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끊긴 인천-제주 여객선 운항 재개
세월호 사고로 끊긴 인천-제주 여객선 운항 재개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11.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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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전환 맞아 여행객, 물동량 증가 기대”
비욘드 트러스트호
비욘드 트러스트호

[현대해양]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끊겼던 인천-제주 항로가 이달 중 다시 열릴 예정이다. 2016년부터 두 번이나 진행됐던 신규 공모가 무산된 후, 2019년 운영사가 선정됐다. 이달에 취항된다면 7년 7개월 만에 열리는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될 선박은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한 2만 7,000톤급 카페리선 ‘비욘드 트러스트(Beyond Trust)호’로, 운영사는 하이덱스스토리지㈜다. 제주도를 찾는 수도권 관광객들의 편의 증대는 물론, 전남 목포·여수·완도 항로를 통해 수도권으로 운반되던 제주산 농산물이나 수산물 등의 물류비 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위드 코로나 시작되며 여행객 증가

단계적 일상 회복, 일명 ‘위드 코로나’ 방역체계 전환을 앞두고 여행객들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에서는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3척의 국제 크루즈가 인천항에 입항할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3월 피닉스라이즌크루즈의 ‘MS 아타니아(MS Artania)호’를 시작으로 5월 하팍로이드크루즈의 ‘한세아틱 인스피레이션(Hanseatic Inspiration)호’, 10월에는 오세아니아크루즈의 ‘MS 레가타(MS Regatta)호’가 인천항에 입항한다.

 

연안여객선 최초 블록 로딩 시스템 도입

위드 코로나 체계가 본격 시작되는 11월, 인천-제주 뱃길에 투입 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의 유럽형 카페리선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길이 170m·너비 26m·높이 28m에 정원 850명, 승용차 350대, 컨테이너 적하중량 4,850톤으로 6,825톤급인 세월호의 4배를 넘는 규모의 선적이다. 평균 속도 21노트 최대속도 23.2 노트로 운항할 수 있으며,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황산화물·질소산화물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도 설치됐다.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재건되는 노선이니만큼 안전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선 저중량·저중심 설계로 운항 시 복원성을 극대화했다. 침수 및 화재 같은 긴급 상황에 대비해 위성항법장치와 화재자동경보기·스프링클러 등의 안전설비를 갖췄으며, 승객 850명이 30분 내 탈출 가능한 해상탈출설비(MES)도 구비했다.

아울러, 연안여객선 최초로 블록 로딩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배를 운항하다가 짐이 한쪽으로 쏠리면 1등 항해사가 화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화물을 분배하며 균형을 조절했다. 세월호는 사고 당시 무리한 증톤·과적으로 복원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운항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배가 좌현으로 기울자 제대로 고박되지 않은 화물이 좌측으로 쏠리며 복원성을 잃고 침몰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비욘드 트러스트 호는 화물을 싣는 구역을 22개로 나눠 각 블록별로 적재량을 확인하고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적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탑승자들은 미리 부두 안에 설치된 계근대에서 짐의 무게를 측정하고 ‘차량 선적 지시증’을 발급받아 제출하고, 1등 항해사는 화물 리스트를 가지고 짐을 구역별로 분배한다.

 

여객선 끊기며 물동량도 줄어

2014년 인천-제주 항로에 세월호와 오하나마호를 운영하던 청해진해운이 면허취소를 당하면서 인천-제주 항로가 올 스톱됐다. 같은 해 9월 29일 정기화물선 ‘KS 헤르메스호(5,900톤급)’가 취항하기는 했으나, 선박의 크기가 작아 수도권 물량을 소화하지 못했으며, 탑승할 수 있는 여객 수가 12명으로 한정돼 있어 화물차량 운전기사들은 화물 선적 후 김포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이용해 제주로 이동하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특히 수산물을 운반하는 활어운반차량 등의 경우 수조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운전기사가 선박에 동승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인천항만공사 자료에 따르면 제주에서 인천으로 입항하는 물동량은 2012년 33만 6,920rt(운임톤), 2013년 52만 912rt으로 증가하다가, 2015년 8만여rt, 2018년 12만 9,962rt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여객선 이용객도 감소했다. 해양항만청 제주해양관리단의 ‘제주기점의 여객선 수송객 현황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13년 5월 24만 1,489명, 6월 37만 1,870명이던 수송객은 2014년 5월 15만 3,701명, 6월 20만 7,596명으로 각각 36.3%, 44.1%로 큰 감소폭을 보였다.

윤귀영 하이덱스스토리지 팀장은 “제주로 가는 물량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인천-제주 항로가 끊어지며 수도권의 물량들이 목포·여수·완도 등으로 육상 이동하고, 거기에서 다시 해상으로 이동하게 되며 물류비가 증가했고, 운송시간도 늘어났다”며 “비욘드 트러스트호를 통해 인천항의 물동량을 연간 130만 톤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운항이 막혀있던 동안 경제적 손실 비용은 얼마나 될까. 윤상린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선원해사안전과장은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는 단순한 수송객 숫자와 물량 규모만으로 볼 수는 없고, 주변 관련 사업들 전체에 대한 영향평가를 시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조사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현재 제주도 물동량의 대부분은 목포에서 들어가는 것이고, 목포의 물량 대부분 화물트럭으로 수도권에서 이동하는 것이기에 분명 많은 부분 경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과장은 “아직 코로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전체 국내 경제 상태 회복에 따라 물동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인천항만공사 연안여객 TF 팀장은 “인천항 입장에서는 인천-제주 항로의 물동량이 전체 물동량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제주항의 물동량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며 “특히 차를 가지고 제주로 들어가는 방문객들에게는 카페리 취항이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연안부두의 활성화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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