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현대화사업 ‘갑론을박’
유통인 죽이는 제로섬 게임인가, 물류개선 통한 도약의 기회인가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갑론을박’
유통인 죽이는 제로섬 게임인가, 물류개선 통한 도약의 기회인가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5.11.05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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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의 오해와 진실>
현대화사업, 정체된 시장의 활성화 위한 상생의 혜안 필요

 

▲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 1단계 전경

 

 


순환식재건축 직판상인 이전이 선결 과제, 개선사항 반영해 보완 중
시장도매인제 도입…경매제와 정가수의매매 경쟁으로 도매 서비스 향상


국내 최초의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이자 국내 최대의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개장 30주년을 맞아 변화의 시작점에 섰다. 지난 2011년 첫삽을 뜬 현대화사업의 1단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직판상인들이 가락몰로 이전한 후 현대화의 핵심인 도매권역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가락시장은 설계 당시 설계된 처리량의 두배 이상의 물량을 좁은 면적에서 처리함에 따라 발생하는 물류이동의 불편함, 주차공간 부족, 시장 오염 등으로 정체된 시장에는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변화의 길을 가는 가락시장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시장의 특성상 현대화사업이 가진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갈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에는 응원보다는 비판 혹은 질타의 목소리가 거세다. 그 중심에는 직판상인들의 가락몰 이전과 도매권역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측은 노후되고 불편한 시장환경을 개선해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유통인·생산자·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일부에서는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직판상인, 도매법인 죽이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갈등의 골은 깊어보인다.

환기시스템과 243대 수평주차공간 갖춘 지하 1층

순환식재건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의 특성상 직판상인들의 가락몰 이전 반대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하는 문제지만, 청과직판상인들의 가락몰 이전 반대 관련 입장 표명과 결의대회는 연일 언론에 보도되며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

청과직판상인들의 이전 반대 이유는 지하 1층으로 이전할 시 상품 변질 우려와 출입구 부족, 주차공간 부족으로 인한 물류 혼잡, 수평 이동에서 수직으로 물류를 이동해야하는 불편함 등이 주요하다. 지하의 폐쇄성으로 상권이 위협받는 다는 것도 직판상인들의 우려요소 중 하나.

우려와 달리 가락몰 판매장을 살펴보면 환기시스템에 의해 실내 온도, 오염도에 따라 신선한 외기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어, 상온에 노출돼 외부에 영향을 그대로 받을수 밖에 없는 현재의 거래 환경보다 상품 신선도 유지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하까지 햇빛이 드는 광장을 곳곳에 마련해 지하의 답답한 느낌도 덜었다.

물류 이동의 경우에도 현 147개 출입구와 가락몰의 3개 출입구가 단순히 수치로 비교되며 물류 혼잡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수평구조와 수직구조의 차이로 이해해본다면 그렇지 않다.

가락몰 지하 1층은 매장과 주차장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대형 출입구 3곳(총 너비 71m), 지상으로 연결되는 출입구(램프) 4개소가 위치하며, 판매동 전용 화물용 엘리베이터 9개소, 무빙워크 2개소 및 계단 15개소가 설치돼 있다. 주차공간 부족의 경우 외부 전문기관 조사결과, 청과직판의 피크시간대 주차대수는 시간당 최대 235대이며 가락몰 지하 1층 바로 옆 수평 주차장은 243대 주차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공사는 청과식판상인의 물류 불편 우려를 반영해 현재 도매권과 연결 통로 1개소, 전동차 램프 1개소, 화물용 엘리베이터 2개소를 추가로 설치중에 있으며, 전기 삼륜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상품반입시 안전사고나 상품전도의 우려도 사실과 다르다. 현재 가락몰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전동차 램프는 전동차 제조 회사 제원 등판 각도 7.0~9.0도 보다 완만한 5.64도로 설치돼 있으며 보다 안전한 운행을 위해 전동차 전용 램프 덮개 공사, 램프 노면 미끄럼 방지 시설 설치 등 시설 보완을 진행 중이다.

 

 

 

 

 

▲ 직판상인들의 이전을 앞두고 배수시설, 바닥재 마감 등 막바지 보수작업 중인 가락몰 지하 1층의 모습. 공사 관계자는 "지금은 황량한 모습이지만, 보완을 마치고 상인들이 이전하면 어느 곳보다 활기찬 공간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락몰 이전, 순환식재건축 추진의 시급한 과제

가락몰에는 지하 1층 청과직판, 지상 1층 수·축산직판 매장이 들어선다. 이전을 위한 점포배정은 이전신청 공고와 임대상인의 신청 등을 거쳐 진행됐으며 이전대상 중 수산, 패류, 건어, 수협, 축산 등 5개 직판상인조합(지하 2층 및 지상 1층 배치) 상인 전원이 참여해 완료됐다.

청과직판의 경우 점포 배치 실무위원회 협의가 마무리된 후 조성된 조합집행부를 중심으로 이전협의를 전면 거부, 상인의 40% 정도만이 점포배치를 신정한 상황이다. 수·축산 상인들은 12월 입주를 목표로 이전 협의체를 구성, 세부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공사 관계자는 “도매권역인 2·3단계가 현대화의 핵심으로 사업비는 한정돼 있으나, 상인들의건의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가락몰이 아무리 화려한 시설을 자랑한다 한들 상인들이 실질적인 편의를 위해서는 충분한 협의를 통한 보완이 이뤄져야할 것이다. 상인들 역시 순환식재건축의 특성상 이전 거부시 사업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일 또한 없어야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환경의 특성상 9년의 장기 프로젝트인 현대화사업의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을 통해 기본 계획이 시대에 발맞춰 가야하는 것 또한 당연지사.

일부에서는 현대화사업을 1단계에서 끝내고 2단계는 리모델링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현대화사업은 도매시장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병행해야한다는 난점이 있다. 이에 리모델링을 진행할시에도 리모델링 건물 입주 유통인들이 임시 이전해야하는 대체공간이 필요한데 현재로는 해당 공간을 조성할 수 없다. 대체매장 조성과 이전, 재이전에 발생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리모델링은 기존 시장의 배치와 건물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데, 현재 가락시장이 가지고 있는 시설 혼잡, 물류 효율성 저하, 시설 노후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공사 관계자는 “최초에 현대화사업은 이전의 방향으로 논의됐으나 부지 선정, 예산 등 여건에 따라 재건축이 가장 적합한 대책으로 추진됐다”며 “이전, 리모델링 등의 현 사업방향과 어긋나는 대안보다는 효율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개선안을 들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장도매인, 농안법에서 인정하는 도매시장 거래 주체

현대화사업의 핵심은 1단계 이전 이후 이뤄질 도매권역 사업이다. 현대화는 다만 신식 시설과 건물만을 뜻하지 않는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수요를 받아들이고 과거제도의 한계점을 보완해 현재, 그리고 미래에 맞는 거래환경을 재정비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도매시장 현대화에서는 거래제도가 쟁점사항으로 떠올랐다. 경매제가 주를 이루고 있는 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기때문이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제안되는 이유는 유통단계를 줄여 유통비용을 줄이고, 출하처 추가를 통한 건전한 경쟁체제 형성으로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데 있다.

오랫동안 도매시장을 지켜온 경매제는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방안으로 활약했으나 ‘기록상장’과 ‘형식경매’라는 오랜 병폐를 비롯해, 낮은 가격형성의 불안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는 현재 가락시장의 출하처가 도매법인 독점의 상황이라는 불편함도 존재한다.

이에 공사는 지난 2008년부터 상장외품목을 확대하며 정가수의매매의 영역을 넓혀하고 있다. 정가수의매매인 시장도매인제도 그 중 하나. 공사 관계자는 “달라진 유통환경에 맞춰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것이 공영도매시장의 역할이며, 같은 줄기를 하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당장 시장에 혼선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준비기간을 거쳐 변화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도매인제에도 거래의 불투명성과 정산의 안전성, 중도매인들의 시장도매인 전환 가능성 등 불안요소가 다수 존재한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이유도 그와 같다.

시장도매인제가 과거 위탁상의 문제점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이다. 우선, 일부에서는 시장도매인이 새로운 거래제도가 아닌 과거의 위탁상과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나 시장도매인은 농안법에서 인정하는 도매시장 거래 주체의 하나로 과거 규제없이 운영되던 위탁상과는 완전히 다른 제도로 봐야한다.

공사는 출하대금 정산을 ‘가락시장 정산(주)’를 통해 지급을 100% 보장하는 한편 도매법인에 준하는 거래 안전장치를 통해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재 상장예외품목이 운영되는 바와 같이 통합정보시스템을 활용해 거래내역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전자 송품장 제도를 도입하는 등 허위 거래, 물량 탈루와 같은 문제를 원천 차단할 방침이다.

 

 

 

 

 

 

▲ 수산시장에 가락몰 이전 반대 현수막이 걸렸다. 상인들에게 이전 반대 이유를 물었으나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원래 장사하던 곳에서 하는 것이 좋다'는 답만이 돌아왔다. 직판상인들의 이전반대에는 상권 변화에 따른 두려움도 주요한 요소인 것으로 보였다.

기득권 유지가 아닌 상생 경쟁체제로

시장도매인제 도입의 순기능으로 전망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경매제, 도매법인과의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의 향상인데, 이 부분에서 의견이 크게 대립된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도매법인 죽이기’라는 표어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가락시장은 경쟁이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한 상황이다. 도매법인들의 독과점이 관습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 체제 아래서도 시장이 확장되고 발전되고 있다면, 새로운 제도나 체제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으나, 수산시장의 처리물량은 지난 10년 사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또한 최근 가격과 물량 등에서 안정적인 거래를 원하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로 정가수의매매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즉 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가수의매매 확대가 근본적인 이유라면 자본과 인력,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도매법인을 통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농안법 상으로 수의거래는 도매법인, 시장도매인 모두가 가능하나 가락시장은 도매법인에 의한 거래만이 허용돼 있다.

도매법인에서 중도매인을 통하는 거래는 유통단계 증가, 출하자와 중도매인 양측 교섭비용 추가 발생 등의 비효율성을 가지고 있어 시장도매인 단일주체에 의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정가수의매매와 공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독점 구조에 따라 경쟁여건이 형성되지 못해 제대로된 정가수의매매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서비스에 편한 출하자들과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비용과 시간을 줄이려는 출하자, 다양한 수요에 따라 출하를 선택토록 하는 것이다. 공사는 양 제도의 경쟁을 통해 시장의 분산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화사업의 주 목적은 도매권역의 물류 효율화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데 있다. 이를 해석하면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고 있는 현 시점이 드디어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뜻이다. 죽고 죽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상생의 현안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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