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주꾸미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09.10.1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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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회복에 좋은 타우린의 보고(寶庫)

 

 주꾸미, 낙지, 문어 같이 몸뚱이가 부드러운 연체동물들은 언뜻 보면 그놈이 그놈 같아 구별이 잘 되질 않는다.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소모적인 논쟁들 가운데 대부분이 원재료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하는데, 주꾸미의 경우가 그렇다. ‘숏다리 낙지’라는 주장부터 ‘낙지 새끼’나 ‘문어 새끼’라는 의견까지 설이 분분하다.  

 

△ 주꾸미
 주꾸미는 연체동물, 머리에 발이 달린 두족강(頭足綱), 여덟 개의 팔을 가진 팔완목(八腕目), 문어과(科)로 분류된다. 다시 말하면 문어와는 한집안이나 부자나 형제관계는 아니다.

 

 영어권에선 문어를 옥토푸스(Octopus)라 하는데, 그리스어로 여덟이라는 의미의 옥토(octo)와 발이라는 푸스(pus)가 합쳐진 말이다. 그래서인지 문어와 한집안인 주꾸미는 옥토푸스를 패밀리 네임(姓)으로 한 물갈퀴 발 문어(webfoot octopus), 낙지는 채찍 팔 문어(whiparm octopus)라 부른다.  

 주꾸미(Octopus ocellatus)는 몸통의 길이가 20㎝ 내외로 성장하고, 8개의 팔은 거의 같은 길이이며, 5~6월에 산란한다. 몸 빛깔은 변화가 많으나 대체로 자회색이고, 좌우 셋 째 번 팔의 연결된 부위에 황금색 눈 모양의 고리 무늬인 안상환(眼狀環)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꾸미는 야행성(夜行性)으로 낮에는 바위구멍이나 틈에 웅크리고 숨어 지내면서 바닥을 기어다닌다. 문어와 같이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거주지를 만들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작은 구멍, 소라 껍데기, 심지어는 빈깡통을 집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자산어보에는 주꾸미를 ‘죽금어’라 하고 한자로는 ‘웅크릴 준(?)’자를 써 ‘준어(?魚)’라 했는데, 한낮에 주꾸미가 바위틈이나 소라 껍데기 속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에서 나온 이름으로 생각된다.

 낙지는 갯벌을 다니면서 직접 펄을 파고 잡아야 하는 어려움을 가진 반면, 주꾸미는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잡는 방법 또한 독특하다. 주꾸미는 수심이 얕고 저질이 사니질(沙泥質)인 곳에서 소라 껍데기와 같은 조개 껍데기 속에 숨어서 서식 또는 산란하는 습성이 있으며, 이러한 습성을 이용하여 모릿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소라 껍데기(실제는 피뿔고둥)를 달아 바다에 드리우면 미련한 주꾸미들이 자기들 알 낳으면서 잘 살라고 그런 줄 알고 태평스럽게 들어가 있다 산채로 잡혀 올라온다.

 이 어구를 현지 어민들 ‘소라방’이라 부르는데, 소라 껍데기와 기름 값 말고는 거의 밑천이 들지 않는 데다 산채로 판매할 수 있어 유리한 반면 어획량이 적다. 반면에 물때를 이용해 반강제적으로 끌어올리는 ‘낭장망’은 물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그물을 진행시켜 대량으로 주꾸미를 거두어들이기 때문에 많은 양을 잡을 수 있지만 대부분이 죽은 채로 올라와 다소 상품성이 떨어지는 점이 있다.

 주꾸미는 피로 회복과 눈에 좋은 타우린의 보고(寶庫)이다. 주꾸미 살코기 100g에는 타우린이 1,600㎎이나 함유돼 있는데, 2차대전 당시 일본 해군 특공대의 파일럿에게 주꾸미 달인 물을 먹여 시력을 회복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봄은 주꾸미가 알을 배는 시기로 가장 맛있고 영양 많은 주꾸미를 맛볼 수 있다. 4, 5월에 잡히는 주꾸미는 투명하고 맑은 알이 가득 차 있어 어느 계절보다 특이하고 쫄깃한 맛이 난다. 삶은 알은 흡사 밥알 모양으로 생겨 현지에선 ‘주꾸미 밥’으로 불리는 봄철의 별미이다. 반면에 낙지는 쌀쌀한 기운이 돌 때 제 맛이 나기 때문에 미식가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 하며 그 맛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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