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바다는 ‘땅’이다
우리에게 바다는 ‘땅’이다
  • 오거돈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 승인 2008.12.2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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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학교 오거돈 총장
푸른 바다는 인류의 숙명적 과제인 식량, 자원, 환경, 공간문제를 해결해 주고 인류의 미래를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다.

 

 일찍이 선진 해양국은 해양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인식하고 국가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해양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으며 이제 우리나라도 바다를 통해 국가 성장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식상한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1만1,542㎞에 이르는 해안선과 3,153개의 도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해양국가다. 수치적인 부분에서도 조선 수주량 세계 1위, 국적선 선복량 세계 8위, 부산항 컨테이너 처리량 세계 5위 등 해운·해양산업면에서 국제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초일류의 해양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과 사고도 ‘대륙’에서 ‘해양’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대륙 중심의 나라라고 알려진 이웃, 중국을 보라. 한 지역신문에 본인이 기고한 바도 있지만 변화하는 중국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 ‘바다’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1989년, 사회비판적인 TV다큐멘터리가 상해TV의 전파를 타면서 중국 전역의 지식인 사회를 강타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상해TV의 왕로상(王魯相) PD 등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하상(河喪)》(6부작)이 바로 그것이었다. 용(龍)과 황하(黃河)는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자부하는 중국 전통문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5,000년 역사를 관통하는 용과 황하로 대표되는 ‘땅의 문명’이야말로 바로 현대 중국을 낙후와 정체의 늪으로 빠트린 결정적 원인이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곧, ‘Blueless(靑色 없음)’에서 ‘Blueness(靑色)’로의 전환이야말로 중국을 도약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자 희망이라 주장하면서, ‘해양’을 기반으로 과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담을 수 있는 ‘청색 해양문명’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방송 초기에는 도피생활을 해야 할 만큼 수많은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그들의 주장은 황하야말로 중국인의 고향이자 영원한 미래라고 여겨왔던 중국인들 모두에게 실로 거대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급변해갔다. 대륙 지향적 사고를 벗어던지고 서서히 해양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해양 정책을 공고화하는 동시에 해양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으며 아울러 ‘21세기 해양 강국 건설’ 슬로건 아래 다양한 해양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하고 있다.

 1996년에 입안된 중국 국가 중점 프로젝트 ‘중국 해양 21세기 의정서(中國海洋21世紀議程)’, ‘중국 해양 21세기 의정서 행동 계획(中國海洋21世紀議程行動計劃)’, 1998년에 발간된 중국 정부 백서 ‘중국 해양 사업의 발전(中國海洋事業的發展)’ 등 연구결과물이 발표되어 해양강국을 지향하는 학문적 토대를 확보했다.

 아울러, 21세기 해양 강국 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해 중국 중앙 정부 산하의 ‘국가해양국해양발전전략연구소(國家海洋局海洋發展戰略硏究所:China Institute for Marine Affairs(CIMA)’를 거점으로 해양법·해양경제·해양과학기술·해양정책·해양관리·해양환경·해양자원 등 바다에 관련된 모든 국가사업을 고강도로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명대 정화(鄭和)함대의 출항 600주년을 기념해 정화함대의 항해를 재현하면서 대대적인 해양강국 부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바야흐로 중국은 600년 전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했다고 알려진 ‘정화’함대의 정신을 오늘에 부활시킴으로써, 전 세계를 향해 신 해양강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 하나의 이벤트는 역사적으로 대륙 지향적 사고를 견지해 온 중국이 정화를 통해 해양강국으로의 이미지 쇄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음을 만방에 고한 일대 사건임과 동시에, 바다를 둘러싼 세계적 경쟁에 적극 가담하겠다는 엄숙하면서도 강력한 선언이었다.

 뿐만 아니라, 2006년에는 중국중앙방송(CCTV)에서 12부작 다큐 《대국굴기》를 제작 방영한 바 있다.
해양을 통해 국가의 부를 창출한 유럽 해양대국의 사례를 통해 오늘날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해양경영에서의 성공에서 찾아 국민들에게 해양 중심적 사고의 전환을 독려한 바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시대와 세계정세 변화에 둔감하다고 여겨진다. 국가차원에서도 해양과 관련한 비전과 정책을 확고히 하는 한편 더욱 집중적이고 치밀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추동해야 마땅하다.

 사랑하는 해양인들이여! 우리에게 3억 6,200만㎢의 바다는 ‘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대륙적 관점을 버리고 해양을 보면 무한한 가능성의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다. 육지 보다 더 큰 땅, 해양에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열어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약 력
·경남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철학 학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동아대학교대학원 행정학 박사  
·부산직할시행정사무관 (행정고시 제14회) 
·내무부 민방위국, 지방행정국, 예산담당관실 근무
·부산직할시 체육지원담당관
·대통령비서실 정책보좌관실 행정관
·내무부 편성운영과 과장, 국민운동지원과 과장
·부산직할시 재무국 국장
·부산직할시 동구청 청장, 교통관광국 국장, 내무국 국장
·부산광역시 개발사업추진단 단장, 상수도사업본부 본부장
·부산광역시 기획관리실 실장 
·부산광역시 정무부시장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대학원 겸임교수 
·부산광역시 시장 권한대행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대통령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
·제13대 해양수산부 장관
·현 제5대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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