는 현재 1차 시험에는 합격을 했다.

 

▲ 신 씨에게 큰 도움이 된 김영일 실장이 회를 뜨고 있다.

 

 

양식테마농원으로 봉화군을 널리 알릴 그 날까지

 

▲ 봉화의 맑고 풍부한 수원에서 자라는 송어를 낚고 있는 신종열 씨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보낸 신종열 씨에게 향후 미래에 대해 세워놓은 계획을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6차산업을 언급했다.

 

“우선 가공시설을 세우고 반 건조 송어포를 만들어 팔 계획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필렛(Fillet) 형태로 가공하면 상품성도 높아질 겁니다. 또 체험장 이라고 해야 할까? 양식을 테마로 텃밭 대신 양식장이나 연못을 두고 그곳에서 제가 기르는 송어와 은어 이외에도 이곳 봉화군의 토종어종도 볼 수 있게 할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와 공간을 마련해 사업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혹 예전의 저처럼 귀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면 좋은 멘토도 돼줄 생각입니다”

 

‘양식테마체험장’이 잘 될 경우, 좀 더 규모를 키워 양식 테마를 갖춘 유원지로 만들어 지역도 널리 알리고 지역민들간의 단결된 문화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귀어를 생각하는 예비 귀어업인들에게 전하고픈 말을 청해보았다.

 

“우선은 귀어를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알다시피 요즘 귀촌인들이 늘고 있지만, 기존 주민들 입장에선 그런 이들에게 마음을 여는게 참 어려워요.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람 간의 문제니까요. 또한 귀어인을 위한 지원자금 제공 부분에 대한 좋은 정책 가이드를 참 고하면 좋아요. 하지만 지원금에만 의존하지 말았으면 싶네요. 결국 일의 마무리는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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