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군 대표 어촌 ‘이회진 마을’
장흥군 대표 어촌 ‘이회진 마을’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6.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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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수산물 생산 1번지
이회진항
이회진항

[현대해양] 이회진항은 전라남도 장흥군 청정해역 득량만의 초입부, 소록도와 금당팔경 등 다도해의 아름다운 조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18일 새벽 4시, 어둑한 이회진항 선착장은 이미 썰렁했다. 새벽부터 조업을 위해 빠져나간 어선의 빈자리 때문이었다. 우리는 때마침 조업을 나서는 작은 어선에 올라탔다. 낙지통발조업선이었다. 배는 이회진항을 떠나 어두운 수면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인내심 필요한 통발 낙지 잡이

항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엔진이 꺼졌다. 김영환 선장은 어선 한 편에 차곡차곡 쌓아둔 통발 50개 중 첫 번째 통발을 집어들더니 어선 밖으로 휙 던졌다. 항을 떠나기 전 작은 게들을 몇 마리씩 숨겨온 통발은 낙지를 만나기 위해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선장이 다시 키를 잡자 로프로 이어둔 49개의 통발들이 차례차례 어선 밖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통발이 모두 어두운 물 밑으로 잠기자 김 선장은 플라스틱 통을 두 개 들고 뱃전에 바로 섰다. 통 하나에는 중국에서 kg 당 약 5,500원으로 들여온 작은 게들이 바글대고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바닷물이 반쯤 차 있었다. 준비를 마친 선장은 배 밖으로 몸을 내밀어 전날 부표에 묶어뒀던 로프를 잡아챘다. 쓱쓱 로프를 잡아당기는 리드미컬한 움직임에 통발 하나가 선상으로 끌려 올라왔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선장은 별다른 내색 없이 작은 게 몇 마리를 통발에 집어넣고, 다시 바다로 던졌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통발도 텅 비어 있었다.

빈 통발 안에 게를 집어넣는 일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드디어 그의 빈 손이 통발 안으로 들어갔다. 꿈틀대는 낙지 두 마리가 딸려나왔다. 이번엔 물통에 낙지를 집어넣은 그는 다시 게로 통발을 채워 바다로 던졌다. 그렇게 한참동안 같은 작업이 반복됐다.

 

무산김이 불러온 낙지 개체 증가

낙지조업은 보통 새벽 4시부터 4시간 정도 진행된다. 그래야 아침 8시경 경매를 시작하는 장흥군수협 위판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4시간 조업을 하면 200마리 정도의 낙지가 잡힌다. 요즘엔 낙지가 꽤 잡히는 편이라던 김 선장은 그 이유로 무산김을 들었다.

“예전에는 김 양식을 하면서 매생이 같은 다른 물질을 떼어내기 위해 산 처리를 했는데, 무산김은 그 대신 김발을 수시로 뒤집어 공기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쓴다. 그러면 햇빛과 바람에 강한 김을 제외한 다른 잡조류가 죽는다. 장흥군은 무산김양식을 시작한 지 12년이 됐다”며 그는 “바닷물에 산을 사용하지 않으니 조개가 점차 늘어나고, 자연히 조개를 먹는 낙지 개체수도 늘어났고, 결국 낙지어업을 하는 어민들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김 선장 역시 낙지어업을 하기 위해 몇 년 전 장흥으로 내려온 귀어인이었다.

깨끗해진 장흥 바다에 낙지가 늘어나는 바람에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은 좀 떨어졌다. 큰 사이즈 한 마리에 1만 원 하던 낙지가 지금은 6,000원 정도에 팔린다. 그렇지만 잡는 맛이 있으니 나쁠 것은 없다.

끊임없이 다음 통발을 확인하던 그는 “보통 하루에 50개 묶음 통발 13~15줄 정도를 확인하는데, 그러면 가지고 있는 통발 2,500개를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은 확인하는 꼴”이라며 “곧 찾아올 6월 중순부터 8월까지의 낙지 금어기 기간 동안에는 고추와 깨를 키우며 나름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은 게를 미끼로 낙지를 유인해 잡는다.
작은 게를 미끼로 낙지를 유인해 잡는다.

 

올해의 마지막 해조류 다시마

낙지 배에서 내린 시각은 오전 7시 경이었다. 회진리 어촌계 강신한 계장은 ‘이 시간에는 다시마 채취가 한창’이라고 했다. 우리는 강 어촌계장의 배로 옮겨탔다. 배는 이미 발을 모두 철거하고 말뚝만 남아있는 김 양식장 사잇길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강 계장은 김 양식장을 가리키며 “김 양식은 보통 3~4월경이면 끝나고, 지금은 다시마도 끝물이다. 해조류는 수온이 27도 이상 올라가면 거의 녹아버리기 때문에 많은 어민들이 금어기나 해조류가 자라지 않는 여름에는 밭일 등의 일을 겸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빼곡하게 말뚝이 박혀있는 양식장을 지나자 낚시공원이 나타났다. 노랗게 벽을 칠한 해상펜션 몇 개가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바다 한 가운데서 호젓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낚시꾼들의 명소라고. 특히 사생활이 보호되는 분위기라 가족이나 단체로도 인기가 좋다고 했다.

낚시공원에서 5분여 더 달리자 색색의 부표가 가득 떠 있는 넓은 양식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부표들은 로프와 고정대로 해저에 매달린 채 물결을 따라 흔들거렸다. 미역·다시마 양식장이었다. 양식장을 둘러싸고 완도와 장흥군, 그리고 고흥군 소록도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양식장은 인근 지역의 어촌계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100ha에 100만 원 정도의 장기임대 비용을 내고 20년간 사용할 수 있다.

강 계장은 “5년에 한 번씩 부표를 싹 걷어내고 다시 구역을 나눠준다. 보기엔 다 똑같지만 갈조류, 녹조류, 홍조류 등으로 구역이 나뉘어 있고, 정해진 구역에서는 해당 해조류만 양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중 다시마 양식이 가능한 면적은 40ha 정도. 둥둥 뜬 부표들 사이로 몇 척의 배가 다시마 채취에 한창이었다. 작은 어선 두 척이 한 팀을 이룬 다시마 조업선 중 한 척은 다시마를 걸어 끌어당길 도르레를 달고 있었고, 한 척은 채취한 다시마를 실을 수 있게 텅 비어 있었다. 어민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도르레로 끌어올린 다시마에 물을 뿌려 소금을 씻어내고 다시마를 정리하는 일을 반복했다.

 

낚시공원의 해상펜션
낚시공원의 해상펜션

 

전국 최초 꼬시래기 양식 성공

배에서 내린 우리는 김과 조기, 미역, 꼬시래기 등 장흥의 특산물로 가득 채워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시마와 김 외에도 꼬시래기와 미역도 장흥군의 유명한 특산물이다. 특히 장흥은 전국에서 최초로 꼬시래기 양식에 성공한 지역이다. 그 전에는 자연산 채취만 가능했던 꼬시래기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며 꼬시래기는 현재 장흥군의 지역특화품종으로 육성되고 있다. 미역 양식보다 4~5배의 소득을 올리는 고소득 품종이라고. 일찍이 「본초강목」은 꼬시래기를 ‘맛은 달고 성질은 차며 독이 없고 소변을 배출시키며 내열을 제거한다’고 기록했다.

“꼬시래기는 늦봄에 채취하는데 생긴 모양 때문에 바다의 국수, 바다의 냉면으로 불린다. 칼슘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며, 꾸준히 먹으면 고혈압이나 당뇨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던 강 계장은 “무엇보다 꼬시래기는 톳과 비슷하게 오독하고 꼬들한 씹는 맛이 일품”이라며 텅 빈 꼬시래기 접시를 들어올렸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주인이 꼬시래기를 접시에 다시 한 번 수북이 쌓아주었다.

부표가 떠 있는 이회진 연안의 해조류 양식장
부표가 떠 있는 이회진 연안의 해조류 양식장

 

오전 7시경, 회진리 연안 해조류 양식장에서는 다시마 채취가 한창이다.
오전 7시경, 회진리 연안 해조류 양식장에서는 다시마 채취가 한창이다.

 

살고 싶고, 찾고 싶으며, 활기 넘치는 마을

다양한 해양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회진리는 이회진항을 중심으로 이회진 마을, 선학동 마을, 선자 마을로 이뤄진 단일어촌계로 137개 가구에 246명의 인구를 지녔다. 특히 이 지역은 이청준 작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의 배경지였을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2017년 ‘좋은 이웃 밝은 동네’ 대상, 같은 해 전라남도 행복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5년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과 새뜰마을사업, 2019년 마을공동체사업 등을 추진해 정부지원 사업의 운영 노하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회진리의 최근 이슈는 ‘어촌뉴딜300사업’이다.

강 계장은 또한 “우리 마을에는 12가구 27명의 귀어인이 있는데 이는 꽤 성공적인 귀어정착 인구다. 2028년까지 20가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어촌뉴딜300사업의 도움을 받아 지금보다 더욱 살고 싶고, 찾고 싶으며, 활기 넘치는 장흥군의 대표 어촌마을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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