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해양오염, 탄소중립의 걸림돌
기후변화와 해양오염, 탄소중립의 걸림돌
  • 이정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 교육연구단 박사
  • 승인 2022.10.1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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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 교육연구단 박사
이정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 교육연구단 박사

[현대해양] 산업화, 공업화, 도시화 등 다양한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는 기후변화의 주범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탄소감축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탄소감축 방안으로 해양 생태계가 주목받고 있다. 해양 생태계는 육상 생태계보다 탄소 흡수 속도가 최대 50배 빠르고,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하며, 다양한 청정에너지의 보고로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고 저장시키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 하며, 블루카본 생태계는 탄소감축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생물과 서식환경을 포함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3년 발표한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 습지」에서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대를 해양 생태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맹그로브는 70~100여 종의 나무를 포함하며 숲을 지칭하기도 한다. 열대 및 아열대의 큰 강변, 하구, 바닷가 진흙 바닥에서 자생하며, 동남아시아, 미국, 호주 등에 많이 발달해있다. 염습지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염분변화가 큰 습지로, 염분 변화에 강한 생물들(갈대, 칠면초 등)이 서식하는 곳을 뜻한다. 해초대는 거머리말과 새우말 등의 현화식물이 모여 사는 곳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블루카본 유력 후보군인 비식생 갯벌을 ‘블루카본 생태계’로 인정받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해양오염은 별개?

블루카본 생태계는 대부분 연안에 분포하고 있는데, 해양오염과 기후변화의 복합작용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탄소흡수능이 저하되고 있다.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진 플라스틱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순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기후변화를 가속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편, 기후변화(이상기온)로 발생되는 홍수나 태풍 등은 플라스틱을 퍼뜨리고 오염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Ford et al., 2022). 해양 내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요인으로 수생태계를 교란하는데, 특히 광합성 작용을 하는 생물들의 활동을 방해해 탄소흡수능을 저하시킨다. 또한, 플라스틱은 석유화학 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주변의 유해화학물질 및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이 쉽게 흡착되어 존재만으로도 해양생태계에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유발할 수 있다(Miller et al., 2016).

여러 유해화학물질, 의약품 등의 오염물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발생되고 합성되고 있다. 오염물질은 생활하수 및 산업·축산폐수 등의 ‘점오염원’과, 도로 먼지, 대기 등 불특정 다수의 ‘비점오염원’ 등을 통해 해양환경으로 유입된다. 오염물질의 대부분은 잔류성과 생물 축적성이 높기 때문에, 해양생물의 생리활성 저해, 내분비계 교란 등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광합성 속도 감소 및 해양생물의 호흡 속도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블루카본 생태계의 탄소흡수량과 직결될 수 있다. 오염을 정화시키기 위해 수반되는 조치는 불필요한 탄소를 발생시키므로, 유해물질의 해양오염은 탄소의 ‘추가 발생과 흡수능 저하’라는 이중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유발하는 것이다.

한편, 이산화탄소 증가로 발생하는 해양산성화는 유입된 오염물질의 특성과 생물이용 가능성을 변형시켜, 생물의 피해를 더욱 증가시킨다(Zeng et al., 2015). 또한, 해양 산성화가 진행된 생태계는 자정 능력과 완충작용이 감소 되어, 유해물질로 인한 오염에 더욱 취약하게 반응한다는 보고도 있다. 즉 기후변화요인과 오염이 지속적인 부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블루카본생태계의 건강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탄소중립 청신호 위해서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블루카본생태계의 탄소 흡수·격리능을 저하시키는 위협요인들을 규명하고, 오염 저감 방안을 도출하여 블루카본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신규 탄소 흡수원을 발굴하고, 블루카본 생태계를 확대 조성, 복원하는 등의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의 블루카본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탄소 흡수력을 증진시키고, 탄소흡수능을 저해시키는 요인을 찾아내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평가가 필요하다. 블루카본 생태계의 건강성을 진단하고 평가하기 위한 방법에는 ‘퇴적물 삼중접근법(Triad approach)’이 있다. 퇴적물은 각종 유해물질이 최종적으로 축적되는 곳이고 다양한 저서생물이 서식하고, 해양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매질이다. 따라서 퇴적물의 건강성은 생태계 건강성과 직결된다 할 수 있다.

퇴적물 삼중접근법은 말 그대로 세 가지 측면의 평가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인데, 오염물질의 농도를 분석하는 화학적 측면, 세포, 개체 수준에서의 독성영향을 확인하는 독성학적 측면, 퇴적물에 서식하는 저서생물 군집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생태학적 측면이 포함된다. 퇴적물 건강성 평가는 과거 화학, 독성, 생태의 한 분야 혹은 두 개 정도의 분야를 결합하여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두 분야의 평가만으로는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해석에 어려움이 컸고, 그만큼 불확실성도 컸다. ‘삼중접근법’을 통한 통합적인 해석을 할 때 비로소 정확한 진단과 해결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

최근에는 세 가지 측면의 평가 범위를 확장하여 그 정확성을 더 높이고 있다. 특히 이 접근법은 생태학적 측면에서 대형저서동물, 중형저서동물, 그리고 미생물까지 포함하면서 생태계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며, 포괄적 개념의 평가기법으로 발전되었다.

플라스틱같이 눈에 보이는 오염원은 물리적으로 제거해야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요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오염원을 규명하여 근본적인 차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해양생태계의 현황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해 나가는 것이 탄소 중립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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