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다함께 막아야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다함께 막아야
  •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
  • 승인 2023.04.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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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

[현대해양]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약 125t)를 올해부터 약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제적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며 묵인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 또한 오염수로 인한 해양생태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수 차례 발표했다. 일본인이 의장을 맡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또한 국제적 안전 기준에 부합된다고 발표했다.

오염수 방류를 강력하게 반대하던 태평양 도서국 포럼도 최근 기시다 총리 면담 후 ‘일본이 안전하게 방류하겠다는 것을 믿겠다’는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은 자신들이 마련한 공동성명 초안 내용을 G7 실무자급 회의 등에서 각국 대표들에게 설명하였고, 유럽 국가에 대해 와인 등의 관세를 낮출 것이라는 등 전 세계국가를 상대로 돈으로 오염수 방류 문제를 풀어가려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미국은 공범이다. 안전하다면 오염수를 미국으로 보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만 또한 일본의 방류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 후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 발생 때는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대응 정부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본의 주장은 허구이며 사기다. 그들은 다핵종 제거장치를 통해 오염수에서 방사성 핵종을 걸러 방류하기에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걸러내지 못하는 방사성 폐기물이 다수이다. 방사성 폐기물은 생물과 인체 내에서 배출되지 않고 계속 축적되기에 소량이라도 위험하다.

또 일본은 화학물질과의 상호작용 민감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여러 연구 결과와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는 인류와 미래에 대한 범죄이자 재앙임을 증명하고 있다. 플랑크톤-어패류-인간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축적될 경우 인류는 위험해진다. IAEA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도 실질적인 검증에 참여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 대한민국 정부 입장은 의례적인 반응을 보일뿐 사실상 무대응 상태이며, IAEA가 관리만 잘하면 우리는 괜찮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먹거리와 생명, 안전, 미래를 위하여 오염수를 장기 보관하고 인류와 바다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지도 않도록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지난달 16~1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등을 요구하고, 상대 국가에 포괄적이라는 문구 등을 쓰며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이 당장 오염수를 방류하면 피해자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우리 어민들의 피해가 제일 우려스럽다. 전 세계적으로 해산물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어민들은 물론 횟집 등 전후방산업 또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수산물 소비가 70% 이상 위축되었음을 통해 알 수 있다.

최근 실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국민 80% 이상이 수산물을 먹지 않겠다는 결과가 나왔다. 언론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오염수 방류 영향 등의 특집 기사를 쏟아내고 있으나 대부분 일본의 방류 강행은 막기 어렵다는 점과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조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하면 지나갈 쓰나미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어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수협 등 관련 기관 단체들은 또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 모두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일부 어민들은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막지 못한다면 차라리 언론에서도 모르는 척 기사화 하지 않으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어민들은 어민들에게 직접 피해로 다가와 수산업 전체가 부도날 건데 왜 어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가만히 있느냐, 수협중앙회와 일선 수협들은 무엇하고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어민 특성상 함께 행동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사회 구성원 중 제일 조직화 되어있지 않은 직업군이 어민이다. 며칠씩 바다에서 성난 파도와 싸우고 고기 잡으며 생활하는 최악의 조건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조업 중 ‘쓰나미’를 만나 생사를 걸고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어민들에게 다가오는 오염수는 우리가 침묵하고 있으면 조용히 지나갈 쓰나미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목숨 걸고 싸워 이겨야만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어민들은 ‘우리 힘으로 될까?’, ‘정부에서 알아서 대책을 세우겠지’ 등 남의 일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많은 어민들은 수십 년 동안 나 대신 누군가가 싸워주고 해결해 주기를 바라며, ‘나 아니라도 누군가가 행동할 것이니 나는 바다에서 조업 열심히 해서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때도 있었다.

작년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라는 쓰나미가 덮쳤을 때 우리 어민들은 서울 여의도에 1만 명 이상 집결해 당당히 맞서 막아냈던 전력이 있다. 언제까지 힘의 논리, 돈의 논리, 대기업 논리에 우리 어민들이 희생돼야 하나?

새로운 수협중앙회와 일선 수협도 더 이상 정부 눈치 보지 말고 어민 생존권을 위해,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바다 생태계를 위해 앞장서서 싸워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어민들 또한 후손들에게 비겁한 선배가 아니라 행동하는 양심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 투쟁에 함께했던 선배, 선조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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