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해양영토의 가치와 정책
남극 해양영토의 가치와 정책
  • 우양호 한국해양대학교 인문한국(HK) 부교수
  • 승인 2020.04.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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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양호 교수
▲ 우양호 교수

[현대해양] 지금 세계의 해양영토분쟁은 바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현안들 중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세계 곳곳에서 배태되고 있는 갈등의 씨앗은 민족 분쟁, 종교 분쟁 등도 있으나, 영토분쟁 문제가 적지 않다. 장차 인류가 바다에서 풀어야만 할 숙제가 해양영토 분쟁이다. 오늘의 바다는 땅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해양영토는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권리이며, 소중한 자산이다. 이런 규범적 취지를 주장하면서, 필자는 이 글에서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남극의 해양영토 문제’를 소개하고, 여러 각도에서 논해보려 한다.

 

남극의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

우선 남극은 ‘땅’이 아니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다. 물론 아니다. 정확하게는 얼음덩어리로 된 일부를 바다가 둘러싼 곳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들 중에서 ‘오대양(五大洋)’과 ‘육대주(六大洲)’가 있다. 땅과 바다로 구분한 지구상에서 오대양은 “5개 큰 바다”, 육대주는 “6개 큰 대륙”을 일컫는다. 오대양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남극해를 포함한다. 세계의 큰 바다를 뜻하는 ‘오대양(The Five Oceans)’에 극지의 두 바다가 확실히 들어가지만, 혹한의 자연으로 사람들의 관심은 적었다. 근래 얼음이 빨리 녹고 있는 북극해는 확실히 바다로 일반에게 많이 알려졌다. 다만 오대양에서 남극해, 남빙양은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부터 얼음대륙인지 분명치도 않다.

과연 지구상에서 ‘남극해’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20세기 말까지 남극 바다의 가치는 학자나 전문가조차 검증의 도마에 올리지 않았다. 1959년에 국제조약으로 만든 ‘남극조약(Antarctic Treaty)’에 따라 일단 2048년까지는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이 남극 바다에 대한 권리가 예외 없이 동결돼 있다. 그 어떤 국가도 주권 혹은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 과학탐사활동을 제외하면 남극 바다는 조용하고 평화롭게만 비친다. 지금 당장은 남극해가 ‘글로벌 해양영토분쟁’ 지역이라고 확실히 단언할 수 없는 것이다. 대신에 ‘가까운 미래의 잠재된 해양영토분쟁’인 동시에, 남극의 바다는 국제적으로 큰 논란과 갈등이 생겨날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예상할 수 있다.

 

인류 분쟁의 씨앗, 남극의 바다

앞으로 남극조약이 만료되는 2048년이 가까워지면, 남극의 몸값은 더 올라간다. 남극해는 국제사회에서 해양영토분쟁의 시한폭탄과 같은 곳으로 바뀔 것이다. 한마디로 “국제사회가 미래에 필연적으로 직면할 진퇴양난(進退兩難), 인류 최대의 딜레마(Dilemma)”는 바로 ‘남극 해양영토분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남극 바다가 지금껏 잘 보존된 이유는 ‘남극조약(Antarctic Treaty)’ 때문이다. 이 조약은 1959년에 12개국이 처음 체결했다. 지금까지 이 조약에 서명한 나라는 세계 53개국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1986년 11월에 세계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했다. 1989년 10월에는 세계 23번째로 남극조약협의당사국(ATCP)이 되었다.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는 1961년 7월 호주 캔버라에서 제1차 회의가 있었다. 최근 2019년 7월에는 체코 프라하에서 제42차 회의를 열었다. 특히 이 회의가 1991년 협정한 ‘환경보호에 관한 남극조약의정서’에 따라 남극조약의 실질적 만료는 2048년까지 연장되었다.


누가, 어떻게 소유권을 주장하는가?

남극의 해양영토 소유권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는 8개 나라가 공표 중이다. 특히 1959년 당시 남극조약에 서명한 12개 나라 사이에서는 입장이 3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명시적인 영유권 주장 7개국(영국, 아르헨티나, 호주, 칠레, 뉴질랜드, 노르웨이, 프랑스), 영유권 주장 유보 2개국(미국, 러시아), 영유권 비주장 3개국(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벨기에) 등이 그것이다. 브라질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명시적인 영유권 주장국에 가세했다. 1959년 남극조약과 1991년 의정서에 따라 영유권 선언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영국, 호주, 칠레, 프랑스, 노르웨이, 뉴질랜드, 아르헨티나는 남극의 일부를 확실한 자국의 영토라고 계속 주장을 반복해 왔다.

 현재 남극의 바다에 대한 상기 8개 국가들의 영유권 주장은 국제사회가 2048년까지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유보시킨 상태에 있다. 본 지면에서 자세히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남극 바다의 영유권 주장국들은 나름 다양한 근거를 제시한다. 일단은 역사적 연원과 사료(史料)들, 국내법 등의 근거들을 통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초 발견과 선점의 사실, 자국의 인물과 탐험가, 대항해시대의 식민지 권리 양도, 남극 지리명칭의 국제적 통용, 자국과 남극의 근접성, 실효적 지배 등을 주장한다.

이러한 근거들은 상당수가 해당 국가의 자의적인 성격도 많다. 하지만 일부는 논리적 반박이 어려운 객관적 근거들도 상당 수 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들 국가들이 전부 남극 ‘중앙점(南極點, South Pole)’에서부터 바깥으로 일직선 모양의 선을 그냥 그어서 ‘부채꼴 모양’으로 영토 주장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경계선에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항도 없고, 객관적 근거도 무시된 상태인 것이다. 남미 국가들은 한 술 더 떠서, 이곳에 자국의 행정구역 명칭과 지번을 설정하고, 주민등록을 시키고 원정출산을 시키는 등 여러 일들을 벌인 바 있다.


앞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일들

남극 해양영토 분쟁의 이유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경제적 이익과 자원개발’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이유 때문에 남극 진출을 했다. 민간 남극관측탐험단이 파견된 1985년부터이니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 당시에는 남빙양 크릴새우를 잡겠다는 의지가 컸다. 남극 바다의 수산자원, 석유, 가스, 광물에 대한 탐사작업은 아직 기술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엄청난 양과 잠재된 자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래의 남극에서는 이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가 당연히 생길 것이다. 현재의 영유권 주장 국가들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명분을 쥘 것이다. 결국 국제사회에서는 어떤 잣대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남극기지 운영과 성과, 국가적 관심과 공공예산의 투자, 국민의 성원이 첫 번째 가늠자가 될 것이다. 우리 학계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남극 영유권과 해양영토 연구를 활성화시키고, 일견 타당한 논리를 완성시켜야 한다.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자국우선주의’와 지금의 ‘보호주의적’ 남극조약체제는 서로 반대되는 성격이다. 2040년을 전후해서 남극레짐은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 조짐은 지금도 명확히 보인다. 현재 미국이 영국의 남극 영유권을 외견상 지지하는 반면,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영유권을 지지하고 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가장 강하게 남극 영유권에 목소리를 높이는 국가이며, 1982년 남극 주변해역의 ‘포클랜드 전쟁(Falklands War)’도 치렀다. 이들과 주요 강대국이 남극 바다를 두고 두 진영으로 나뉜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남극 해양영토 문제에 대한 외교적 입장을 정리할 순간이 오고 있다. 그럼 당장 우리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

 

남극 해양영토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대응

우선 우리나라는 1989년 취득을 한 남극조약협의당사국(ATCP) 자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제는 실질적인 남극거버넌스 기구인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 안에서 그 존재감을 높여 가야 한다. 현재 남극의 탐사와 모든 이해관계 조율은 이 회의에서 전부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넘는 세월동안 우리나라는 ‘남극조약’ 기구와 제도권 내의 역량을 키웠다. 앞으로도 남극 관련 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가적으로 인적자원 확보와 예산의 투입은 정책성공의 필요조건이다. 이는 남극정책과 해양영토 확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나아가 우리는 정부 극지 정책부서와 기관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남극 대외정책과 국제활동의 내실을 다져가야 한다. 중국과 일본, 호주와 뉴질랜드, 남미 여러 국가들이 중앙정부의 상설 장관급 위상으로 남극정책을 꾸준히 관장하는 점은 우리에게 깊은 시사점을 준다. 남극의 환경보전, 과학조사활동에 대한 우리의 내용도 키워서 그 기여분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남극 파트너”가 되려면 시의적인 이슈를 발굴, 선점해야 한다. 여타 국가들과의 협력도 남은 20년 동안 우리가 먼저 주도해 나가야 한다. 2048년 이전까지 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실행하려면,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의 국익을 위한 도전과 기회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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