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공적자금 조기 상환의 의미와 과제
수협 공적자금 조기 상환의 의미와 과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2.07.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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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인・어촌・수산업 발전에 수협 수익금 쓸 수 있어
지난달 8일 열린 수협중앙회 임시총회에서 임준택 회장이 예금보험공사가 출자한 신용사업특별회계 내 우선출자증권 7,574억 원을 감소시키는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공적자금 조기 상환의 길이 열린 것이다.
지난달 8일 열린 수협중앙회 임시총회에서 임준택 회장이 예금보험공사가 출자한 신용사업특별회계 내 우선출자증권 7,574억 원을 감소시키는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공적자금 조기 상환의 길이 열린 것이다. 사진= 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2022년 6월 8일 오전 11시 30분은 수협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이날 서울 잠실 수협중앙회 2층 독도홀에서 들린 의사봉 소리. “중앙회의 신용사업특별회계 내 우선 출자금 7,574억 원을 감소시킬 것을 의결합니다.” 땅땅땅.

수협중앙회 2022년도 제1차 임시총회가 열린 이날 21년 전 4월 수협중앙회 신용사업 부문(현 수협은행)과 정부 예금보험공사(예보)간의 ‘경영정상화 이행협약’ 체결을 통해 수혈된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예보가 출자한 신용사업특별회계 내의 우선출자증권 7,574억 원을 감소시키는 안건을 수협중앙회가 의결한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잔여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7,574억 원에 상당하는 국채를 예금보험공사에 현물로 납입할 계획이다.

수협은 정관에 규정된 채권자 보호절차 기간을 수협법과 일치시키기 위한 정관 일부개정 안건도 이날 의결했다. 이어 같은 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현재까지 수협에서 상환하지 않은 잔여 공적자금을 국채로 지급해 상환하는 내용의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합의서를 개정하고 잔여 공적자금 7,574억 원을 국채로 일시에 납입하는 내용의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수협은행 수익을 어업인 직접 지원에 사용하는 수협 본연의 기능 회복도 21년 만에 가능하게 됐다.

수협은 당초 2028년까지 현금으로 분할 상환하는 기존 방식보다 1년 앞당겨 오는 2027년까지 연도별로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를 매입해 일시 납입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수협은 △2023년 만기도래 국채 800억 원 △2024년 800억 원 △2025년 800억 원 △2026년 800억 원 △2027년 4,374억 원 등 액면가 총 7,574억 원에 상당하는 국채를 올해 중으로 매입해 현물을 예보에 납입한다.

정부는 수협이 매입한 국채 만기별로 공적자금을 확실하게 전액 회수할 수 있게 되고 당초 2028년이었던 회수 기간도 1년 단축해 2027년에 조기(早期)에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재정 안정성과 수지예산 흐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협은 어쩌다 공적자금을 쓰게 됐나

수협에 공적자금 투입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금융사태에서 비롯됐다. IMF 이후 일반기업의 지급보증, 대출 등의 부실로 경영 위기에 봉착한 수협은 2001년 정부로부터 1조 1,581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당시 보통주 출자 형태로 자금을 받았던 대부분의 시중은행들과 달리 주식회사가 아닌 수협은 상환을 전제로 한 출자금 형태로 자금을 받았다. 이 때문에 수협은 주식매각 등 직접적인 현금 유출 없이 상환을 진행한 타 금융기관과는 달리 현금으로 매년 원금을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해왔다. 수협에서 거두는 수익을 수산분야 지원에 사용할 수 없고 부채를 갚는 데 써야 했다.

수협은 사업구조 개편으로 수협은행의 공적자금 상환의무가 수협중앙회로 넘어가고 중앙회 자체자금 9,000억 원과 예보 기금 1조 1,581억 원을 자본으로 2016년 12월 1일 자로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로부터 자회사로 분리 설립됨에 따라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의 배당금을 재원으로 2028년까지 매년 800억 원 정도 공적자금을 상환하고, 나머지 금액은 중앙회가 상환하는 계획을 수립해 2017년부터 분할 상환해왔다. 그렇게 4,007억 원을 갚았다.

협동조합의 자율성은 법에서 보장하는 사항이다. 수협법 제141조의 4에 의하면 중앙회는 어업인과 조합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함으로써 어업인과 조합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그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촉진하기 위하여 신용사업을 분리해 그 사업을 하는 법인으로서 수협은행을 설립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수협은행은 조합 및 중앙회의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수산물의 생산 유통 가공 판매를 위하여 어업인이 필요로 하는 자금과 조합 및 중앙회의 경제사업 활성화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즉 수협은행은 일반 상업은행이 아닌 어업인과 회원조합에 대한 수산금융의 원활한 지원을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 은행인 만큼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받은 수협은 각종 규제로 자율성을 상실했다.

 

공적자금 조기 상환 왜 중요한가

공적자금 조기 상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던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2019년 3월 29일 열린 수협중앙회 창립 57주년 기념식에서 “어민과 어촌과 수산업 발전에 쓰일 수 있는 이 같은 막대한 수익이 공적자금 상환 전에는 사용될 수 없다”며 “조기 상환에 총력을 기울여 지원기능 복구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앞서 3월 26일 열린 취임식에서도 공적자금 조기 상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회장은 “어업인과 어촌과 수산업 발전에 쓰여야 할 수협의 수익은 공적자금을 갚기 전까지 단 한 푼도 본래 목적에 쓰일 수 없다”며, “수산업에 복합적인 위기가 닥치는 이 시점에서 수협의 지원이 늦어질수록 회생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공적자금 조기 상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이 같은 일정을 자신의 임기 중, 즉 2023년 이전까지로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임 회장은 우선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법인세제 개선과 함께 조기 상환에 따른 원금할인 적용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공적자금을 조기 상환하고 수협의 수익이 어촌 지원에 쓰일 수 있도록 힘쓴다는 방침이었다. 이보다 앞서 ‘더 강한 수협, 더 돈 되는 수산’을 내세우고 회장 선거에 출마한 임 회장은 경제사업 혁신, 공적자금 조기상환, 어촌 재건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공적자금 조기 상환 노력은 직전 회장인 김임권 회장 때부터 있어 왔다. 김 전 회장은 공적자금 상환 후 수협이 어민 지원 사업에 연간 3,000억 원 규모의 금액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당시 정부 수산·어촌 분야 예산의 약 13%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2022년 5월말 기준 수협은 4,007억 원을 상환했다. 앞서 2021년 7월, 제3차 임시총회에서 공적자금 조기 상환 추진이 결정됐고, 12월에는 정부입법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돼 공적자금 상환 이후에도 법인세 감면혜택이 계속 유지되게 됐다(고유목적사업 손비인정한도 유지). 올해 들어서는 지난 4월까지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 부처 등과 상환조건을 계속 협의해 왔으며, 지난 5월 23일 203차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본회의 공적자금 조기상환 방안이 의결됐다.

만약 공적자금을 앞당겨 상환하지 않고 계속 기존 방식으로 상환하더라도 2028년까지도 상환하지 못하는 공적자금이 최소 3,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기존 상환합의서에 따라 2028년 말에는 미상환 공적자금 일시 상환을 위해 최소 3,000억 원 이상의 수금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자금 조기 상환 효과

공적자금 조기 상환 효과는 먼저 국채 매입시 약 943억 원의 할인효과로 인해서 수금채 이자 약 852억 원의 부담을 상쇄할 수 있고, 앞으로 금리가 오르게 되더라도 수금채 이자비용보다 국채 할인액이 더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게 된다. 국채 943억 할인에 따른 조달비용 절감효과를 감안하면 약 1,15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공적자금 조기상환 효과 두 번째는 중앙회가 활용 가능한 자금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 2028년까지 중앙회가 신규로 활용 가능한 은행 배당금은 최대 배당가능액 약 6,600억 원에서 수금채이자와 은행 BIS 비율을 위한 내부 유보금 등을 차감하면 약 3,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은행도 내부 유보를 통해 BIS 보통주 비율을 약 1.2%p 이상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명칭사용료도 기존 연 310억 원 수준에서 연 430억 원으로 증액이 가능해서 6년간 약 700억 원을 더 수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수협중앙회 가용 자본이 현행보다 약 1조 원 정도 증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협법 개정을 통해 현재 중앙회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신용사업특별회계를 중앙회 지도경제회계 자본과 통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행에 대한 증자 제약도 해소돼 중앙회가 은행에 대해 자율적 출자를 할 수 있고, 출자에 따른 배당을 받을 수가 있게 되기 때문에 중앙회와 은행 간에 자본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통해 수협은 앞으로 해마다 2,000억~3,000억 원에 이르는 규모로 어업인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 정도 지원 규모라면 해양수산부 2022년 수산 예산 규모가 2조 8,337억 원인 점과 비교하면 정부 예산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공적자금 조기 상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상환 합의 내용

상환 합의 주요 내용은 그동안 수협중앙회의 자율경영을 제약하던 예보와의 상환합의서가 해지됨에 따라 중앙회의 자율경영 여건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협중앙회와 예보가 새롭게 체결한 신상환합의서에는 배당금 사용 불가, 명칭사용료 통제, 중앙회 임직원에 대한 징계 요구 등 기존에 자율경영을 제약하던 조항이 일괄 삭제되기 때문에 자율경영을 통한 어업인 지원 활동 등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다음 수협은행도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따라 부여되던 MOU 목표 지표가 대부분 없어지고, 건전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목표 지표만 남게 됨에 따라 현재 은행권 최저 수준인 BIS 비율의 제고와 함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전략적 투자 여건이 조성된다.

그리고 수협은행의 신약정에서 유지되게 되는 목표 지표는 총자본비율과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이 된다.

지난달 8일 열린 수협중앙회 임시총회에 참석한 조합장들이 공적자금 조기 상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열린 수협중앙회 임시총회에 참석한 조합장들이 공적자금 조기 상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 박종면 기자

 

공적자금 상환은 어떤 의미?

수협중앙회가 21년간 이어진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기점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수협은 공적자금을 예정보다 앞당겨 갚음으로써 정부의 각종 규제와 간섭에서 벗어나게 되고, 정부와 예보는 수협이 지급한 국채의 만기 도래 시 현금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수협은 공적자금 수혈 후 개정된 수협법에 따라 수협은행 이사진 7명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인사들을 각각 임명해야만 했다. 은행장도 사실상 기재부와 금융위, 예보가 파견한 이가 자리를 꿰차곤 했다. 인사추천위에 정부 추천 인사가 포함됐기 때문에 수협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수협은 정부 간섭은 받되 독립성은 보장받지 못했다. 말하자면 공적자금이 족쇄이자 굴레였던 것이었다.

공적자금 조기 상환은 수협이 어업인을 위한 협동조합이라는 실체로서 명실상부한 조직으로 본래 모습을 되찾았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어업인과 수산업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 획기적인 계기가 된다.

 

수협 앞에 놓인 길

수협중앙회는 금융부문을 농협 등과 유사한 금융지주 체제로 개편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발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협중앙회가 금융지주체제를 도입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비은행 금융업으로 진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으로 수익원을 다양화함으로써 어떠한 금융 환경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금융사업 다각화는 2023년 준비단계를 거쳐 2024년 이후 금융지주 전환 및 비은행 금융사 인수 등을 추진하는 일정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적자금 지원기관이라는 불명예를 떼고 수협인의 자긍심을 회복하며, 어업인 지원이라는 중앙회 본연의 기능을 회복한 수협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수협중앙회가 드디어 20여 년간 숙원과제였던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하는 전기를 만들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금융지주 설립, 경제사업 활성화 등 지속발전의 로드맵을 착실히 추진해 회원조합, 조합원, 수산인 모두가 상상하는 새로운 미래를 펼쳐나가야 할 시대적 사명이 남았다. 공적자금 상환은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

수협중앙회(수협은행) 사옥
수협중앙회(수협은행) 사옥. 사진= 박종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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