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임금, 계속 떨어져
선원임금, 계속 떨어져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10.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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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직 근로자 대비 1.3배 수준도 무너졌다

[현대해양] 올해 중순부터 해운업계의 큰 이슈였던 HMM의 임금협상이 지난달 2일 77일만에 극적타결됐다. 노조가 처음 요구했던 임금 25% 인상 대신 7.9%선에서 마무리된 결과였다. HMM 파업 결의건을 놓고 관계자들은 임금 인상 요구가 당연하다는 의견과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으로 양분됐다. <현대해양>은 HMM 파업 위기 사태를 계기로 국내 선원들의 현재 임금 수준은 어떠한지, 또한 공감할만한 적정임금은 얼마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HMM 노조원들이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HMM 노조원들이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선원 임금, 육상직 대비 1.2배 수준

지난해 12월 15일 해양수산부는 2021년도 선원 최저임금을 월 224만 9,500원으로 고시했다. 이는 지난해 최저임금이었던 월 221만 5,960원에서 3만 3,540원(1.5%) 인상된 것으로, 육상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률과 동일한 수준이다. 또한 이 최저임금은 육상근로자 최저임금인 월 182만 2,480원보다 42만 7,020원(약1.2배)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전영우 한국해양대학교 교수(선원연구센터장)는 “통상적으로 선원 임금은 육상직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해수부와 노동조합이 협상해 결정하는데, 지금까지는 육상직 임금 대비 최소 1.3배를 유지해왔다”며 “최근 내항선사와 연근해어선 쪽에서 반발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업계 내에서 공감해왔던 1.3배조차 깨진 점은 시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선원 월 평균임금 10년동안 약 30% 상승

지난 6월 해양수산부가 발간한 ‘2021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 선원의 월 평균 임금은 493만 원 수준이었고, 선원 비중은 비교적 가까운 해역에서 어로활동을 하는 연근해어선원이 40%로 가장 높았다. 평균임금 493만 원은 2019년의 474만 원보다 약 4.0% 상승한 금액으로 2020년의 전년대비 임금 상승률 2.9%보다는 높은 수치였다. 또한 이 금액은 10년 전 2010년(364만 원)의 임금 대비 35.4% 상승한 수준이기도 하다. 참고로 선원임금은 월별 기본임금(통상임금), 시간 외 수당(생산수당), 상여금, 기타수당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업종별로 보면 해외취업상선이 766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원양어선 763만 원, 해외취업어선 732만 원, 외항선 614만 원, 연근해어선 413만 원, 내항선 396만 원 순으로 확인됐다. 이 중 연근해어선과 내항선 선원들의 임금이 전체 평균 이하였다.

직책별로 보면 항해사와 기관사 등 해기사의 월 평균임금은 566만 원, 갑판부원과 기관부원, 조리부원 등 부원의 월 평균임금은 374만 원으로 확인됐다.

전 교수는 “해기사의 경우에는 임금이 국제적으로 평준화된 편이기에 우리나라 임금 수준이 특별히 낮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초급 해기사들의 국내 임금 수준은 전 세계에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면 문제가 되는 것은 내항선, 연근해어선, 원양어선 등으로 산업이 줄며 임금이 떨어지고, 자연히 인력도 떠나게 돼 남은 인력은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선원 계속 줄어든다

2020년 말 기준, 전체 선원인구는 총 6만 340명으로 전년대비 0.1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한국인 선원은 전년보다 558명 감소해 3만 3,565명이었으며 외국인 선원은 전년 대비 444명 증가한 2만 6,775명으로 파악됐다. 또한 지난 해 취업한 선원은 총 6만 명으로 전년보다 소폭 줄어들었다.

한국인 선원의 경우, 연근해어선 근무자가 1만 3,743명(40.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항선 8,145명(24.3%), 내항선 7,915명(23.6%), 해외취업선 2,530명(7.5%), 원양어선 1,232명(3.7%) 순으로 확인됐다.

연령대별로 보자면 30대 이하가 6,643명으로 19.8%, 40~50대가 1만 3,572명으로 40.4%, 60세 이상은 1만 3,350명으로 39.8%를 차지하는 등 고령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국해양대 실습선에 올라탄 미래의 해기사들
한국해양대 실습선에 올라탄 미래의 해기사들

해수부 선원정책과 관계자는 “한국인 선원 감소는 승선기간 동안 가족이나 사회와의 단절을 기피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최근의 추세에 따른 것이며, 육상직과의 임금차이가 감소하며 선원직의 매력도가 감소한 것도 원인”이라고 전했다.

육상에서는 통상적으로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의 일을 하게 되지만 선원들의 생활은 다르다. 2000년대 이후 통신이 발달해 가족·지인들과 연결은 할 수 있지만, 몸은 몇 달씩 선박 안에 고립돼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계열 전 울산항도선사(선장포럼 항해안전위원장)는 “선원들의 근무시간도 정해져 있지만, 24시간 중 언제든 선장이 호출하면 바로 달려가 일을 해야하고, 다른 선원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하며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에 진정한 휴식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도 오랜기간 배위에 있었지만 자녀나 지인에게 선원일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특히 선원은 그간 국내 경제에 이바지해온 역할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선원직 매력도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선원 임금은 한국 육상근로자와 비슷

외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2021년 기준 182만 2,000원으로 한국인 선원 최저임금인 월 224만 9,500원보다 42만 7,500원 낮게 책정됐다. 참고로 이 금액은 한국인 육상근로자 최저임금인 월 182만 2,480원과는 480원 차이다.

지난 2월 외국인 노동자 인권단체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업무역량에 따른 임금의 차등적인 지급은 인정하지만 최저임금 차등을 두는 것은 선원법에 위반된다고 반발했다. 현행 선원법에서는 근로기준법 6조를 적용하는데,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성별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외국인 선원과의 임금 차이가 차별적 처우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전 한진해운 1등 항해사)는 “급여는 해당국가의 물가수준에 맞춰 책정되는 것이긴 하지만, 국가별 GDP도 고려해야 한다”며 “외국인 선원의 경우 의사소통과 업무숙련도 등에 있어 한국 선원과 큰 차이를 보이기에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는 경우 한국 관리자들의 부담과 일이 가중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할 경우 어업인 등의 부담이 급증하게 되는 만큼 노·사·정 협의와 법제처 심사에 따라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해기사 월평균 임금(2019년 12월 기준) 출처_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해기사 월평균 임금(2019년 12월 기준) 출처_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부원 월평균 임금(2019년 12월 기준) 출처_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부원 월평균 임금(2019년 12월 기준) 출처_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해운 사이클에 따라 추가 지원 있어야

일반사업체에 다니는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사업체의 규모부터 직급, 근속연수, 지역 등에 따라 임금 폭이 매우 크다. 선원도 마찬가지다. 실제 ‘한국 선원 복지 고용센터(www.koswec.or.kr)’ 및 ‘씨넷(www.seanet.co.kr)’ 등을 통해 다양한 선원 구인광고를 확인해 봤다. 선사, 직급, 자격증, 선종, 근속연수, 선박 규모, 항로 등 세부사항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컸다. 그렇다면 선원들의 적정임금은 얼마일까?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러나 또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선원의 근무여건 등을 고려해 육상직 대비 1.5배 수준은 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HMM 파업 위기 건에 대해 “동종 업계라 할지라도 임금 수준은 해당 기업의 재무상태와 영업실적 및 지급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지금 HMM의 재무상황을 고려했을 때 임금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던 구교훈 물류학박사는 “그러나 기본적으로 해상직이 육상직에 비해 1.5배 정도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부분에는 동의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남 대표는 “사관급과 부원의 급여 차이가 매우 큰 편이기 때문에, ‘평균의 함정’에 빠져 적정임금에 대해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급여는 해당국가의 물가수준을 고려해 책정되는 것이 맞지만, 추가 고려할 부분은 선원들은 대부분 단기고용 형태에 해당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해운업의 불황과 호황에 따라, 선사의 상황에 따라 선원들은 보통 정규직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취업상태가 되기에 임금 책정 시 고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김부영 선박관리선원노동조합 부장은 “임금은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수치상 적정임금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몇 십년 동안 배를 탄다고 해도 갑판장이나 조리장 등 직장급은 월 5~600만 원 정도인데, 업무 강도에 비해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1976년에서 1990년대까지는 해상직 노동자가 육상직 노동자보다 3배에서 많으면 5배 정도의 임금을 받았는데, 지금은 겨우 1.2배 수준이 됐다”며 “특히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선원이 일시고용 상태이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운업 사이클을 대비하기 위해 급여 수준은 유지하더라도 호황기에는 인센티브제를 실시하는 등 별도의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중심 멤버들은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내항선과 원양어선, 연근해어선 부문의 시장이 무너지고 있는데, 지금은 모든 이목이 외항선 쪽에 몰려있는 것 같다”며 “내항선도 해운업계의 일인만큼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너무나도 소극적이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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