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환경영향평가 현장 - 해상풍력발전 소음을 실측하라!
해양환경영향평가 현장 - 해상풍력발전 소음을 실측하라!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2.01.09 19: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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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로폰(hydrophone)이라는 수중소음측정기를 이용해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박종면 기자
MESI 연구진들이 하이드로폰(hydrophone)을 이용해 수중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재생에너지라 불리는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어업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풍력발전은 현 정부 들어 태양광과 함께 가장 중요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거부반응이 만만치 않다. 해양생태계 파괴, 조업구역 축소, 선박 항행 장애 등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어업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 이유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소음 피해다. 소음 공해 때문에 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풍력발전단지 주변으로는 고기가 오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과연 그렇다면 그 소음 피해는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을 정도인지, 조업이 어려울 정도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이런 해양환경영향평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학교 국가지원연구센터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Marine Environmental Impact Statement Institute; MESI, 단장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이 나섰다.

MESI는 서울대 6개 연구실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해양환경공단(KOEM),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안양대, ㈜세광종합기술단, ㈜지오시스템리서치, ㈜해양생태기술연구소, ㈜네오엔비즈, ㈜선도소프트, ㈜해랑기술정책연구소, 경상대, 전자파학회, 전남대, ㈜이레테크, 울산과기원, 고려대 등 국내 내로라하는 해양환경, 해양생태, 해양정보, 해양정책 분야 전문기관, 말 그대로 산·학·연·공 18개 기관 다학제 연구진, 해양환경영향평가 최고 실적 성과 보유기관, 해양 분야별 최고 전문가 3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영국 RPS·제주바다목장다이브리조트와 ‘MOU’

2021년 12월 8일 MESI는 영국 RPS 그룹과 업무제휴 협약을 맺은데 이어 제주바다목장다이브리조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본격적인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를 위해서다. MESI는 먼저, 이날 오전 제주도 탐라해상풍력단지에서 해상풍력 개발 전문 컨설팅 기업인 영국 RPS 그룹과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

2021년 6월 서울대학교 국가지원연구센터로 지정된 MESI는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원장 오운열)의 지원을 받아 ‘과학기술 기반 해역이용영향평가 기술개발 사업(2021~25)’을 진행해왔다. 이 사업의 목표는 아직 확립되지 않은 우리나라 해양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지침과 표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협약으로 양 기관은 해상풍력 현장 전문성과 노하우를 살려 실제 해역에서 일어나는 해양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현장 대형메조코즘(해양환경과 생태계를 현실에 가깝게 모사하는 일종의 가상생태계를 메조코즘(Mesocosm)이라 하며, 현장 대형메조코즘은 이 시스템을 현장에 대규모로 설치, 운영함으로써 실험 조건의 재현성과 결과의 개연성을 높이는 첨단 시스템을 말함)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보다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해양환경영향평가 가이드라인 제시를 위해 국내 최초로 해상풍력 단지에 근접한 최첨단 현장 실험설비와 시스템이 도입될 전망이다.

이어 MESI는 제주바다목장다이브리조트와도 MOU를 체결했다. 제주바다목장다이브리조트(㈜아크)는 오랜 스쿠버 다이빙 경험과 인공어초 관리, 풍력발전단지 설비 등과 관련한 노하우가 풍부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MESI는 이날 두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마치고 해상풍력단지 소음 측정 조사 등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에 나섰다.

2021년 12월 8일 오후.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제주바다목장다이브리조트에서 탐라해양풍력발전단지가 바라다보였다. 탐라해양풍력발전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로 3MW급 해양풍력발전기 10기를 이어놓은 30MW 설비용량의 해상풍력발전단지다.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서 금등리 해역에 설치했다. 여기서 발전하는 양은 제주도 2만 4,000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8만 5,000㎿h 가량이다.

오늘의 핵심 임무는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운영 중 발생하는 수중소음은 몇 데시벨(dB)이나 될까를 측정해보는 것이다. 오늘 제주 탐라해상풍력단지 수중소음 측정단은 지난번에도 팀을 이뤘던 서울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석·박사 위주로 편성했다. 제주바다목장 다이브리조트에서 측정장비를 실을 선박을 정박해놓은 포구로 이동, 조사선에 올랐다. 이날 업무협약을 맺은 조윤성 제주바다목장 다이브리조트 대표가 키를 잡고 조사시간 동안 함께 하기로 했다.

김종성 MESI 단장(오른쪽 끝)이 조사선에 올라 오늘의 조사 목적과 목표, 주의할 점,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김종성 MESI 단장(오른쪽 끝)이 조사선에 올라 오늘의 조사 목적과 목표, 주의할 점,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박종면 기자

김종성 MESI 단장이 조사선에 올라 오늘의 조사 목적과 목표, 주의할 점,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 단장은 “수중소음 측정이 단순해 보일지라도 이런 작업이 해양 이용과 개발사업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회복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곧 해역이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조사를 통한 합리적 기반과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해상풍력단지에 대한 해양환경영향평가에서 핵심적인 환경압력요인이라 할 수 있는 수중소음을 실제로 측정하는 작업은 말로만 막연하게 소음 공해가 심해 물고기가 살 수 없다, 혹은 반대로 이 정도로는 생물체의 서식과 산란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분위기가 결연해졌다. 조사단은 ‘화이팅’을 외치고 목적지를 향해 출항했다.

소음측정 장비와 연구진을 실은 배가 해상풍력발전기를 향해 운항하고 있다. 배가 전진하면서 물살이 선상으로 튀어오른다.
소음측정 장비와 연구진을 실은 배가 해상풍력발전기를 향해 운항하고 있다. 배가 전진하면서 물살이 선상으로 튀어오른다. 사진=박종면 기자

수심 20m까지

드디어 소음측정 장치를 가득 실은 배가 움직인다. 해상풍력단지는 뭍에서부터 약 1km 떨어져 있다. 오늘 목표는 여섯 기 주변의 소음을 측정하는 것이다. 많이 하면 좋겠지만 배 흔들림, 연구원들의 피로도 등을 감안하면 여섯 기도 작은 규모의 조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1호기를 향해 배는 나아간다. 한 호기 사이는 약 500m에 이른다. 날씨가 맑다고는 하나 역시 바다는 바다다. 배가 전진하면서 물살이 선상으로 튀어오른다. 제법 흔들리기도 한다. 약 1km를 달려 1호기를 약 400m 앞두고 정선했다. 여기서 하이드로폰(hydrophone)이라는 수중소음측정기를 이용해 소음을 측정한다. 라인 끝에 마이크처럼 생긴 센서가 달린 장비를 수면 아래로 내려보낸다. 라인을 5m, 10m, 15m, 20m까지 내려보냈다가 다시 10m까지 끌어올린다. 측정은 10m~20m 사이에서 하되 10m 부근의 소음을 주로 측정한다고 한다. 헤드폰을 끼고 모니터를 보며 스마트폰으로 기록하는 김범기 박사의 손이 바쁘다. 흔들리는 배에서 여건이 좋지는 않다.

발전단지 운영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단지 가장 가까운 곳에 조사선을 정박시키고 있다.
발전단지 운영소음을 측정하기 위해 단지 가장 가까운 곳에 조사선을 정박시키고 있다. 사진=박종면 기자

다음 발전기를 향해 이동한다. 1호기 뒤쪽에 설치된 2호기로 향한다. 여전히 배가 흔들린다. 똑같은 방법으로 라인을 수면으로 내린다. 키를 잡았던 조윤성 대표가 메가폰을 든다. 조사단이 헤드폰을 끼고 라인을 수중으로 내리는 작업을 하는 것에 집중하는 사이 강한 바람까지 불어 말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메가폰을 사용하는 것. 귀로는 헤드폰으로 전달되는 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하이드로폰 모니터의 곡선 변화를 주시하면서 손으로는 스마트폰에 기록하기 바쁘다. 이런 방법으로 다섯 기 주변 400m 지점에서 수중 주변소음을, 발전기 인근 수중의 운영소음을 측정했다.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다이버가 다이빙 장비를 챙긴다. 이번에는 마지막 코스인 듯 긴장감이 돈다. 다이버가 직접 수면 아래로 들어가 소음을 측정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모니터를 주시하며 스마트폰으로 기록하던 김 박사가 더 바빠졌다.

김 박사의 말에 따르면 바람 불 때와 불지 않을 때, 파도가 있을 때와 파도가 잔잔할 때 소음이 각기 다르다고 했다. 다이버가 직접 측정기를 가지고 수중으로 들어갈 때와 측정기만 수중으로 내려보냈을 때의 소음도 분명 다르다고 했다.

배를 발전단지 기둥에 묶어두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배가 이리저리 흔들리기 때문이다. 배를 기둥에 묶어두고 2명의 다이버가 수심 20m까지 내려갔다. 한 명은 소음 측정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영상 촬영을 한다.

다이버가 직접 수중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다이버가 직접 수중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수중소음측정 결과를 선상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중소음측정 결과를 선상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박종면 기자

수중소음 평균 138.3dB

이날 풍력발전기(1호기) 하부 자켓의 수중소음(운영소음)은 수심 10m에서 평균 138.3dB 크기로 측정됐고, 풍력발전기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의 수중소음(배경소음)은 같은 깊이인 10m에서 평균 127.0dB 크기로 측정됐다. 즉, 풍력발전기가 위치한 곳의 수중소음이 풍력발전기 운영 등으로 인해 11.3dB 가량 높게 측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잔잔한 바다에서 측정되는 수중소음의 크기는 100dB 전후이며, 수중에 들어가기 전 뭍에서 잰 대기(大氣) 중 소음은 80dB였다. 그런데 김 박사는 대기 중 소음과 수중소음은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공기와 물의 차이)과 기준이 달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했다.

사람이나 생물이 인지하는 소음의 세기는 기준 소음 값에 대한 측정 대상 값의 상대 비율에 대해 로그(log)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비교하는 두 소음 값은 반드시 같은 매질에 대해 측정한 값(수중의 경우 물에 해당)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데시벨은 10×log(소음비율) 단위로 사용하기 때문에 10dB 차이가 난다는 것은 소리의 세기가 10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조사에서는 해상풍력발전기 운영에서 발생하는 약 138dB의 운영소음이 400m의 거리에서는 10분의 1 수준 이하로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MESI는 수중소음(항타소음)이 어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대략 140dB에서 확인했다. 드물지만 국외에서는 130dB 수준에서 유영속도, 무리행동, 회피반응 저해 등 행동에 영향을 받는 어종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김종성 MESI 단장은 “이번 해상풍력발전기 하부 자켓에서 측정된 138.3dB의 소음은 어류의 단기 회피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기는 하나 장기적으로 개체군 감소와 같이 어업피해를 일으키는 수준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MESI는 앞으로 소음원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국내 어종에 대한 중·장기적 생물영향평가 결과를 축적하고 국외 결과와 비교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사선은 다시 출항지를 향했다. 포구에 도착하자마자 물속에 들어갔던 다이버들과 튀어 오른 파도에 옷이 젖었던 MESI 연구원들이 커다란 소음측정 장비 박스 하나씩 들고 내린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힘들었을 법도 한데 멀미의 흔적이나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근거와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조사와 데이터를 모았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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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2-06-12 01:04:45
풍력 기둥보니 뱃길 위험할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