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쌈밥과 멸치쌈밥
정어리쌈밥과 멸치쌈밥
  • 김영혜 박사/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과
  • 승인 2009.06.0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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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수산물>

   
 얼마 전 일이다. 민원이 들어왔는데 답을 해줄 이가 없어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고 했다. 무엇이냐고 여쭤보니, ‘여수 음식점에서 쓰는 정어리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실 음식점에서 재료로 쓰이는 정어리가 어떤 종인지 알 수가 없다. 황당하여 그건 알 수 없다고 하면서 누가 어떤 용도로 그런 문의를 하였는지 되물어 보았다.

 자신은 국내 수산물 도매업체 쪽 사람인데, 여수 음식점에서 정어리 납품요구가 있어 납품했더니 정어리가 아니라고 반품이 되어서 그런다고 했다. 어떤 용도로 정어리를 요구했는지 물었더니 정어리쌈밥용으로 이라고 했다. 순간 딱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남해연구소시절, 첫 회식자리가 쌈밥집이었다. 쌈밥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부산과 여수의 차이가 눈에 확 띄었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쌈은 대부분이 삶은 채소인 반면, 여수 쌈은 삶지 않은 생으로 된 다양한 종류의 채소가 아주 푸짐하게 나오며, 쌈장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갖은 해바라기 씨앗 등 여러 가지 씨앗이 골고루 들어 있는 그야말로 웰빙 쌈장이다. 그래서 가족들이 여수로 올 때면 쌈밥집에 가서 정어리쌈밥, 고등어쌈밥 등 여러 종류의 쌈밥을 두루두루 먹어 보았다.

 그때 궁금했던 것이 정어리 쌈밥이었다. 난 고등어를 좋아했지만 궁금해서 시켜보니 정어리 크기만한 멸치가 갖은 양념으로 단장을 하고 고구마줄기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난 그때 알았다. 아! 여수에서는 대멸이 ‘정어리’로 불리고 있다는 것을……. ‘대멸’이란 적어도 크기가 15㎝ 정도 되는 큰 멸치를 의미한다.

 그래서 답변을 해드렸다. 여수지역의 정어리쌈밥용 정어리는 멸치라고. 그렇게 민원처리는 끝이 났다. 물론 그 업자는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정어리가 거의나지 않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정어리를 구하여 납품을 했는데 반품이 되었으니 화가 날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기 이름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고기 이름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쌈밥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차이가 확연히 나는 것 같다. 전라도에서의 쌈밥은 주 메뉴가 생선조림이므로 조림되는 고기에 따라 이름이 붙는 것 같다. 고등어조림이면 ‘고등어쌈밥’, 멸치조림이면 ‘정어리쌈밥’이라고 부르며, 어종에 따라 밑에 놓은 야채도 달라진다.

 멸치조림은 고구마줄기를, 고등어조림은 무 또는 묵은지를 사용한다. 경상도는 그냥 쌈밥이다. 주 메뉴가 쌈이고 부수적으로 고등어조림이 대부분 올라온다. 멸치조림은 남해안중 멸치가 많이 어획되는 바닷가 마을에서 멸치를 양념에 듬뿍 넣어 조린 후 상추쌈에 싸서 먹는다. 따라서 경상도에서는 멸치를 쌈을 싸서 먹지만 멸치쌈밥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 멸치(Engraulis japonicus)

 

 

△ 정어리(Sardinops sagax)

 

 

 

 

 

 멸치(Engraulis japonicus)의 몸 색깔은 등쪽은 짙은 청색, 배쪽은 흰색이며, 옆구리에는 은백색의 세로줄이 있으며, 몸은 다소 긴 원통형이며, 주둥이는 돌출되어있다. 우리나라 전연안에 분포하며 봄에는 연안의 내만으로 들어왔다가 가을에 남쪽 바깥바다로 이동하여 겨울을 보내고 봄에 연안으로 돌아온다.

 정어리(Sardinops sagax)의 몸 색깔은 등쪽은 짙은 청색, 배쪽은 은백색을 띄고 있으며, 옆구리에는 1줄로 된 7개 내외의 흑청색 반점이 있고, 때로는 그 위에 여러 개의 점이 있다.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에 분포하며, 제주도 동남부해역에서 겨울철을 원동하다가 봄이 되면 북상하기 시작하여 여름에는 전 동해에 걸쳐 서식하고, 가을이면 남하하여 산란인 남해안 연안에서 월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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