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가장 안전한 바닷길 만든다는 일념으로 달려왔다”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가장 안전한 바닷길 만든다는 일념으로 달려왔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1.0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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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외유내강형 리더십 발휘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사진=박종면 기자

최초, 최초, 최초

“000은 국내 최초 여성 조선공학박사 출신으로 해양 및 수산 부문은 물론 해양안전, 선박의 연료절감형 선형 개발, 친환경 선박 설계,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해양 신산업 분야의 유일한 여성 전문가로 손꼽힌다.”

누구를 표현하는 문장일까?

“또한 000은 20년간 민간, 학계, 공공부문에서 해양산업 발전 및 해양안전 확보에 충실한 역할을 해왔다.”

이는 그와 함께 일했던, 그를 떠나보내는 동료, 임직원들이 기자에게 전해준 평가다. 이런 평가를 받는 이연승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사장의 공식 임기가 지난해 12월 29일 종료됐다. 진행되고 있는 후임 이사장 선발절차만 마무리되면 그는 3년간 머물렀던 공공기관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표준어선형 도입

사실 그가 처음 이사장에 선임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해양수산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단 해양수산계 인물이 아니라 생각했고, 연약한 여성이 험한 배를 다루는 남성 위주의 공단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의아하게 생각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유명했지만 해양수산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외모부터 약하다는 선입견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함께 일해야 하는 처음이나 중간평가 시점이 아닌, 더 이상 볼일이 없을 수도 있는 작별의 순간에 이처럼 후한 점수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강하고 선한 영향을 끼쳤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평가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굴지의 조선사를 거치며 10여 년간 다져온 현장경험과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와 홍익대학교 조선해양공학부에서 후진양성과 함께 해양안전, 수산업 발전을 위해 매진한 연구활동 경력이 있었다.

 

어선 기관 비개방검사 실현

지난 2017년 12월 30일 선박안전기술공단 제15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 이사장은 2019년 7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을 출범시켰다. 그는 1979년 1월 한국어선협회로 설립됐다가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전환된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역할을 확대 발전시켜왔다. 말하자면 외유내강형(外柔內剛型) 리더십으로 선박안전기술공단의 마지막과 해양교통안전공단의 시작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이 이사장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을 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데 기여했으며, 공단의 규모와 인력 확대에 따른 예산을 2배 가까이 확충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공단이 △어선 안전 고도화 △빈틈없는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해양교통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 구축 △친환경 선박 및 에너지원 확보를 통한 해양사업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기초를 구축했다는 평도 같이 듣고 있다.   

<현대해양>이 3년간 내유외강형 리더십을 발휘하고 해양 수산을 아우르는 몇 안 되는 전문가로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 하마평까지 오르는 그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해양교통안전 종합관리기관인 해양교통안전공단과 해양수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었다.

최초, 유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이연승 이사장은 KOMSA 역사상 최초·최연소 수장이었으며, 재임 당시에도 유일한 여성 공공기관장이었다.
최초, 유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이연승 이사장은 KOMSA 역사상 최초·최연소 수장이었으며, 재임 당시에도 유일한 여성 공공기관장이었다. 사진= 박종면 기자

퇴임을 앞둔 소감은?

홀가분하면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사실 지금부터가 훨씬 더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공단이 해양교통안전 종합관리기관으로서 실질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해양교통안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기술, 교육 등이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움직임이 있었으면 합니다.

선진 해양교통안전체계 구축을 통한 해양사고 저감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단을 비롯한 해양안전 유관기관 등 안전관리당국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직접 선박을 운항, 관리하고, 조업활동을 하는 국민 여러분의 투철한 안전의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공단의 위상이 높아졌고 외형도 커졌는데…

공단의 업무영역이 확대되면서 이에 걸맞은 조직 규모, 즉 인력과 예산의 확대가 시급했습니다. 지난해 출범하면서 교통안전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으며, 빈틈없는 여객선 안전운항관리를 위해 욕지도, 흑산도, 백령도 등 주요 도서지역과 기항지에 ‘파견지 운항관리사무소’ 16개소를 신설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기존의 출장소 형태이던 울산, 서울, 속초를 지사로 승격하였으며, 7월에는 고흥운항관리센터를 신설했습니다. 이로써 전국에 18개 지사 12개 운항관리센터 체제를 갖추게 됐습니다.

확대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꾸준히 인력 증원과 예산 확대를 협의했으며, 그 결과 작년 정원은 전년보다 60명 늘어난 521명, 예산은 추경을 포함해 130억 늘어난 563억 원 규모입니다. 지난해 6월초에는 신규사업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직원 55명의 채용 절차를 마무리하고 현업에 배치했습니다. 새로운 인력들의 전문성과 역동성이 공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했는데…

목포와 인천은 부지를 확정했고, 2021년에 설계 과정을 거쳐 2023년부터는 본격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부산지역 센터 건립을 위한 첫 발도 내디뎠습니다. 지난해 11월 30일에는 부산시, 한국해양대학교와 ‘해양안전연구협력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해양수도 부산에 들어서게 될 해양안전연구협력센터는 부산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해사안전 및 해양환경 관련 국제표준 선도와 개발도상국 대상 해사안전 기술 노하우 공유 등을 추진함으로써 국제업무 분야 역할도 확대할 전망입니다.

 

표준어선형 도입을 추진하고 설명하기 위해 현장을 다녔다고 들었다.

어업인들은 어업허가 톤수 제한으로 생활공간이 부족해 갑판에서 식사를 하거나, 허리조차 펼 수 없는 선원실에서 쪽잠을 자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정부와 공단은 작년 2월부터 ‘어선안전고도화 사업’을 추진, 안전복지와 복원성 분야를 연구해왔습니다.

안전과 복지가 담보된 조업환경 개선을 위해 학계와 산업계, 수산업계 등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의견과 기술 내용 등을 검토했고, 정부는 6개월 간 의견 수렴·반영, 검토 등을 거쳐 ‘표준어선형 기준’을 마련, 지난 8월 행정 예고했습니다.

표준어선형 기준의 정확한 명칭은 ‘안전복지를 강화한 표준어선형에 관한 기준’인데 가장 큰 변화는 안전·복지공간을 허가톤수로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선원실과 조리실, 화장실 등 안전·복지공간을 갑판의 상부로 증설하고, 증설된 공간은 허가톤수의 45% 이내로 제한키로 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검사현장, 여객선 안전관리 현장 또는 해양안전 관련 현장을 많이 찾아 현장 사정을 잘 알
이 이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검사현장, 여객선 안전관리 현장 또는 해양안전 관련 현장을 많이 찾아 현장 사정을 잘 알고 있다.

5톤 미만 어선 기관 비개방검사를 이끈 것으로 안다

공단은 2018년부터 ‘어선 기관개방검사 적합성 검토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기관 비개방정밀검사 추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어업인 단체와 기관 제조자, 외부 전문가, 정부 관계자들과 주기적인 회의를 통해 기관을 개방하지 않고도 성능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왔습니다.

정부는 공단과 함께 2년 여 간의 논의 끝에, 낚시어선을 제외한 5톤 미만 어선에 한해 기관개방검사를 최대 20년 간 면제키로 했습니다. 기관의 내구성 및 기관 제조기술의 향상에 따라 기관개방을 하지 않고도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제도를 변경했습니다.

그동안 기관개방검사에 대한 어업인들의 가장 큰 민원은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단순히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엔진을 개방해 검사받는다는 점과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하는 개방·정비비용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기관개방검사 개선을 위해 어선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어선 고속기관 등의 비개방정밀검사지침」을 제정해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인가?

재임 중 가장 아쉬웠던 것은 어선 현대화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점입니다. 조선 공학자이자 선박 설계자인 제가 지속 가능한 수산업 발전을 위해 힘을 크게 보태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조선공학자로서 어업인들의 소득 향상을 위해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해서 공단에 오게 됐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선 현대화에 대한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달렸는데 조금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취임 첫해는 2017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법’ 제정 준비에 힘을 쏟느라 정신이 없었고, 취임 2년 차에는 공단법 제정에 따라 조직을 출범시키는데 몰두했습니다.

소형어선의 선원과 선주들이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조업하고 있어 복지공간이나 안전시설이 잘 확보돼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성능과 효율성을 높인 어선을 설계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전공을 살려 성능과 효율성을 높인 어선을 직접 설계해서 어업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조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지속 가능한 수산업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학교로 돌아가더라도 수산업계 발전을 위해 어선 현대화 공유 플랫폼 개발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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