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그 이후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그 이후의 인공지능(AI)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 승인 2016.03.31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부장
결국 알파고가 승리했습니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가 현실로 바짝 다가왔습니다.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창조해낸 인공지능 바둑시스템입니다. 세계 바둑 1인자인 이세돌 9단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판을 풀어나가며 분전했으나 큰 그림을 그리는 알파고의 계산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까지 갈까요. 인공지능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약한(weak) AI’와 ‘강한(strong) AI’입니다. 약한 AI는 특정 영역의 문제를 푸는 기술입니다. ‘음성을 듣고 무슨 말인지 인식하라’와 같은 문제를 푸는 기술수준입니다.

강한 AI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과 같은 지능수준을 말합니다. ‘스카이넷(Skynet)’은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는 인공지능입니다. 영화 속에서 스카이넷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두려워한 인간이 자신을 멈추려고 하자 인류를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능력을 보입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약한 AI입니다. 알파고도 약한 AI에 속합니다. 알파고가 인간이 둘 수 없는 창의적인 수를 두었다며 사람들이 경악하지만 알파고는 오직 확률만 따질 뿐입니다.

강한 AI는 아직 멀었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입니다. 그러나 기술발달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 파장 또한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 와중에 인공지능에 대한 유토피아론(論)과 디스토피아론(論)이 엇갈립니다.

우선 일자리 문제입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업종으로 회계와 세무, 법무부분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 판사들의 관심이 대단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전관예우나 향응 등에 영향 받지 않고 방대한 법률 및 판례지식을 장치한 인공지능의 경쟁력이 현직 법관 보다 우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의사의 경우에도, 인공지능이나 로봇기술이 상용화되면 전문 분야가 없는 일반의사는 사라질 가능성이 94%에 달할 것이란 보도가 있었습니다. 현재의 주요직업 가운데서 콘크리트 작업자가 사라질 확률이 가장 높았고 무인항공기 드론의 발달로 택배업도 생존이 위태로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의사지만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한 전문의사와 사람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교사나 승무원이 사라질 확률은 2%대로 낮았습니다. 화가나 음악가 등 창의성이 필요한 예술분야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의 고유영역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미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일본 문학상의 1차 심사를 통과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창의력에도 도전하는 인공지능의 발달속도는 예상을 훨씬 앞서고 있습니다.

증권투자 부문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 로봇이 투자자문을 하고 고객의 자금을 운용하는 시대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열릴 예정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 조언을 해주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독립투자자문사도 등장할 예정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개혁추진위원회를 열어 ‘금융상품 자문업 활성화 방안’을 하반기부터 도입키로 결정했습니다. 그 내용이 인공지능 자산관리시스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입니다. ‘금융 알파고’라 불리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직접 고객을 상대로 투자 자문을 해주고 투자금을 굴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현재는 일부 증권사에서 인간 전문인력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투자 자문을 해주는 단계지만 앞으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투자자문을 하고 스스로 고객 자산을 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는 법령상 금지돼 있을 뿐입니다.

인간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는 별문제입니다. 양극화 심화도 심각하게 대두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소유한 극소수 자본가계급에 의한 노동의 대체와 이로 인한 소득불평등 문제입니다. 사회적 부는 증대하겠지만 부의 격차는 심각하게 확대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군사무기화도 걱정거리입니다. 인공지능무기는 핵무기와 달리 비용이 비싸지도 않고 대량생산이 쉽게 가능할 것이기에 더 위험합니다. 기술은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입니다. 다만, 그 기술을 누가 사용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인공지능무기는 암시장에서 테러리스트에게 거래될 수 있고 독재자에 의해 인종 학살이나 민간인 공격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강한 AI는 약한 AI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2015년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가지고 100년 안에 인간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구글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는 커즈와일이라는 사람은 2005년 펴낸 책에서 ‘2045년 특이점이 도래할 것’이라며 ‘특이점이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간 뇌의 연산 및 저장 능력은 2020년대면 컴퓨터에 의해 따라 잡힐 것이고 인간 뇌에 대한 역공학적 분석도 빠른 속도로 고도화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특히 인간 뇌에 대한 분석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발전하면 소프트웨어도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의 상황, 즉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서게 되었을 때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하고 객관적이며 능률과 효율성이 높은 인공지능을 인간은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모든 것을, 특히 의사결정에 관한 것을 의존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인간은 인공지능의 노예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인공지능의 자체 성숙과 진화에 의해 그런 상황이 전개될지 아니면 인공지능을 장기적으로 이용한 나머지 복잡한 의사결정과 판단기능을 잃어버리게 될지, 즉 인간의 지능이 퇴화할지 그것을 현재로선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시대가 이미 도래하였다는 것과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 그리고 인공지능의 학습능력과 진화 속도가 충격적으로 빠르다는 것입니다.

흥미롭다고 해야 할까요, 무섭다고 해야 할까요. 30년쯤 후면 알게 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