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진 스마트항만 건설
뒤처진 스마트항만 건설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6.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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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싱가포르, 중국에도 밀려

[현대해양] 컨테이너선박의 대형화가 진행되며 항만에 대한 안전, 친환경, 시간 절약, 공간 활용, 금액 절감 요구가 커졌다. 때맞춰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해운·항만계에도 도입되며 스마트항만의 시대가 열렸다. 네덜란드, 독일,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선진 항만들은 발다퉈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항만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스마트항만은 이제 단순한 공급망을 위한 연결고리 역할에서 벗어나 통합물류 시스템이자 효율적 에너지 활용 공간, 그리고 친환경의 실현터로 재탄생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0년 ‘수출입 물류 스마트화 추진방안’을 내놓았으나 완전자동화항만 구축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모양새다.

로테르담항 전경
로테르담항 전경

 

2030까지 완전자동화항만 구축 계획

스마트항만은 단순하게는 정보통신기술(ICT), 자동화, AI, 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하는 항만을 의미한다. 스마트항만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지만 2019년 해양수산부 스마트해상물류추진단은 스마트항만을 안벽에서 야드까지 항만 전체의 자동화를 추구하는 자동화 항만, 항만 내 IoT가 접목된 항만, 그리고 선박 간의 최적 연계 운영이 가능한 지능화 항만이라고 정의했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지능정보화 기본계획(2018), 스마트 해상물류 체계 구축전략(2019), 4차 산업혁명 시대 해양수산업 혁신성장을 위한 해양수산 스마트화 추진전략(2019), 2030 항만정책 방향 및 추진전략(2020) 등 스마트 해상물류 체계의 실행 계획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이 중 ‘2030 항만정책 방향 및 추진전략’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에 따라 항만물류 디지털화·지능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 확인된다. 이에 맞춰 2026년까지 광양항에 항만자동화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계획이며, 기술 개발 검증을 거쳐 부산항 제2신항에 국산화된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형스마트항만을 운영할 방침이다. 또한 선사 및 터미널 운영사 등 관계자간의 정보공유가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자율운항선박 및 자율주행트럭 등과 연계해 지능형 항만물류체계를 완성할 것이라 제시했다. 아울러 기술 도입에 따른 일자리 손실을 최소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노조측과의 협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승철 영남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계획만으로는 우리 스마트항만이 언제까지 얼마나 발전할 지는 확실치 않지만, 전 세계적인 스마트항만 변화 추세에 발맞춰야 하는 시기란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현재 국내 스마트항만 운영 현황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2018 해양수산 전망대회’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세계 선진항만에 비해 우리나라의 스마트항만 구축 준비가 더디다고 인식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항만물류 전문가 25명 중 13명은 “우리나라 항만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 사항이 미흡하다”고 답변했다. 지난 3월 전망대회에서도 여전히 비슷한 의견이 확인됐다. 조경규 한국국제물류협회 이사는 “해외에서는 로봇을 통한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고, 우리 역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필수적이겠지만 디지털화는 단지 일부 시스템 도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융합이 필요한 일이고,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공동플랫폼 구축이 먼저”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한국형스마트항만의 전초기지라고 불리는 부산항 신항의 경우 해수부가 1997년부터 중점적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해 북컨테이너부두 13선석, 남컨테이너부두 11선석을 개발·운영 중에 있으며, 서컨테이너부두 5선석도 2026년 개장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항 신항과 인천 신항은 비교적 최근 조성된 항만이지만 야드 작업에 크레인을 적용한 반자동화 터미널을 이용하는 반자동화 항만에 속한다.

안중수 부산신항 1부두 CS 부장은 “북항의 주요 항만 장비는 갠트리 크레인, 야드 트랙터, 야드 크레인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1~4 부두에서는 야드 크레인만 자동화 상태이며, 5부두는 야드 트랙터 대신 스트래들 캐리어까지 사용하는 한 단계 더 나가간 자동화 상태다. 다만 2026년 개장 목표로 건설중인 서컨테이너부두의 경우에는 모든 장비를 자동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여수광양항만공사 홈페이지
여수광양항만공사 홈페이지
부산신항은 현재 상부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신항은 현재 상부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스마트항만 이미 완전자동화 이뤄

그러나 해외 주요 선진 항만들은 이미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지닌 곳이 대부분이다.

네덜란드는 1993년 세계 최초 무인자동화터미널 ECT (Europe Container Terminal)를 선보였으며, 2015년에는 안벽크레인까지 무인화한 APM 터미널과 RWG(Rotterdam World Gateway)를 동시에 오픈했다. 로테르담항은 △물류 △에너지·산업 △항만인프라 △항만도시 △항만전략 등 5개 부문의 로드맵, 총 45개의 개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항만 기항 최적화 정보 어플리케이션으로 최적의 화물 처리 시간과 최소한의 대기 시간을 예측하고 있는 로테르담항에 기항하는 선박은 평균 20%의 항만대기시간의 감축 효과를 보고 있다.

아울러 로테르담항은 작년 초 IBM과 함께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운영환경 전체를 디지털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로테르담항 전 구간에 걸쳐 센서를 설치, 여기에서 얻은 정보를 중앙정보 시스템으로 수집·분석해서 △선박 대기시간 감소 △화물 처리시간 최소화 △터미널 야드 활용 최적화 등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로테르담항을 이용하는 선박이 시간당 약 8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럽 제2의 항구이자 독일 북부에 자리한 함부르크항은 유럽전체 수출 물량의 20%를 처리하고 있다. 함부르크항은 ‘smartPORT’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항만으로 거듭났다. 선박, 트럭, 크레인, 인력 등 항만 관련 모든 자원이 실시간으로 연계된 시스템을 통해 함부르크항은 항만운영비의 75%를 절감시켰으며, 항만 정체는 15% 감소시켰다.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스마트항만으로 변화하고 있는 곳은 싱가포르의 투아스항이다. 싱가포르는 미래 지향적 친환경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항 건설 계획 ‘차세대 항만 2030’ 사업을 진행중이며, 도심의 컨테이너터미널을 통합해 외곽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투아스항은 2016년 컨테이너 터미널 1단계 공사를 착공, 2027년부터 모든 항만 활동을 투아스로 이전할 계획이며 2040년 완공 예정이다. 투아스항은 개장 후 연간 최대 6,500만 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2016년 싱가포르항에서 처리한 물량의 두 배 이상의 규모다.

특히 투아스항은 터미널 물류시스템의 자동화기술 외에도 그린기술, 드론기술, 선박추적 및 정시 입항기술 등 다양한 스마트 기술의 동시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 중인 선박이 수속 및 벙커링 등을 진행할 수 있고, 드론을 통해 물건을 배달받거나 선체 점검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싱가포르 해운항만청(MPA)과 IBM이 같이 개발하고 있는 SAFER(The Safer System)는 AI 기반의 해운·항만운영 개선 시스템으로 선박통행량 관리에 분석기반 기술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기존에 직접 관찰, 초단파(VHF) 통신, 데이터 입력으로 진행했던 작업을 자동화한다.

세계 10대 항만 중 무려 7개의 항만을 소유한 항만대국 중국은 샤먼항, 상하이항, 칭다오항 등을 완전자동화항만으로 개발하고 있다. 2016년 발표한 ‘교통운수정보화 13.5 발전계획’을 통해 중국은 11개의 중점 항만(광저우항, 샤먼항, 우후항, 닝보항, 상해항, 칭다오항, 난징항, 톈진항, 탕산항, 친황다오항, 다롄항)을 선정하고 △지능형 항만운영 △안전관리 개선 △물류통합 △사업모델 혁신 등 4개 분야에 대한 스마트항구축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칭다오항은 2016년에, 상하이항은 2017년에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칭다오항의 안벽크레인, 자동야드 크레인(ASC), 자동운반차량(AGV) 등 주설비들의 운행 안정률은 이미 99.9%에 달한다.

 

선진항만 따라잡기, 가능한가

컨테이너 2만 TEU이상급의 시대가 시작됐고, 앞으로도 컨테이너 선박대형화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항만 물동량 증가를 의미하며, 항만 물동량 증가는 터미널 운영비, 공간, 친환경, 시간 등의 이슈를 불러온다. 항만은 시설개발과 확장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됐고 스마트항만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세계적 항만들은 이에 맞춰 완전자동화 시스템을 빠르게 받아들였고,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 한국항만경제학회장이자 현 한국항로표지기술원장 박계각 교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항만이 세계를 선도했는데 거기에 안주했는지, 막상 스마트항만화가 된 지금은 선진해외항만에 비해 몇 년 정도 뒤처지고 있다. 일자리 감소 우려 등으로 늦어진 부분도 있고, 지난 1월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의 보고처럼 기술력도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양창호 인천대 교수는 “스마트항만이라는 이름은 디지털 기술과 4차산업 기술을 사용하는 항만에 붙이곤 하지만, 자동화터미널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며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예상치못한 상황에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안전과 데이터 보안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제대로 하는 부분이 없다”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이어 “지금 준비하고 있는 스마트항만도 이미 앞서나가는 선진 항만들 사이에서 기술을 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지금이라도 빠른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R&D 등을 실제 기술을 사용할 민간사업자 중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을 잘 아는 전문 기업에게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스마트항만 현황은 유럽은 차치하고 중국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쳐져있다고 말한다. 또한 스마트항만은 단순히 항만의 디지털화의 문제가 아닌 선박이나 철도와의 연계성까지 자동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전 선진항만으로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체계적인 계획과 실현이 필요할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한국형 스마트 항만 구축
해양수산부의 한국형 스마트 항만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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