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기사들이 이룩한 경제발전의 기틀
해기사들이 이룩한 경제발전의 기틀
  • 박한일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 승인 2014.10.31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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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일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6·25 전쟁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대한민국, 1960~70년대 한국의 경제사정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외화를 벌어들였던 광부와 간호사들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독일 광부와 간호사의 해외취업이 성행했고 가발산업이 주요 외화벌이로 각광을 받았다.

아울러 해기사들의 대거 해외진출도 당시 외화 유치가 어려웠던 우리나라 경제에 강력한 외화공급원이 되어 정부의 경제개발계획 추진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기사들이 조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사실은 독일 광부와 간호사의 업적 만큼 조명받지 못하고 있어 늘 안타까운 마음이다.

해외취업 해기사들이 1964년부터 1973년까지 10년간 벌어들인 외화가득액은 9천만 달러로 이 기간 동안 해운운임 수입 6억 3백만 달러의 14.3%를 차지했다. 이렇게 해운산업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당시 이 기간 동안 정부에서 도입한 해외차관 8억 달러와 비교하면 87% 수준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만성적인 외화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정부에게 커다란 힘이 됐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한국 해기사들의 근면·성실성이 전체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 개선으로 작용해 당시 자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업에서는 중고선 도입자금 확보의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그 당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해기사 등 선원비의 부담 때문에 해운업의 국제경쟁력이 급격하게 약화되어 해기사 부족 문제로 고민할 때 우리 해기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해기사로 인정받아 국제해기사 노동시장을 석권하게 되었고 명실공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이에 따라, 1960년대초 10만여 톤에 불과했던 운항선대가 현재 250만여 톤에 달해 한국해운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해운사상 해기사로서 최초로 해외에 진출한 사람은 김강웅 통신장이었다.


1960년 6월 그리스 선적 ‘라밀레프스’호에 임시직이지만 김 통신장이 승선한 것이다. 김 통신장의 취업조건은 월봉 120파운드였는데 이 액수는 당시 대한해운공사 급료의 3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우리 해기사들이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한 계기가 된 것은 1963년 4월 서울해운이 대만의 ‘유니온스타’호를 타고 동남아항로를 취항한 때부터였다. 처음에는 우리 해기사들의 자질을 믿지 못해 몇 가지 조건이 걸려있었지만 한국 해기사의 뛰어난 자질을 높이 평가받아 해기사들의 해외진출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후 1965년까지 해외에 나간 해기사 포함 선원들의 수는 약 700여 명에 이르렀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실업자 구제, 외화획득과 민간외교라는 점에서 더없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해외에 취업한 해기사들은 국제 해운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에 따라 국내 노동시장의 몇 배가 넘는 좋은 보수를 받았다. 실제로 당시 해양계 대학생이 하얀 정복차림으로 도심 거리를 활보하면 많은 여성들이 뒤돌아 볼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해운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업계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해기사들의 큰 공적이 밑바탕에 뿌리를 두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해운경기의 어려움으로 우리나라도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해운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해운업계의 미래는 해기사 등 인적자원에 있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창기에 해외에서 큰 기여를 했던 해기사들이 이제는 해운계의 각 분야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거나 아직 일선 현장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들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며 이들의 활약상이 대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져 해기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보다 새롭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우리나라 경제 및 해운발전의 초석이 된 해기사들의 발자취를 거울삼아 21세기 신해양시대를 열고, 해양한국의 위상을 강화하는데 다시 한번 힘을 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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