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서해 연안 피해 복원할 ‘갯벌법’에 거는 기대
⑩ 서해 연안 피해 복원할 ‘갯벌법’에 거는 기대
  •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승인 2022.06.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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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현대해양] 시원하게 탁 트인 쪽빛 매력 동해, 땅끝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핑크빛 카리스마 남해, 그리고 따뜻하고 포근한 황톳빛 보물 서해, 한반도 삼면의 아름답고 풍요롭고 건강한 우리 바다다. 그중에서도 한반도와 중국 사이에 있는 황해(黃海)의 일부인 우리나라 서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당당히 등재됐다. 황해 연안에는 총 1만 8,000 km2에 이르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고, 한반도 서해에만 남북한에 걸쳐 약 4,500km2의 갯벌이 있다. 이는 갯벌로는 처음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북유럽의 와덴해 4,700km2 갯벌에 필적한다.

우리나라에서 갯벌과 생태연구가 소개된 것은 1980년대 초부터다. 나의 은사인 서울대 고철환 명예교수는 조개, 갯지렁이, 저서미세조류와 같은 갯벌 저서생물 연구의 선구자다. 30년 넘게 갯벌 생태연구를 했고 그 결과를 1,000페이지가 넘는 한국의 갯벌이란 책으로 엮어냈다. 나는 고철환 교수님과 함께 해왔던 갯벌 생태연구를 좀 더 확장해서 2,000년대 후반부터 서해조사를 15년째 해오고 있다.

서해조사의 다른 한 축은 연안 퇴적물 오염과 건강성 평가 연구다.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하게 증가한 인간 활동(도시화, 산업화, 간척 등)으로 보물과도 같은 우리 서해 연안은 고통과 시련의 시기를 버텨왔다. 그러나, 서해 갯벌과 해양환경 오염에 대한 생태계 변화 파악 연구는 단편적이고 체계성이 부족해서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장기적 측면의 생태계 영향을 파악하는데, 어려움과 한계가 있었다. 내가 2008년부터 서해 연안 생태계 및 환경에 대한 장기 생태계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는 이유다.

 

서해 연안 간척의 최대 희생양, 시화와 새만금

지난 40년간 서해 연안은 간척의 희생양이자 해양오염의 글로벌 아이콘이었다. 1980년대까지 남북한 서해 갯벌의 총면적은 약 1만 500km2로 드넓게 발달했지만, 2010년대 후반 약 6,700km2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 반세기 해마다 갯벌 면적이 약 1%씩 줄어든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1990~2000년대에 집중된 대규모 갯벌 간척과 매립 때문이다. 중국 황해연안을 포함하면 지난 40년 동안 황해의 간척 면적은 9,700 km2에 이른다. 결국 서해를 포함한 황해 전체 갯벌의 절반가량이 지속된 간척과 매립으로 사라지고, 그 해양생태계는 모두 파괴된 것이다. 우리는 2018년 지난 40년간 갯벌 감소로 사라진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의 손실이 연간 약 8조 원에 이른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서해만 따져보면 해양생태계서비스 손실액은 연간 약 2조 원 정도다.

서해 연안 간척의 흑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주인공이 있다. 베스트셀러는 시화호이고, 스테디셀러는 새만금이다. 산업화의 아이콘인 시화, 반월공단에 필요한 산업용수의 확보와 시화 간척농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180 km2의 광활한 시화 갯벌은 1994년 12.7km의 시화방조제가 탄생하면서 사라졌다. 시화호 내부의 수질악화, 저서퇴적층 빈산호, 육상기인 오염부하 증가 등 예상치 못한 환경오염 문제는 시화호를 죽음의 호수로 만들었고, 얼마 가지 않아 시화호 내부는 갯벌 생물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2000년 초 정부는 시화호 이슈를 더는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수습 대책으로 시화호를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하고, 본래 목표인 담수화 대신 해수 유통을 통한 조력 발전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2011년 조력발전소가 준공되고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해수 유통에 따른 화학적산소요구량 등 일부 수질이 개선됐지만, 다이옥신, 중금속 등 육상으로부터 끊임없이 시화호로 유입되는 유기독성 오염물질은 오랫동안 잔류하고 독성을 일으켜서 근본적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현재진행형인 새만금은 또 어떤가? 새만금은 지리적으로 만경강과 동진강이란 서해 중심부의 젖줄이 흘러 들어가는 바다에 약 233km2란 드넓은 갯벌평야를 자랑하는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 갯벌이었다. 하지만 2006년, 약 33.9km의 세계 최대규모의 연속 방조제가 건설되었고, 장엄한 위용을 가졌던 새만금 자연 갯벌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과거 새만금은 232종의 저서미세조류와 173종의 대형저서동물이 서식할 정도로 매우 높은 해양생물다양성과 일차생산력을 보인 서해 갯벌의 아이콘이었다. 방조제 건설에 따른 새만금 갯벌의 유실과 갯벌생태계 파괴로 우리는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새만금 생태계서비스를 잃어버렸다. 갯벌이 사라지면서 갯벌의 주인공인 수많은 저서동물은 모두 죽었고, 해마다 찾아들던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도 먹이를 잃고 갈 길을 못 찾아 결국 저서동물과 공멸의 길을 함께 했다.

새만금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새만금 계획이 계속 바뀌고,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새만금 역시 본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던 농업용지 건설이 철회됐고, 사실상 담수화도 포기한 상황이다. 지금은 산업단지, 항만, 공항 건설을 위한 기초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조력 발전, 태양광 발전까지 추진 중이다. 결국, 새만금도 시화호의 비극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그 비극의 끝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서해 연안 생태계 건강성 평가의 뉴패러다임

다른 해역보다 인간의 활동이 많고 다양하며 복합적인 서해에는 끊임없이 해양환경 문제가 대두돼왔다. 사실 특별한 대안 없이 서해 연안의 생태계 피해는 고스란히 바다의 건강성 악화와 해양생태계서비스 하락으로 이어져 왔다. 시화호, 아산-삽교호, 태안, 금강, 그리고 영산강 등 서해 연안 여러 지역에 산업단지, 조력발전소, 방조제 등이 끊임없이 들어섰고, 육상기원 유해물질의 지속적인 바다 유입과 해수 순환 악화, 퇴적상 변화 등 환경압력은 해양생태계 파괴를 재촉했다.

나는 서해 연안의 생태계 건강성을 확인하고 평가하기 위해 고철환 은사님이 국내 정착한 퇴적물 건강성 평가법(Triad)을 줄곧 발전시켜왔다. 즉 퇴적물 건강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 방법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이다. 첫째는 오염물질의 농도를 분석하는 화학적인 방법, 둘째는 세포, 개체 수준에서의 영향을 확인하는 독성학적 방법, 그리고 셋째는 퇴적물에 서식하는 저서생물의 군집 영향을 파악하는 생태학적 방법이다.

우리는 지난 15년 이 세 가지 평가 요소를 함께 적용하여 우리나라 전국 연안의 퇴적물을 평가했고, 그 평가 항목을 계속 확장해왔다. 특히, 2010년대 들면서 대상 오염 물질의 분석법을 새롭게 개발하고, 새로운 생체 독성 메카니즘을 찾아냈으며, 군집 분석의 대상을 대형저서동물에 국한하지 않고 중형저서동물, 퇴적물 내에 사는 미생물까지 포함하면서 포괄적 개념의 생물영향 평가기법으로 발전시켰다.

지난 2008년 시작된 우리의 서해조사는 거듭 진화해왔다. 서해조사 초기에는 5명 남짓한 인원으로 단출하게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서울대를 비롯해서 안양대, 한국해양대, 군산대, 충남대, 인하대 등 벤토스 네트워크 7개 실험실의 30~40여 명이 대거 참여할 정도로 커졌다. 우리가 이 서해조사를 계속 함께해온 첫 번째 이유는 공감이다. 과학적 질문에 대한 개인적 호기심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가 버려진, 망가진, 훼손된 서해 연안과 우리 바다를 잘 이해하고 공부해서 해결할 방안을 만들어보자는 열정과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1. 서해조사(2008~현재)지역, 연구 방법 및 주요 결과
그림1. 서해조사(2008~현재)지역, 연구 방법 및 주요 결과

서해 갯벌에 풍요로움을 주는 개척자, 저서미세조류

황톳빛 서해의 색깔은 갯벌 퇴적물로부터 기원한다. 지금의 황해는 마지막 빙기가 끝나고 약 8천 년 전에 지구의 바다가 높아지면서 만들어졌고, 지금과 같은 서해 갯벌은 대략 5천 년 전에 형성됐다고 한다. 서해는 조차가 크고, 수심이 얕으며, 경사가 완만해서 갯벌이 잘 발달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게 됐다. 수천 년 동안 육상의 강으로부터 공급된 토사가 서해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갯벌 퇴적층이 만들어진 것이다. 서해는 지형·지리적 특성상 갯벌이 잠기고 노출되는 동안 퇴적물이 끊임없이 재부유되면서 탁도가 높아져 늘 황톳빛 색을 띠게 됐다.

한편 갯벌 퇴적물 표층에 사는 저서미세조류 중 주인공은 단연 저서성 규조류다. 규조류는 수-수백 마이크로미터 크기를 갖는 단세포 미세식물로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대략 페름기 대멸종 사건 이후인 약 2억 6천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밀물 때 갯벌이 물에 잠기면 퇴적물 아래쪽으로 이동하고, 썰물 때 갯벌이 햇빛에 노출되면 광합성을 하기 위해 표층으로 올라오는, 수직이동하는 움직이는 식물이다. 여기서 재미난 현상이 하나 있다. 밀물 때 갯벌로 물이 들어오면서 파도가 치고 그 파도에 의해 표층의 퇴적물이 수층으로 뜨게 되는데 이때 퇴적물 입자에 붙어있는 규조류도 함께 수층으로 유입된다. 즉 저서성 규조류라고 퇴적물에만 사는 것이 아니고 일정량은 계속 수층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수층에 있는 물고기의 밥이 되기도 한다. 여하간 이렇게 물속으로 뜬 규조류도 노란색 엽록소와 함께 황갈색 규조소라는 색소체를 가지고 있어 서해의 바닷물은 파랗게 변할 틈이 없다.

2002년 내가 박사과정 중반대 은사님인 고철환 교수님이 일본 사가대학으로 안식년을 가셨다. 이때 나는 일본 칠포 갯벌에서 규조류의 일차생산과 재부유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선생님을 따라 일본 갯벌을 몇 번 방문했고, 1년간 일본 학생들과 생산한 자료로 공동 논문을 쓰게 됐다. 우리는 갯벌 상부의 표층 퇴적물에 사는 저서성 규조류가 밀물 때 50% 이상 재부유되고 이렇게 재부유된 규조류가 썰물과 함께 외해로 최대 1.5km까지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현장 자료로 최초로 규명하게 됐다. 그 후 몇 편의 규조류 생태 논문을 발표했지만, 규조류의 생태연구는 2006년 박사를 마치면서 아쉽게 종료됐다. 그 이후에도 규조류의 생태 거동에 대한 궁금증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2012년 서울대 부임 이후, 갯벌 규조류 연구가 다시 시작됐고, 최근 중요한 사실을 학계에 보고했다. 사실, 저서미세조류가 퇴적물에 잘 붙어있는 이유는 이들이 분비하는 세포외고분자 물질, 일명 EPS(Extracellular Polymeric Substances) 때문이다. 규조류와 같은 저서미세조류가 분비하는 EPS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복합된 물질로 갯벌 표면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퇴적물이 쉽게 부서지지 않게 해준다. 그래서 저서미세조류가 많으면 침식이 덜 일어나고 갯벌에 서식굴을 파고 사는 저서생물의 집도 잘 부서지지 않게 하는 고마운 물질이다.

우리는 최근 연구를 통해 저서성 규조류가 분비하는 EPS 물질의 종류가 다양하고, 특정 환경에 우점하는 규조류가 우점할 때 더 많은 EPS 물질을 분비해서 퇴적물 안정도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현장 무어링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하호경 교수의 연안해양관측연구실과의 공동연구로 생태적 해양 현상을 퇴적학적 측면과 결합하여 해석한 보기 드문 결과로 생각된다.

그림2. 서해 연안 저서 규조류 생태연구
그림2. 서해 연안 저서 규조류 생태연구

갯벌법 기대와 우려

인간의 욕심으로 바다는 지속적으로 개발과 이용의 착취 대상이 되어왔다. 땅덩어리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서해 갯벌은 가장 쉽게 버릴 수 있는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됐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둘 잃어버린 갯벌이 지금 남아있는 갯벌의 면적만큼 된다. 서울시 면적의 4배, 제주도보다도 컸던 갯벌이 지난 반세기 사라졌다. 다행히 지금은 개발보다는 보전이 가치가 있고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2019년 제정된 ‘갯벌 및 그 주변 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약칭 갯벌법)로 우리는 더는 대규모 간척을 걱정하지 않게 됐다. 이 법에 따라 우리는 앞으로 5년마다 갯벌을 관리하고 복원하는 기본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일정 면적 이상의 갯벌이 복원될 것이기 때문이다. 갯벌 복원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런데 갯벌 기본계획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과거와 지금의 갯벌을 정확히 진단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여기서 문제는 과거의 갯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것이다. 사실 갯벌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그동안 간간이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평가할 만한 과학적 자료가 매우 미흡하다. 또한 갯벌의 생태, 환경, 건강성, 지형, 지리 등 수많은 분야와 요소에 대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나 지침도 부재하다.

갯벌 환경의 특성상 생태계의 지속성, 연속성, 변화와 변동, 압력과 영향요인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조사와 분석 결과가 미흡한 상황에서 과연 기본계획을 잘 만들 수 있을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갯벌법에서 대상 지역을 ‘갯벌과 그 주변 지역’으로 확장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주변지역’의 정의가 수심 6m 이내의 해역이 포함되면서 조하대를 포함하는 광역지역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잘 갖춰지지 않은 점이 걱정된다. 새삼 국가 장기 생태계 모니터링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는 요즘이다.

 

숫자로 돌아본 우리의 서해조사 기록, 그리고 미래

우리 연구실은 지난 15년간 갯벌을 포함하는 전국 연안의 하구와 연안을 대상으로 장기 생태계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간의 노력을 숫자로 정리해보니, 조사일 수만 225일에 이르고, 조사한 정점 수는 247개, 참여 인원수는 172명이었다. 지난 15년의 서해조사는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연구의 ‘확장성’을 강조하고 싶다. 그간 저서퇴적물 오염과 대형저서군집 연구에 초점을 맞춰왔던 연안의 저서퇴적물 평가 연구를 갯벌과 연안, 그리고 외해까지 포함하는 전바다 연구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또한 분류학, 생태학, 환경독성학, 환경화학, 퇴적학, 지리학 등 유관분야와 연계해서, 해양학의 개념적 경계를 허물고 융합 해양학으로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다.

지난 15년, 위에 언급된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과 연구원들이 배출됐고, 이들 모두 아직도 서해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후배들과 교류하고 있음에 뿌듯하다. 앞으로는 우리의 작은 노력과 과학적 성과가 우리나라 바다와 우리나라 생물을 지키고 잘 가꾸는데 좀 더 직접적으로 쓰일 수 있는데 힘쓰고 싶다. 과학에 기반한 정책을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제는 실천이 더욱 중요할 것 같다. 아직 밝혀내지 못한 우리바다와 우리생물이 주는 숨겨진 해양생태계서비스 가치를 찾아내는 보물찾기의 즐거움이 끝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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