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 씨름선수 출신 최고참 경매사 조형찬상무 퇴임
부산공동어시장 씨름선수 출신 최고참 경매사 조형찬상무 퇴임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6.04.15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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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 등과 씨름판 누비다 경매사로 변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24년간 위판장 호령
▲ 잘 나가는 씨름선수에서 경매사로서 변신해 부산공동어시장의 역사를 이끌어 왔던 조형찬 상무가 최근 정년퇴임했다. ⓒ박종면

매일 새벽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장을 쩌렁쩌렁 울리던 최고참 경매사이자 최장기 근무자 조형찬(58) 상무가 최근 정년을 맞아 부산공동어시장을 떠났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빠른 손놀림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조 상무는 부산공동어시장의 명물이었다.

조 상무의 경력은 화려하다. 경매사이기에 앞서 잘 나가는 씨름선수였다. 그가 경매사로서 삶을 살게 된 건 공동어시장 씨름단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게 되면서부터다.

조 경매사는 1977년 부산공동어시장에 입사했다. 이만기, 이봉걸 등과 더불어 씨름판을 주름잡던 이준희 선수도 실업팀 부산공동어시장 씨름단 소속이었고 홍현욱 선수는 그의 동기다. 그런 그가 경매사로 변신한 것은 1982년 씨름단이 해체되면서다.

동료 선수들은 프로팀으로 가거나 어시장을 떠났지만 그는 어시장을 지켰다. 경매사라는 직업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생산자인 어업인과 소비자인 중도매인 사이에서 가격 결정을 이끌어내는 일이 매력 있어 보였다.

그는 고졸 출신의 평사원으로 시작했다. 먼저 판매과에 배치돼 경매 보조일을 하며 5년간 실무 경험을 쌓았다. 굵고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산에 올라가 선배들 목소리를 따라하다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개발했다. 경매하는 동안 왼손을 귀에 갖다 대는 것도 사실은 그만의 몸짓이었던 것. 그렇게 하면 더 현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됐단다.

새벽 6시 첫 경매가 시작되기 전 밤새 위판장에 배열된 생선들의 적정가격을 평가하고, 경매를 거쳐 경락자를 결정하는 게 경매사로서 그의 일이었다.

그는 판매과장을 거쳐 임원인 판매상무에까지 올랐다. 판매과 업무는 물론 선사를 유치, 관리, 위판고 신장에 기여하며 부산공동어시장의 역사를 이끌어 왔다.

조 상무의 퇴임식은 지난달 31일 부산공동어시장 회의실에서 이주학 사장 등 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조촐하게 열렸다.

조 상무는 “씨름밖에 모르던 나를 경매사로 변신시켜 오늘이 있게 했던 부산공동어시장은 내 인생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며 “어획량이 많아야 생산자는 이익이 나고, 중도매인은 흥이 나고, 어시장은 위판고가 올라간다는 소신으로 달려왔다”고 회고했다.

한편, 이주학 사장은 “특유의 노련함과 봉사정신으로 40년간 근속하며 어시장 발전에 기여한 공을 높이 평가한다”며 석별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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