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는 위기다’ 해수부 고백이 필요한 때
‘한중 FTA는 위기다’ 해수부 고백이 필요한 때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5.05.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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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산인들에게 수산 현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라고 답한다. 다음은 중국의 불법조업. 1위, 2위가 모두 중국과 관련돼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지리적으로 지척에 있으면서 규모면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한중 FTA와 관련해 최근 중요한 발언이 나왔다. 바로 지난 5월 18일 수협중앙회의 해양수산부 출입기자 대상 업무브리핑에서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수협 간부는 “한중 FTA는 위기다”라고 했다. 우리 수산업계의 기회라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간 수협은 한중 FTA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입장을 되풀이 했었다. 그 말 속에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깔려있었음에도 애써 ‘기회’에 방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교과서적인 발언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특히 상급기관인 해수부에서 기회를 강조해왔으니 감히 위기를 위기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수협중앙회 총회에만 가도 늘 한중 FTA 대응방안에 대한 토의가 뒤따른다. 지난해 11월 한중 양국이 FTA의 사실상 타결을 선언하자 전국 수협 조합장들은 한중 FTA 체결에 따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국민과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작성했다.

(사)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넘쳐나는 중국산 수입수산물에 대한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중 FTA는 시간문제다. 지난해 11월 선언에 이어 올 2월 25일 가서명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일 수협중앙회에서 열린 ‘한중 FTA 협상 결과 및 국내대책 설명회’. 이날 설명에 나섰던 해수부 관계자는 한중 FTA 결과에 대해 수산업 보호에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한중 FTA에서 우리는 주요 수산물을 보호한 반면 중국은 100%(수입액 기준) 개방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김·미역·넙치·전복·해삼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을 10년 내 조기철폐 하는 대신 우리는 오징어·넙치·멸치·갈치·김·고등어·꽃게 등 국내 20대 생산품목을 모두 양허 제외해 보호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이란 거대 수산시장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을 너무 모르는데다 실질적 대책이 없다는 질타를 받았다. 지금도 대(對) 중국 수산물 무역적자인데 한중 FTA 발효 이후엔 적자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이날 참석한 수산인들의 생각이었다.

수산경제연구원 간부급 연구원은 “한·중 FTA는 정부의 평가와 달리 우리 수산업에 대한 영향도 크며 관세할당률(TRQ) 품목이 오히려 수입 규제를 푼 결과로 나타났다”며 “대책을 세울 때 ‘협상이 잘 됐고 영향이 없다’는 시각을 가지면 안 되며 수협이 그동안 조합원과 어업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건의를 했는데 이를 수용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자, 이제 정부와 해당 부처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을 수립해야 함은 자명하다. 위기를 위기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해수부의 고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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