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_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 이야기 38 - 「윤좌」 속에 남겨진 향파 선생의 흔적 ⑵
월간 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_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 이야기 38 - 「윤좌」 속에 남겨진 향파 선생의 흔적 ⑵
  • 남송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8.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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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좌』
『윤좌』

 11집은 사실 연례적으로 보면, 1980년도에 발간되어야 했지만 해를 넘겨, 1981년 4월 10일에 간행되었다. 원고도 문제였지만, 발간비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것이 큰 이유인 성싶다. 11집에는 특별한 특집이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향파 이주홍 선생이 쓴 「먼데 가 있는 동인들」의 글은 동인활동을 하다가 먼저 이승을 떠난 자들에 대한 회고글이라서, 동인들의 문학적 삶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많은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다.

여기에 논의 대상이 된 동인은 ‘청마 유치환’, ‘김종출 교수’, ‘우하 박문하’, ‘정운 이영도’, ‘해창 이용기’ 등인데 먼저 떠난 자들에 대한 애틋한 정과 그들의 삶에서 풍기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글이다.

해를 거르지 않고 1981년 연말 나온 『윤좌』 12집의 특색은 연각 김하득 동인의 추도 특집으로 꾸며졌다. 전체 페이지로 보더라도 2/3 이상이 추도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특집 구성은 당시 교육감이었던 박찬우 교육감의 조사와 함께 향파 선생의 「교육계의 거목을 잃다」는 추도사가 맨 앞자리에 마련되었다. 이어 김정한의 「남을 위해 살다 간 사람」, 이영기의 「영원한 가르침」, 김석환의 「사투리의 추억」, 김동주의 「불러드리지 못했던 노래」, 이상근의 「연각 선생·부고·그리고 나」, 이정환의 「교육계의 큰 별」, 구자옥의 「길이 잊지 못할 그 어엿한 모습」, 하점생의 「민족의 선각자」, 김영송의 「그만!」, 이주홍의 「연각과의 34년」, 박지홍의 「연각 선생의 한평생」 등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추모의 글로 꾸며져 있다.

13집은 특집으로 四仙頌壽 기념호로 꾸며졌다. 이 대상이 된 동인은 희수를 맞은 이주홍, 진진갑인 김병규, 진갑인 이주호, 회갑을 맞은 이상근이다. 향파 선생의 희년에 대해서는 박지홍 동인이 「천년 묵은 거인」으로 칭송했고, 진진갑을 맞은 현석 김병규 교수에 대해서는 박철석 교수가 「고독의 심상화」를 통해 그의 수필세계의 특징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그리고 진갑을 맞은 죽헌 이주호 선생에 대해서는 이태길 선생이 「흑싸리쭉지와 공산명월」로 친구지간의 격없는 관계를 나누고 있고, 회갑을 맞는 이상근 교수에 대해서는 제갈삼 교수가 「끝없는 집념」이란 제목으로 그와 만난 이후의 음악 인생과 작품 세계를 두루 살피고 있다.

『윤좌』 14집은 해를 넘겨 1984년 4월 15일 날이 되어서야 빛을 보았다. 편집후기에는 동인 모두가 다투어 좋은 글을 쓰느라 원고가 늦어져 그만 해를 넘기고 말았다고 후술하고 있으나, 원고를 제때 내지 않은 동인들의 게으름과 출판비 마련이 출판 시기를 지체시킨 참 이유인 듯 보인다. 14집은 김석환 동인의 회갑 기념호로 꾸며졌으며, 출판비는 당시 경남학원 원장이었던 김근준 원장이 자형(김석환)의 회갑을 기념해서 마련해 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회갑 특집란에는 이주호 동인의 「난을 좋아하는 난 같은 선비」, 류수현 동인의 「一片氷心在玉壺」, 그리고 본인이 쓴 「문패없는 집들」이란 글이 실려 있다. 이 중 앞선 두 편의 글은 김석환 동인의 성품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는 축하의 글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구자옥의 「혈압」, 김동규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김영송의 「낡은 화첩에서」, 이주홍의 「酒譚半六席」, 김정한의 「바른글과 거짓글」, 박지홍의 「얼룩진 들찔레는」, 이상근의 「영남악파」, 김병규의 「어떤 거리」, 그리고 이주홍의 동화 「가야산 다람쥐」와 최해군과 손동인의 단편소설 「탈놀음」, 「천주의 한」이 실려 있는데, 이상근의 「영남악파」는 영남 지역의 음악의 바탕과 지역적 자존심을 의미있게 정리한 글이다.

『윤좌』 15집은 1985년 4월 20일에 선을 보였다. 14집이 출간된 지 꼭 1년 만이다. 15집도 동인의 변화는 없지만, 이 호에도 회갑을 맞은 박지홍, 손동인 두 동인의 회갑 기념 특집이 꾸며졌다. 향파 선생이 「現世 賢者傳」에서 회갑을 맞은 박지홍, 손동인 두 동인과의 인연과 그들의 인간 됨됨이를 그리고 있으며, 김병규의 「그 파우스트적 정신」, 이주호의 「두메와 사귄 지 삼십년」, 구자옥의 「인생의 행운아 두메」, 김동주의 「평생의 스승 두메 선생님」, 김영송의 「수퍼맨 박지홍 교수」라는 글과 함께 안장현의 「바보 마을 창설의 손동인」을 기념하는 글이 특집으로 꾸며져 있다.

그런데 박지홍 동인과 손동인 동인이 회갑을 맞으며 정리한 두 분의 연구와 창작 해적이를 보면 참으로 열심히 활동해 왔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김석환의 「팔자」, 류수현의 「배짱」, 김정한의 「협조의 강요」, 「도깨비 장난 같은 이야기」, 김병규의 「허상실상」, 김동주의 「있기는 있었는데」, 박지홍의 일기연재인 「얼룩진 들찔레는 이렇게 말한다」, 이상근의 「‘프로 무지카’ 이야기」, 손동인의 단편 「외야 인생」과 최해군의 단편 「수정산의 가랑비」가 실려 있다.

동인들의 다양한 삶에서 우려져 나오는 글의 향기들이 깊게 스며들지만, 류수현 회원의 「배짱」은 30년 전의 경험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오늘의 우리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지적으로 와닿고 있다. 그리고 특별히 태야 최동원 교수가 박지홍 동인의 회갑을 축하하는 글씨를 보내어 축하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윤좌』 16집은 향파 이주홍 선생의 산수傘壽를 기리는 기념호로 만들어졌다. 늘 문제가 되었던 출판비는 <보리밭> 출판사 사장인 최시병 씨가 향파 선생님의 산수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부담을 했고, 다행히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도 받아 해결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기념특집이라 향파 선생의 어린 시절부터의 사진들이 동인지 앞 부분에 배치되어 있고, 당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해인사에서 찍은 사진도 화보로 처리되어 있다.

당시 편집 실무를 맡았던 박지홍, 김영송 두 분의 노고가 엿보인다. 향파 선생을 기리는 글들에서 손동인은 「풍류와 정력의 제왕」에서 향파의 크고 넓은 인품을, 최해군은 「향파 선생의 문학」에서 그의 문학이 지닌 폭넓은 예술성을, 김병규는 「선풍도골의 향파선생」에서 향파 선생의 도통한 듯한 성품을, 박지홍은 「정자나무 그늘에서」에서 향파 선생과의 만남에서 빚어진 숱한 숨겨진 사연들을, 구자옥은 「비탈길 계속 오르시길」에서 더욱 강건하여 여전한 삶의 여정을 희구하고 있으며, 김동주는 「힘센 丙午生」에서 향파 선생의 무한에 가까운 정력을, 그리고 회원은 아니지만 최시병은 「내 예술의 큰 그늘」에서 향파 선생의 예술 정신에 힘입어 살고 있음에 대한 고마움 등이 스며나고 있다.

향파 선생의 80세를 기념하는 기념호가 나오고 난 뒤, 해를 넘기자 향파 선생이 타계하셨다. 암과 오랜 동안 투병해 오셨는데, 결국 81세로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그래서 『윤좌』 17집은 자연스럽게 향파 선생을 추도하는 글이 특집으로 꾸며졌다. 그래서 당시 편집 실무를 맡았던 김영송 선생에게 향파 선생이 그려주었던 그림이 동인지의 표지화로 실렸다.

추모의 글들은 김정한의 「향파와 나」, 강남주의 「以制潤身을 타이르시더니」, 손동인의 「향파 선생 보옵소서」, 최해군의 「향파 선생과 문학시대」, 김동주의 「與草濟生」, 박지홍의 「정자나무 그늘에서」 등이 실리고, 각 언론사에서 보도된 기사들이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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