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살리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수산업 살리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08.10.3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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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IMF의 악몽은 계속되고 있다

 제1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시작되었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12월 19일의 결승점을 향해 사활을 건 선거전에 돌입했다. 선거 초반부터 시작된 후보자들 간의 검증공방은 이전투구(泥田鬪狗:뻘밭에서 벌이는 강아지들의 싸움)의 양상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정책선거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마음은 걱정스런 단계를 넘어 아예 체념과 냉소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국가권력을 놓고 벌이는 정당과 후보자들간의 아귀다툼으로 변질되지않기를 그토록 고대했건만, 이 무슨 난장판이란 말인가?

 좌(左)도 아니고 우(右)도 아닌 어정쩡한 경제정책으로 기업인들은 방황하고 있다. 한심한 교육정책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절망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골통보수와 엉터리진보로 나뉘어 국가의 정체성마저 무너뜨리고 있는 저들만의 싸움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분노한다.

 지난 11월 21일은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로 들어간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국가부도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던 그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1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다른 분야는 차치하고라도 우리 수산업계는 지금까지도 IMF의 질곡(桎梏)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방황하고 있다. 10년 전보다 지금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수협의 경우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끌려온 불쌍한 나그네처럼 뼈를 깍는 고통과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MOU(공적자금 상환 이행각서)라는 독선적인 철벽에 막혀 손발이 잘린채 식물인간처럼 연명하고 있는 수산업협동조합의 앞날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 진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보다 더 무서운 MOU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살인강도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 교외의 케피소스 강가에 살면서 그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을 자기집으로 유인하여 가진 것을 모두 빼앗고 쇠로 만든 침대에 눕혀 살인을 자행한다. 잡아온 행인을 쇠침대에 눕혀놓고 몸길이가 침대보다 짧으면 사지를 늘어뜨려 죽이고,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내는 무지막지한 도둑이었다. 그 강도는 마침내 아티카의 영웅 테세우스 에게 붙잡혀 자신의 침대에서 자기가 자행했던 방식대로 죽임을 당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존재가치나 생각과 사상의 가치기준을 오로지 자기중심적인 편견과 아집과 고정관념으로 재단해버리는, 잔인한 독단(獨斷)을 일컬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비유하는 연유가 바로 이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독선과 독단은 선량한 사람들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도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불행한 사건들을 우리는 자주 경험해 왔다.

 

 MOU 개정없으면 수협회생 불가능

 대선을 앞둔 시점에 수협을 비롯한 여러 수산단체에서 수산정책에 대한 건의사항들을 각 정당에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들을 들여다 보면서 실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5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똑같은 사안에 막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생존을 위한 몸부림만 치고 있는 수산계의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이 저려온다.

 어가(漁家)소득은 도시근로자 소득의 약 70%에 불과한데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990년에 비해 어가소득은 3배 정도 늘어 났지만 부채는 무려 5.7배나 증가 하였다. 빚을 내어 빚을 갚는 최악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어촌의 현실이 이러하다보니 어업인대출을 담당하고 있는 수협마저 경영악화의 늪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해마다 2.4%의 역마진이 발생하는데 경영이 어떻게 개선되겠는가. 연간 518억원의 손실이 일선수협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당국에서 강요한 MOU에 묶여 뼈를 깍는 자구노력을 계속해 왔지만 경영이 나아질 조짐은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2000년도 이후 106개의 수협점포를 폐쇄했다. 뿐만 아니라 약 1,700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강제퇴출시켰다. 그러나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17개 조합은 순자본비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통폐합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영정상화 자금으로 1,500억원만 증액해 준다면 수협의 회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 정도의 재원을 마련하기가 그렇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적자금 상환에 관한 이행각서(MOU)의 몇몇 조항들이 수협을 회생불능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도사업, 경제사업, 신용사업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철저하게 차단함으로써 수협존립의 근거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수협이 안고 있는 미처리결손금을 정부출연으로 하지않고 전액 상환토록한 것은 협동조합운동의 근본취지와 목적을 무시한 졸속행정 그 자체였다. 그동안 수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해온 MOU 개정건의가 경제당국에 의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게될 날이 올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미처리결손액, 상환의무 없는 출연으로 바꿔야

 수협에 공여된 1조 1,581억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미처리결손액 보전에 충당된 9,887억원을 정부의 출자로 계상할 것이 아니라 일반 은행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환의무가 없는 출연으로 전환해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수협은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2006년 현재 잔액기준으로 4,860억원에 달하는 미처리 결손금을 감자(減資)처리하는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조기 상환해 주는 것이 수협을 살리고 어업인을 구제하는 길이 될 것이다. 만약 현재의 미처리 결손금을 방치한 채 일반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수협의 신용사업부문에 대해 국제회계기준(IFRS)을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면 미처리결손금이 부채로 분류됨으로써 손익계산서상에 출자자본이 없는 무자본 상태가 될 것이고, 그 결과 당연히 BIS비율은 급락하고 신용등급 하락→금융부문 부실→수협파산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이치다.

 불쌍한 나그네 신세가 되어버린 수산업협동조합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보다 더 단단한 MOU 위에 올려놓고 발목을 잘라내는 우(愚)를 더 이상 저질러선 안된다. 뿐만아니라 수협의 신용사업을 일반시중 은행과 동일한 잣대로 사지(四肢)를 늘어뜨리는 어리석음도 더 이상 저질러서는 안된다. 수협은 은행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이윤창출이라는 경제논리에만 매달리는 일반은행과 같을 수가 없다.

 지도사업·경제사업 그리고 신용사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깊이 성찰해 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프로크루스테스를 처단한 아티카의 영웅, 테세우스와 같은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되어 대한민국을 21세기 해양 강국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수산업을 식량산업으로 보호육성하고 어업인의 동반자, 수산업협동조합을 회생시켜 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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