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연안선망어업자 무죄 판결의 의미
전남연안선망어업자 무죄 판결의 의미
  • 송영택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
  • 승인 2021.07.05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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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 6월 16일 광주지방법원(순천지원)에서는 의미 있는 판결이 하나 나왔습니다.

불법어구를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전남지역 연안 선망 어업자 A씨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전남지역 연안선망어업인들은 그동안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표준어구를 사용하지 않고 물살이 센 해양환경과 대상어종(멸치)에 맞춘 변형어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경과 행정기관으로부터 집중 단속대상이 되었고 이로 인해 어업인들은 전과 30~40범의 범죄자로 전락하여 문제가 되었습니다(관련기사 현대해양 2018. 8월호. 쟁점: 배가 그물을 끄는 예망(曳網)과 자루그물의 사용여부).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34

이번 판결이 비록 1심이기는 하나 어업인의 적극적 대응으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유죄 판결이 나던 것을 뒤짚고 무죄 판결 얻어낸 최초의 사례라는 것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어구는 그물을 둘러친 다음 어획물을 들어올리기 위한 정도의 공간을 가지고 있을 뿐 인망어업에 사용되는 어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예망 여부에 대해서는 조류의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그물을 버텨주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물의 소재나 조류의 세기, 어류의 종류와 습성 등에 따라 다양한 양망 형태가 있을 수 있다고 하며 단속된 어구가 예망을 할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 연안선망어업과 연안선인망어업, 기선권현망어업의 차이는 예망 자체의 문제보다는 예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산자원에 영향을 주는 규모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현재 수산업법 등의 입법방식은 기후변화로 어족이 변화하고 어업도 계속 발전·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그 결과 어업의 종류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법규해석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어업인을 범죄자로 모는 단속위주의 행정조치에 대해 어업현장의 실정을 반영하고 수산업 현실이 복잡하고 다양하여 법에 담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라는 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판결의 또 다른 의미는 어업인이 공권력에 맞서 자신의 법적 권리를 찾은 드문 사례라는 것입니다.

연안선망어업인들은 그동안 해경이나 행정기관의 단속에 걸리면 불법어구 사용을 인정하고 형량을 줄이기 위해 선처를 호소하는 정도로 대응해 왔습니다. 이는 향후 생업유지를 유지를 위해 추가 단속을 조금이나마 피해보려는 아픈 의도가 깔려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어업인들은 어업인간 분쟁, 어업피해 보상 등에는 적극적인 의사와 행동을 보였습니다만 인·허가권을 가진 해양수산부, 지자체 등 행정기관을 상대로는 권리주장을 적극적으로 못해온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현재 수협에는 지도조직이 있고 지자체에도 지도기능이 있습니다. 어업인을 계도의 대상으로 보는 행정기관의 인식은 과거부터 내려온 계몽주의 시각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이 공권력의 관행적 무리한 법집행에 대해 어업인 스스로 권리를 찾아가는 법의식 강화에 시금석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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