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제도 변화는 시대의 흐름, 미래 위한 준비가 필요한 때”
“거래제도 변화는 시대의 흐름, 미래 위한 준비가 필요한 때”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5.11.05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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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농수산식품공사 박현출 사장>


수산시장 거래물량 10년 사이 절반으로, 저비용 고효율 유통체계 갖춰야
서비스 향상을 위한 경쟁체제 구축…도매법인의 노하우 통해 새로운 기회 가질 수 있을 것

▲ 서울농수산식품공사 박현출 사장
국내 최초의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이자, 국내 최대 도매시장인 가락시장. 지난 4월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농수산식품공사의 사장으로 취임한 박현출 사장은 전 농촌진흥청장을 지낸 농수산식품 전문가로 가락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가락시장을 세계 명품 도매시장으로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박 사장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관문인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보였다. 사업을 둘러싼 논란과 그 속에 쌓인 오해들을 숨김없는 대화를 통해 풀어감으로서 오래된 시장의 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공영 도매시장의 모습을 갖추겠다는 것.

그에게 현대화를 통해 새롭게 태어날 가락시장의 과제와 미래를 들어본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의 필요성과 핵심사항은 어떤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가락시장은 농어민들과 소비자들을 위한 시장입니다. 즉 물류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시장의 존재 이유라 하겠습니다.

가락시장은 본래 일 처리량 4,600톤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두배 이상을 처리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면적대비 많은 물량 처리에 따른 환경 개선도 시급합니다. 가락시장의 면적과 비슷한 일본의 오다 도매시장의 경우 연간 처리량이 절반 수준입니다. 이는 곧 물류 혼잡과 물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도매 뿐만 아니라 직판을 겸하고 있는 우리 시장의 특성상 도소매 분리를 통해 환경 개선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핵심사항을 정리하자면 첫째 시장혼잡도 해소 및 물류효율성 강화, 둘째 미래 유통환경 변화 따라 다양한 거래제도가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설 구조 마련, 셋째 도심 속에서 지역주민으로부터 사랑받은 지역친화적인 도매시장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직판상인들의 가락몰 이전 반대와 관련한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 나갈 계획인지요?

현재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에는 두 가지 갈등상황이 있습니다. 청과직판상인을 비롯한 임대상인들의 가락몰 이전 관련 갈등과 아직 표면화되지는 않았으나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을 둘러싼 갈등입니다.

순환재건축방식의 특성상 직판상인들이 이전하지 않으면 도매권역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하로 옮겨야 한다는 점, 상권을 새로이 형성해야한다는 점 등 불안 요소가 있을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에 공사는 최대한 상인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보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설득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지하 출입구 추가 설치, 지하 2층 저장 및 HACCP 작업장, 주차공간 확보, 엘레베이터 2대 이상 추가 설치 등 상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습니다.

2,3단계 사업 추진과 더불어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한 갈등도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거 같은데….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의 경우 앞으로 갈등이 표면화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제 시대의 변화와 소비자, 생산자의 비용 부담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도매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산시장의 거래물량은 최근 10년 사이에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으며 시장에서 거래되던 물량은 장외에서 거래되는 실정입니다. 이는 시장이 불편하다는 반영하는 것입니다.

장외에서 거래되는 물량을 시장에서 저비용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수산물처럼 시간을 다투는 품목의 경우 현대화된 시설의 콜드체인 아래 신속하게 유통돼야 할 것입니다.

경매제는 파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모래알처럼 흩어져있을 때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각각 따로 만나서 거래를 하는 것이 어려우니 한 곳에 모이는 것이지요. 이에 모든 나라가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경매제를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다만 경매제는 투명성이 보장되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정가수의매매는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경매제가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유럽은 정가수의매매가 전반에 자리잡았으며, 네덜란드의 경우 꽃경매를 제외한 경우는 경매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경매가 거의 사라져 오다 도매시장의 경우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정도입니다.

거래제도의 변화는 수요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경매 낙찰액에 대한 불안, 불필요한 유통비용에 대한 부담 등이 반영된 것이라 봅니다.

정가수의매매의 경우 농안법상 도매법인, 시장도매인, 상장외품목 거래를 통해 가능하나, 현재는 도매법인이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매법인, 시장도매인, 중도매인 모두 거래의 중계자 역할을 하며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합니다. 다만 독점상황에서는 서비스의 향상보다는 현상태를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도매인제는 도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만들어 보다 나은 서비스를 통해 편의성과 물류처리 효율성을 높이자는데 있습니다.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더라도 실제 시장도매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중도매인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유통환경이라면 시장도매인은 한 품목만을 집중적으로 취급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수요자들은 다양한 품목의 상품을 구성해서 한번에 제공받기를 원합니다. 즉 시장도매인도 그에 맞는 상품을 공급해야합니다.

이에 각 품목의 중도매인들이 힘을 모아 도매회사를 설립하는 방향이 적합하다고 보입니다.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목적은 경매제와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함입니다. 도매법인과의 경쟁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시장도매인의 규모화는 필수적입니다.

시장도매인의 적정 규모와 기준은 기존에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돠 협의를 거쳐 향후 확정할 계획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대규모로 지정, 도입하는 것이 아닌 소수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충분한 적응기간을 거쳐 경쟁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도매법인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도매시장 서비스 향상과 효율적인 물류처리를 위한 건전한 경쟁체제를 만드는 것이 시장도매인제의 도입의 취지입니다. 경매제뿐만 아니라 정가수의매매를 함께 활성화시켜 필요에 따라 거래를 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정가수의매매는 도매법인에게도 권한이 있는 사항입니다.

취임이후 몇차례 수산도매법인 대표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황당했던 것이 “공사가 수산도매법인을 없애려고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공사는 도매법인을 없앨 의도도 없앨 수 있는 권한도 없습니다.

도리어 저는 도매법인들이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살려 수산물 유통을 개선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리에서 침체된 시장의 분위기를 전환시켜 1조원대 시장을 만드는데 힘을 모으자고 요청했고 수산도매법인들 역시 동의하며 같이 길을 찾아나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또한 이를 위해 공사는 언제든 도매법인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대화사업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가락시장 수산부류는 점점 소매시장화되고 있습니다. 시장물량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환경에서는 물류 이동이 불편해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수산시장에 저온·냉장창고를 확충하고 물류동선을 개선해 24시간 시장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고 시장도 발전할 것입니다. 물론 도매법인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매법인과 시장도매인 두 출하방식이 생긴다고 볼 때 도매법인에게 산지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바로 시장도매인을 거치고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가는 오로지 선택의 문제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시장의 발전을 위한다는 같은 마음으로 길을 찾는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도매권역 건설기본계획 수정·보완 및 2,3단계 사업 등 앞으로의 현대화사업 계획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은 순환재건축 방식으로 청과직판상인들이 1단계 가락몰로 이전하고나면 이전 부지에 무, 배추가 거래되는 채소2동을 건립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사업진행은 2009년에 확정된 기본계획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그동안의 구상과 수정, 보완사항을 담은 도매권역 건설기본계획에 대해 정부와 협의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화 사업이 이렇게 진행될 것이다’라는 것은 논란일뿐, 이번 협의에 따라 건설기본계획이 새롭게 확정되는 것입니다.

수정 및 보완에 중점을 둔 사항 중에 하나는 좁은 공간은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12만평의 부지는 한층을 올리면 두배, 지하까지 활용하면 그 배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계획인 완전 순수한 경매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므로 정가수의거래 등 새로운 거래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물류 효율을 높이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시장도매인제의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므로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갑작스런 도입은 시장에 혼란만을 가져올 것입니다.

다만 유통환경의 변화, 소비패턴의 변화는 정가수의매매와 같은 새로운 거래방식을 점차 요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 우리 시장도 몇년이 걸리든 거래제도 변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며 시장 발전을 위하는 마음으로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지금 논의가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아무런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재임중에 기본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작은 목표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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