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건조 ‘밸류체인 구축’ 시급하다
어선건조 ‘밸류체인 구축’ 시급하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10.1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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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안전 고도화 장치… ‘어선법 개정’ 이뤄져야

[현대해양] 어선안전 고도화를 위해 어선건조 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FRP(섬유강화플라스틱) 어선 건조에 대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등록어선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어선세력은 6만 5,835척(2019년 기준)이며, 이 중 FRP 어선이 6만 3,211척으로 약 96%를 차지한다. 이는 1978년부터 1980년대까지 정부가 벌인 노후어선 대체사업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초창기 어선건조 산업은 목선을 중심으로 시작됐으나, 어업인 소득 증대 방안의 일환으로 1977년에 수립된 정부의 ‘연근해어업 진흥 5개년 계획’에 따라 어선 및 어선설비 확충사업이 본격화됐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이 계획에 따라 노후어선에 대한 지원 사업으로 1981년까지 선령 16년 이상의 어선을 대형 신조선으로 대체하는 것은 물론 선체 재질 또한 목재에서 작업이 용이하고 경제성이 뛰어난 FRP 소재로 대체하는 등의 어선건조 지원 정책을 폈다. 이와 같은 소형 노후어선의 대체 건조지원을 통해 어업기반시설을 강화했다.

또한 해양사고 위험이 높고 비효율적인 목선을 FRP 선질로 대체함으로써 어업인의 안전조업 및 어민소득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부의 FRP 어선 지원 정책은 FRP 선체에 대한 화재 취약성, 폐선에 따른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2004년부터 친환경어선 건조 사업으로 전환, 알루미늄 어선 건조 지원정책을 펴게 됐다.

이런 기류에 따라 2006년부터 FRP 어선에 대한 지원은 중단됐고, 2007년부터는 지원신청이 거의 없어 친환경어선 건조지원 사업까지 중단하게 됐다. 알루미늄 어선 선호도가 낮은 것에 반해 FRP 어선 건조비율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FRP 단점 극복

FRP의 장점은 작업이 용이하고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처럼 FRP 어선은 작업이 용이한 재질의 특성으로 어선주, 건조 조선업자 등에 의한 불법 증·개축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맹점도 안고 있다. 이 맹점은 어업질서 파괴와 해상안전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전체 등록선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선은 어업허가에 따라 다양한 업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부 어선건조업자들은 이와 같은 어업의 특성 때문에 어선검사 완료 후 불법 증·개축을 통한 어선 규모 확대 이면계약 등의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FRP 건조 조선소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거주민들은 FRP 가공 때 발생하는 페인트 등의 냄새와 유리섬유가루 등의 분진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조선소별 어선건조에 필요한 보유기술 수준 격차가 심하고, 표준절차와 같은 정형화된 기본매뉴얼 또한 없어 고효율 고안전 어선 개발의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원한 FRP 어선의 폐해는 부메랑이 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FRP 어선에 비해 알루미늄 어선은 친환경 소재이기는 하나 건조단가가 FRP 어선의 1.5~3배에 달할 정도로 높게 책정된다. 이런 이유로 수요자인 어업인은 알루미늄 어선보다 FRP 어선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FRP를 대체할 소재가 마땅치 않을뿐더러 실사용자인 어업인들이 FRP를 선호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FRP선, 강선, 알루미늄선 모두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어선 건조조선소를 들여다보면, 인적, 물적 기준 없이 사업자등록증만 갖추면 누구나 개업과 영업을 할 수 있다. 특히 관련법에 반하는 주문자(어선주) 요구사항이 지배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더욱 문제가 된다. 현행 법체계에 어선건조에 따른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진일보한 안전기준으로 보다 안정된 운영기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선 건조에 필요한 인력, 시설, 설비 등 합리적 자격기준안을 제시하고 건조기술을 높일 수 있는 ‘어선법’ 개정 등 관련 법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FRP 어선 건조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안전, 환경 분야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제시, 현장 수용성을 반영한 표준기술 제시 또한 요구된다는 진단이다.

밸류체인은 기업 활동 등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활동을 연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선건조 밸류체인 구축은 FRP선을 비롯한 어선을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 관리를 전제로 한다. FRP가 작업이 용이하고 경제성이 뛰어난 반면 화재에 취약, 폐선 환경오염, 유해물질 유발의 단점을 극복하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이미 전자산업계에서 ‘전자산업 밸류체인 변화 및 산업생태계 혁신방안’을 내놓는 등 각 산업분야별로 밸류체인과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축, 철도안전, 항공안전 등의 분야에서도 밸류체인에 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밸류체인 구축의 핵심 ‘건조업 등록제’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사장 이연승)은 지난 2월부터 어선안전 고도화를 위한 어선건조 밸류체인 구축 연구에 돌입했다. 해양교통안전공단은 먼저 어선건조자, 어선운용자, 관계기관 등 공단 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어선에 대한 새로운 안전관리체계 구축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어선안전 고도화를 위한 어선건조 밸류체인 연구를 통해 현재 논의 중인 것은 어선건조 단계부터 ‘건조업 등록제’를 추진하고 수준 높은 인적관리와 고품질 어선 건조를 유도하기 위해 ‘어선건조진흥단지 조성’을 통한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여기서 나아가 ‘엔지니어링 세일즈 기반 마련’까지 사슬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어선건조 ‘밸류체인 구축’의 핵심은 ‘건조업 등록제도’다. 건조업 등록제는 어선을 건조·정비하려는 이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인력, 시설 등을 갖추어 등록함으로써 어선건조업을 할 수 있도록 등록을 받는 제도를 뜻한다. 해수부와 해양교통안전공단은 현장 수용성을 고려한 합리적 자격기준과 품질관리를 위한 건조규정 고시를 제정하고, 정부지원을 수반한 어선건조업 등록제·인증제를 실시함으로써 업체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조선기술을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건조업 등록제는 안전에 위협을 주는 불법 증·개축을 일삼는 일부 건조 조선소의 자연스러운 퇴출과 조선환경 변화를 통한 안정된 어업질서를 확립한다는 취지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어선 건조에 국가재정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그럼에도 제도 정착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 열악한 환경의 일부 소형·영세 조선소 등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류선형 해수부 어선안전정책과장은 “검사 후에 선박을 개조하거나 불법 증·개축으로 단속된 뒤 원상복구하는 사례가 있다”며 “일부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선 건조 조선소에 대한 인적, 물적 기준을 마련하고 건조 시작단계에서부터 제대로 관리하면 문제 있는 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어선건조업 등록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조업 등록제에 대해 최영환 ㈜창남조선 공장장은 “좋은 시설,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취지인 것 같다”며 “조선소와 선박에 대한 품질을 인증해준다면 업체간 자율경쟁이 이뤄져 좋은 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된 어업질서 확립

‘건조업 등록제’ 추진방향은 어업 종사자 스스로 해양안전, 해양환경에 대한 책임과 참여의식을 갖고 이를 실천하도록 하는 범국가적 지원책 마련 기반조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어선 지원 정책 관련 정책 현황, 사회적 평가 분석 등을 통한 어선 정책 보완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보다 안정된 운영기술 제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건조업 등록제를 통해 어선 건조에 필요한 인력, 시설, 설비 등에서의 합리적 자격기준안을 제시하는 등 건조기술 수준을 상향 표준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산업적 측면에서 현장수용성을 반영한 표준기술기준 제시는 물론 이를 통한 업체 간 정보지식 공유 체계 기반 확립으로 양질의 기술 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영석 해양교통안전공단 책임검사원은 “건조업 등록제를 통해 중소형 조선소의 경우 중견으로 성장할 수 있고 어선 품질 또한 높아져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어선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 어선 실수요자이자 실사용자인 어업인들에게 어선건조업 등록제는 어떤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백영수 중소조선연구원 중소기업지원센터장은 “기술이 부족한 조선소도 있는데 어선건조업 등록제도가 도입되면 어선의 건조·수리를 위한 조선소는 일정 기준 이상의 시설과 인력 등을 갖추고 어선의 건조·수리 작업을 하게 된다”며 “따라서 더욱 안전하고 규정에 적합한 어선의 건조·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국 건조 조선소 현황 (총 207개소)

어선건조진흥단지 조성

한편, 어선건조진흥단지 조성은 FRP 어선 중심의 건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200여 개의 건조 조선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휴 산업단지에 어선세력과 연계해 단순 집적(集積) 공단 기능 외 R&D(연구 개발) 기능을 담당하거나 검사 지원, 설계 등을 할 수 있는 대학, 연구소, 엔지니어링사 등을 설립하고 조선소를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백영수 중소조선연구원 중소기업지원센터장은 “지금의 조선소를 보면 의외의 장소에 조선소가 있는 경우도 있고 조선소 간에 기술 격차도 심한 편”이라며 “지금이라도 전국 몇 곳에 건조업 클러스터를 형성해 건조에 필요한 기술 지도·교육, 공동구매, 설계 지원 등이 이뤄진다면 관련 업체 간에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선건조진흥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어선건조 조선소가 위치하고 있는 주변 환경여건에 대한 현황분석과 이를 통한 운영실태의 적정성, 최적화된 조선소 입지 요건 등의 제시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엔지니어링 세일즈 기반 마련’은 어선 신규 수요가 예상되는 동남아 등 해외국가를 대상으로 건조기술을 지원하거나 기술이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FRP 재질 선박기술 이전에 따른 문제점을 집중 점검하고 재질 특성에 따른 환경문제 완화, FRP 환경친화적 처리법 등 FRP 어선 기술이전에 따른 부정적 요소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선설계와 건조기술의 엔지니어링 세일즈로 해외산업 진출 고도화가 기대된다고 한다.

 

엔지니어링 세일즈 기반 마련

이처럼 ‘건조업 등록제 추진-어선건조진흥단지 조성-엔지니어링 세일즈 기반 마련’ 등 어선안전 고도화 3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어선건조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부실·유해 조선소 자연퇴출, 어업질서 확립, 유관기관 간 정보지식 공유와 업무협조, 어업기술 발달, 해외산업진출 고도화, 국위선양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을 내다보고 있다.

류선형 해수부 어선안전정책과장은 “어선건조업은 외부에서 산업으로 생각하지도 않을 정도로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가격으로 경쟁하기보다 품질관리를 통한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어선 건조를 위해 조선강국에 걸맞는 밸류체인 구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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